1 고수 2 명창:
잘나기보다 '맛나게' 익어가는 법
잠결에 문득 한 줄기 감정이 스치고 지나갔다.
‘사람을 성장시키는 에너지’에 관한 생각이었다.
논리적으로 명쾌하게 설명할 길은 없으나,
살다 보면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나를 고양시키는 드문 이들을 만날 때가 있다.
오랜 세월을 함께 겪어내야 겨우 알 수 있는 일이지만, 그런 빛나는 영혼들은 분명 존재한다.
판소리계에는 일고수 이명창(一鼓手 二名唱)이라는 격언이 있다.
북을 잡은 고수 한 명이 명창 두 명의 몫을 한다는 뜻이자, 훌륭한 고수가 결국 명창을 만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고수는 명창의 소리 위로 적절한 추임새를 얹고 장단을 고르며, 소리꾼이 제 안의 가장 깊은 소리를 뽑아내도록 돕는다.
그 곁에 서면 소리는 자연스레 깊어지고, 평범한 소리꾼은 비로소 명창의 경지로 성장한다.
그들은 함께 즐긴다.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공감의 장단을 맞춘다.
시선을 같은 곳으로 정렬할 수 있는 능력,
나는 이것을 성장 영향력’이라 부르고 싶다.
이런 능력을 갖춘 사람은 주위 사람들에게 기묘한 우월감을 심어준다.
‘나 꽤 괜찮은 사람이구나’라는 자존감의 발로.
요란하게 칭찬을 늘어놓지 않아도, 그저 곁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한 존재는 자라난다.
아마 그들은 자녀 또한 그렇게 키워낼 것이라 믿는다.
남보다 앞서가는 ‘잘난’ 아이가 아니라,
제 삶의 향기를 품을 줄 아는 ‘맛난’ 사람으로 말이다
북채를 쥔 고수가 소리꾼의 호흡을 기다려주듯,
우리 삶에도 그런 고수가 있다면,
인생이라는 긴 판소리에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명예가 아닐까. 억지로 끌어올리는 성장이 아닌, 장단에 흥이 익어가는 삶.
오늘 나는 누군가의 소리에 어떤 추임새를 넣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