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많은 곳에도 고독은 있다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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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 있는 외로움, 함께 있는 고독
혼자 있으면 외롭고 사람들 속에 섞여 있으면 덜 외로울 줄 안다.
젊을 때는 더 그랬다. 식당에서 혼자 밥 먹는 누군가의 모습은 쓸쓸해 보였고,
가족과 마주 앉은 북적이는 식탁은 적어도 허전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마주 앉은 사람의 숫자가 곧 온기의 부피라고 믿었다.
그런데 살아보니
사람의 수와 마음의 온도는 꼭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것 같다.
왁자지껄한 말소리가 가득한 카페 한복판에서도 문득 발밑이 텅 빈 것 같은 소외감이 들 때가 있고,
아무도 없는 적막 속에 홀로 커피잔을 기울이더라도 마음 편할 때도 있다.
갓 내린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앉아 있으면, 창밖의 빛이 옮겨가는 모습이 보일 때도 있고
내 지난 과거가 지날 때도 있다.
그것들이 함께 있어서 외롭거나 허전할 일이,
아 이렇게도 살아갈 신간이 있구나를 알게 될 때가 있다.
처음에는 하얀 커피잔 가장자리에 내려앉던 햇살과,
모락모락 피어오르던 김이 조금씩 잦아들고, 커피가 알맞게 식어가는 그 느릿한 시간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혼자라는 사실도 꽤 멋진 운치가 될 때도 있다.
외로움은 혼자 있어서 오는 것이 아니고,
고독은 사람들 틈에 섞여 있다고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함께 있어도 마음이 닿지 않으면 멀고,
혼자 있어도 마음이 자리를 찾아 앉으면 따뜻한 기운이 도는 것처럼,
젊을 때는 사람을 찾느라 분주했다.
누군가를 곁에 두면 삶이 조금은 덜 흔들릴 줄 알았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조금씩 몸으로 보듬게 된다.
사람 사이에는 가까이 앉아도 건너지 못하는 거리가 있다.
그 거리를 인정하고 나니 혼자 있는 시간도
그 나름 쏠쏠한 기분이 될 때가 있다.
누군가의 손을 붙드는 일보다 더 긴요한 것은 마음이 머물 자리였다.
살면서 겨우 배운 것은,
사람이 많든 적든 내 안의 자리를 잃지 않는 법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