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지만 아직 모르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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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의 근원을 아는 것,
그것이 깨달음이라면
사람들은 모두 깨달아 있는 것이다.
걱정은 쓸데없는 것임을 알고,
집착이 고통을 낳는다는 이치를 알고,
그럼에도 여전히 걱정하고,
여전히 집착하고 그렇게 살아 보는 것이다.
고통의 근원을 모르는 것이 병이라고 했으니,
고통의 근원을 아는 것이 치유의 방편일 것이다.
하지만 고통의 근원을 안다고 해서 고통이 사라지는 일은 없다.
고통의 근원에 고통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차려서 인정해 주는 것이다.
이래서 아팠구나
이래서 고통이었구나
냉면그릇만 한 인생이다
정해져 있는 시간이다.
무한이 사는 것이 아니다.
근심과 걱정을 수제비처럼 늘려서 정해진그릇을 다 덮을 필요는 없다.
그걸 굳이 늘려서 더 아플 필요는 없다.
그러지 않아도 고통스러울 만큼은 고통스럽다.
중요한 것은 고통의 근원을 인정하는 것이다
거기부터 시작이다.
알고,
그리고 인정하고 그렇게 사는 것이다.
괴로움에서 완전히 벗어난 사람은 없다.
부처도, 예수도, 그 누구도 그러지 않았다.
세상에 고통이 없던 적은 없었고,
사랑과 이별 또한 없었던 적이 없었다.
젊음은 쇠락하고,
생명은 흙으로 돌아간다.
깨달은 이들은 그 사실을 피해 가지 않았다.
그들은 괴로움을 느끼면서도
그 괴로움에 휘둘리지 않았다.
슬픔은 슬픔으로만, 아픔은 아픔으로만 머물게 했다.
거기엔 원망도 두려움도 없었다.
부처는 늙고 병들었고,
예수는 사랑했던 이들에게 버림받았다.
그럼에도 그들은 인정했다.
고통을 완전히 이해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평화였다.
깨달았다고 해서 세상을 벗어나는 길은 없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품는 것이 사는 길이다.
괴로움을 없애려 하지 않고,
괴로움의 간격을 넓히지 않는 길,
그 정도면 좋다.
그 정도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