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기도문

by 박희정

나의 기도문. ㅡㅡ

배가 아플 만큼의 다행



가끔 그런 발칙한 상상을 한다.

내 곁의 사람들이 눈부시게 잘되어서,

지켜보는 내 배가 아플 정도였으면 좋겠다고.


결코 빈말이 아니다.


돌이켜보면 내가 삶의 무게에 휘청일 때마다 손을 내밀어준 이는 대개는 가까운 사람들이었다.

이름 모를 타인의 선의보다는 늘 곁을 지키던 익숙한 이들에게 기대어 여기까지 왔다.


나 역시 그들에게 마음을 내어주었겠지만,

본디 가까운 사이라는 것은 주고받은 양을 저울질할 수 없는 법이고.

그저 서로의 삶에 깊숙이 연루되어 있다는 것이 사실이다.


미움 또한 늘 지척에서 피어났으니까

애증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나를 할퀸 사람도 내가 견디지 못하게 한 사람도

멀리 있는 타인이 아니라 대개 가장 가까운 이들이었다.


친밀함이란 고마움만 쌓이는 비단길이 아니다.

서운함이 앙금처럼 가라앉아 오래 머무는 자리이기도 하다.


타인을 향한 분노는 대개 휘발적이다.

무례한 주차나 층간소음에 이를 악물다가도

돌아서면 그만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마음속에 문신처럼 남는 것은

언제나 곁에 있는 이들과 주고받은 굴곡진 감정들이다.


그래서 나는 진심으로 바란다.

나를 아는 이들이 더없이 잘되기를.

질투가 나를 살짝 자극할 만큼,

정말이지 근사하게 성공하기를.


그리하여 훗날,

내가 다시 누군가의 손을 빌려야 하는

고단한 생의 길목에 선다면,

내게 내밀어지는 손이 다시 그들의 손이었으면 좋겠다.


서로를 미워하고,

서운함에 밤을 지새운 날도 있었지만,

결국 삶이란 가장 가까운 이들과

서로의 온기를 붙들고 강을 건너는 일이었다.


다가올 날들은

그들의 풍요가 곧 나의 안도가 되는,

그런 배 아픈 다행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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