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있었으면 좋겠다

by 박희정


믿고 싶으나, 없다고 생각하는 밤


신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 말은 고백에 가깝다.

철학도 아니고, 논리도 아니다.

그저 마음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속내다.


살다 보니 알겠다.

인간은 생각보다 단단하지 않다.

여전히 불안하고, 여전히 흔들린다.


삶의 남은 시간을 가만히 계산해 보면

숫자보다 먼저

막막함이 다가온다.


그럴 때

어딘가 믿는 구석이 있었으면 좋겠다.

보이지 않아도 괜찮다.

“괜찮다.”라고 말해 줄 절대적인 무엇.


“참 잘했어요.” 하고 도장 하나 찍어 줄

어떤 존재.

그러나 나는

그런 존재가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신도, 사후도, 윤회도

어쩌면 인간이 만들어 낸 이야기일지 모른다.

죽음을 아는 존재가

그 끝을 견디기 위해

조심스럽게 지어 올린 상상.


희망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으려는

지성의 산물.

이렇게 생각하면 논리는 깔끔하다.

그러나

마음은 조금도 깔끔해지지 않는다.


없다고 생각해 보라 맥 빠진다.

모든 것을

내가 알아서 결정하고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


그것은 말로 다 못할 무게다.

그럴 때

믿는 구석 하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다못해

조상이 돕는다는 징조라도 있다는 믿음이 있다면

없는 힘도 날 것 같은데.


신은 없다고,

세상천지에 그런 것 어디 있냐고

잘난 듯 말해 보아도

결국 아픈 건 믿지 못하는 나 자신이다.


그러니 믿는 구석 하나쯤,

하다못해 논두렁의 정기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도 솔직히 말하면

마음 한구석에는

아직 작은 기대가 남아 있다.


혹시라도,

혹시라도.

내 생각이 틀렸기를.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끝내 버리지 못하는 마음.


어쩌면 그것이

인간이 마지막까지 붙들고 있는

희망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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