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날 낳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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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말이 다.
“왜 날 낳았소?”
감사의 뜻으로 하는 말은 아니다.
세상살이가 힘겨울 때 하소연하듯 하는 말이다.
아이들조차 야단을 맞거나 억울한 상황에 놓이면,
“왜 날 낳아놓고 그래요?” 하고 대든다.
하지만 그것에 대한 대답은 단순하다.
낳고 싶어서 낳은 것이 아니라
자연의 순리에 따라 난 것이다.
연어가 수천 킬로를 이동하는 것은 자손을 남기려는 본능인 것이지 취미생활이 아니다.
이동 중에 위험이나 후손을 남기는 일은 목숨을 걸고 따르는 본능이다.
부모가 골라서 낳을 수 있는 일이라면
효자만 낳고, 공부 잘하는 자식,
잘생긴 자식만 낳았을 것이지만,
생명은 선택이 아니라
우주의 흐름이기 때문에 후손으로서 네가 선택되었을 뿐
네가 원해서도 아니고,
내가 원해서도 아닌,
자연의 질서일 뿐이다.
순리가 아니었더라면
너도 없고 나도 없고
생명이란 모든 것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 위대한 성자도 “생은 고”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그런 고통스러운 세상에
누가 스스로 왔겠는가 그저 우연이다.
추첨 공이 구르다가 튕겨 나온 것처럼,
이 땅에 온 것이 너이고 나다.
가끔은 순리를 거역하고 독신을 주장하는 이도 있지만,
그것은 드문 경우다.
결국 네가 태어난 것은
우주의 질서 때문이지
누구의 의지 때문은 아니다.
흔히 불교에서는 인간이 집착하는 다섯 가지 욕망을 말한다.
이것을 경계하지 않으면
인간은 쉽게 미혹에 빠진다고 했다.
그렇다고 욕망을 단순히 터부시 할 일은 아니다.
모든 것은 욕망이기 전에 종 보존을 위한 일이기 때문이다.
밥을 먹는 것도 육체 보존 본능이고.
성욕도 종족 보존이라는
더 큰 원리에 따라 주어진 것이다.
욕망은 고통을 낳기도 하지만
동시에 생명을 이어가는 힘이기도 하다.
그러니 “왜 날 낳았소?”라는 물음의 대답은,
어떤 개인의 의지나 욕망 때문이 아니라
자연과 우주가 부여한 질서 때문이라고 해야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