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던 날 게잡이

by 박희정

눈 내리는 갯벌,

떡게를 쫓던 겨울날의 단상


눈 덮인 갯벌을 파헤쳤다.

단잠을 자다 날벼락을 맞은 게 한 마리가 혼비백산옆 구멍으로 달아나고,

그 위로 다시 하얀 쌀가루 같은 눈이 내렸다.

게가 빠져나간 구멍에선 바닷물이 왈칵 쏟아져 나와금세 웅덩이를 채웠다.

게는 간발의 차이로 옆 구멍으로 도망친 것이다.


다시 뻘을 파내자

맑은 물이 배어 나오는 구멍 사이로 작은 것 하나가 꼼지락거리는 것이 보인다.

삽질 소리에 죽은 척 숨 죽이고 있었던 게다.

녀석을 집어 바구니에 담았다.

흔하게 볼 수 있는 '서른 게'였지만 떡게든 서른 게든겨울 갯벌이 품어준

먹거리,

간장과 다진 마늘, 고춧가루를 툭툭치고 참기름 한 방울을 톡 떨어뜨리면 사각사각 씹히는 소리와 함께 입안 가득 퍼지는 고소함은 겨울철 별미가 된다.


도망간 뻘물 속으로 게의 발끝이 이쑤시개처럼 뾰족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도망가 봐야 손바닥 안이지.


등껍질은 칠게를 닮고 몸통은 납작한 참게를 닮은 '떡게'들이 삽질에 한 마리씩 바구니 속을 채워갔다.

그사이 바람은 흰 눈을 몰아다가 바다라는 캔버스 위에 하얀 색칠을 하고 있었다.


바구니 속의 게들은 서로의 다리를 물고 법석이지만. 한 그릇 남짓 채워졌을까.

이제 집으로 가야 할 때가 되었다.

추위도 추위지만 바닷물 들어올 때가 되었기 때문이다.


앞에 보이는 마을은

눈에 덮여서 배달부가 전해주는 카드 속 그림이 되어 가고,

바다에도 차분히 눈이 내렸다.

한 손엔 삽을 들고, 다른 손엔 바구니를 들고 둑방 길 따라 집으로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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