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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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다 믿지는 말거라.
세상은 네 생각보다 훨씬 넓단다.
사랑하는 손녀야.
살다 보면
아무 일도 없는 것 같은데
마음이 괜히 시무룩해지는 날이 있단다.
왠지 서운하고,
가슴이 조금 작아지는 날 말이야.
그럴 때는
네 마음속에서 들려오는 ‘생각’을
조금만 천천히 바라보렴.
생각은 아주 빠른 아이라서
어떤 일이 생기면
곧장 결론부터 내려 버린단다.
하지만 그 생각이
늘 맞는 것은 아니야.
생각은
흐르는 물과 같단다.
기쁜 쪽으로 길을 내주면
기쁜 생각으로 흐르고,
슬픈 쪽으로 내버려 두면
슬픔을 향해 흘러가 버리지.
그래서
생각을 따라가지는 말거라.
슬픈 생각이 들면
‘아, 내가 지금 슬픈 생각을 하고 있구나’
하고 알아차리기만 해도 좋아.
그러면
생각은 또 다른 길을 찾기 시작한단다.
처음에는 쉽지 않지만
자주 연습하다 보면
조금씩 쉬워질 거야.
친구와 재미있게 놀다가
그 친구가 먼저 가 버렸을 때,
혹은 다른 친구와 놀게 되었을 때
생각은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지.
“나를 싫어하게 됐나 봐.”
하지만 얘야,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더 많단다.
집에 급한 일이 생겼을 수도 있고,
엄마가 부르셨을 수도 있지.
학교에서도 그래.
선생님이
다른 친구에게 더 다정하게 말하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을 거야.
그때 생각은 또 이렇게 말하겠지.
“선생님은 저 친구만 좋아하나 봐.”
하지만 사실은
그 친구가 아파 보였을 수도 있고,
마음이 힘들어 보여
조금 더 살펴주신 걸지도 몰라.
생각은
늘 네 편인 것처럼 말해서
믿기 쉬워.
하지만 가끔은
혼자서 이야기를 지어내기도 한단다.
생각은
아주 좁은 길 같아서
그 길로만 걷다 보면
다른 길이 보이지 않게 되거든.
그래서
마음이 답답해질 때는
잠깐 멈춰서
숨을 한 번 크게 쉬고,
다른 일을 해 보렴.
그러면
생각은 자연스럽게 느려질 거야.
그리고
이렇게 말해 보렴.
“내 생각이 틀릴 수도 있어.
아직 모르는 이야기가 있을지도 몰라.”
세상은
네 생각보다 훨씬 크고,
훨씬 부드러운 곳이란다.
네가
너무 빨리 상처받지 않고,
조금 천천히 세상을 바라볼 줄 아는
따뜻하고 단단한 아이로
자라기를 바란다.
언제나 네 편인
할아버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