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여행

by 박희정

기묘한 여행 ㅡ


세상을 구경하다 보면,

가끔 발걸음이 무거워지는 질문과 마주한다.


어차피 인간의 최종 도착지는 같은데,

이 번거롭고 긴 길을

끝까지 꾸역꾸역 걸어야 하는가.

한 번이라도

중도 포기를 생각해 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그러면서도 또 묻게 된다.

만약 여기서 발길을 멈춘다면,

나는 어떤 세상을 맞이하게 될까.


조금 일찍 가느냐,

조금 늦게 가느냐의 차이일 뿐,

결국 마침표라는 결말은 바뀌지 않는다.

그런데도

굳이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도록

끝까지 가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이 든다.


사실 내가 떠난다고 해서 대단한 아쉬움이 남을 것도 없고.

한때 존재했다는 사실조차

먼지 한 줌 같은 찰나일 터이다.

그런데도 왜

이토록 아등바등 삶을 붙들고 있는 것일까.


무언가 대단한 것을 이루지 못해 절망하는 것도 아니다.

이루었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 같지도 않다.

그저 어느 날 문득,

내 삶을 마치 타인의 삶처럼 바라보게 된 순간이 있었다.

그 적막한 거리감이

지금의 이 생각을 데리고 왔다.


인간은 왜 끝까지 살아야 하는가.


철학자 카뮈는

이 질문을 ‘부조리’라 불렀다.

세상은 침묵하는데,

인간은 끝내 그 속에서 의미를 찾으려 애쓴다.

나 역시 그 설명되지 않는 벽 앞에 서서

마음의 궁상을 떨어 보지만,

뚜렷한 답은 아직 찾지 못했다.


어쩌면 마지막 순간까지도

그 답은 완성되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수억 개의 가능성 속에서

‘나’라는 존재가 이 땅에 발을 디뎠다는 것,

그 기적 같은 우연만으로도

잠시 머물 이유는 충분할지도 모르겠다.


결국 생겨난 것은 소멸하게 되어 있다.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

궁리한다고 해도 끝내 다 알지 못한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한 것은

우리는

잠시 들렀다 가는 여행자라는 사실이다.


많이 구경하다 가든,

조금 일찍 발길을 접든,

그것은 어쩌면 각자의 몫일 것이다.

그러나 잠시 머물다 떠나는 이방인이라는 점만은

누구도 다르지 않다.


그러다 보니 굳이 서둘러 끝낼 이유도,

억지로 의미를 증명할 이유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가는 데까지 가 보면 그만이다.

살아 있는 동안만이라도

이 기묘하고도, 때로는 아름다운 세상을

조금 더 구경하다 가는 것.


생각해 보면

그것도 썩 나쁘지 않은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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