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내 인생인가 싶을 때. ㅡㅡ

by 박희정

이제 내 인생인가 싶을 때. ㅡㅡ


― 나를 잃지 않는 법


한창 바삐 살 때는 내 인생은 지금 이 순간이 지나면 있을 거라고 믿었다.

화려하거나 찬란하지는 않아도 뭔지 모를 평안함은 있을 거라고 무의식 중에라도 그리게 되었다.


학교를 마치고, 일을 얻고,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키우며 하루하루를 건너는 동안에도 마음 한구석에는 늘 같은 생각이 밖혀 있었다.


‘이것만 지나면, 그때부터가 진짜 내 삶이겠지.’


그러나 삶은 내 차례라고 선뜻 나를 불러 주지 않았다.


아이들은 자라 제 길로 갔고, 집을 사느라 짊어진 대출은 뒤늦게 만기가 되었다.

이제야 숨을 돌리며 둘러보니, 내 앞에 놓인 것은 젊은 날 꿈꾸던 ‘시작’이 아니라 어느새 가까워진 노년의 문턱이었다.


많은 사람의 인생이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조금 일찍 책임을 지거나 조금 늦게 내려놓을 뿐, 대부분은 자기 차례가 오기도 전에 삶의 큰 부분을 이미 써버린다.

주택 대출금을 갚고,

거울 속에 비추는 나 대신 ‘가장’이나 ‘부모’라는 이름표를 단, 표준화된 생애 주기를 걷는 것 말이다.


늘 내 삶의 크라이맥스는 오지 않았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지나면 내 시간이 시작될 것처럼.

그런데 인생은 참 이상하다.

늘 ‘다음’에는 나를 위한 차례가 올 것처럼 보이다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그다음은 따로 오지 않았다.

그동안 지나온 시간이 다 내 인생이었다.

내 인생을 아직 살아보지 못한 것 같은데,

세월은 이미 나보다 먼저 늙어 있었다.


사람이 얻어야 하는 것은 생의 끝에 매달려있는 과일이 아니라 중간중간에 얻어야 하는 것이었다. 굳이 성공하는 법도, 남보다 앞서가는 것도 아니었다.

하루 산만큼의 결실을 알아야 했다.


누군가의 문을 열어주느라 내 방의 열쇠를 어디에 두었는지 잊고 살았는데.

결국 사람의 삶은 특별한 시간이 아니라

흔한 시간 그 안에 있는 자기를 보는 것이 인생이었다.

돌아보면 타인의 삶이 아니라 내 인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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