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림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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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엔 사람이 흔들리는 이유가 나약해서 그런 줄 알았다.
마음이 단단하지 못해서, 뜻이 부족해서, 의지가 약해서… 그래서 나 자신이 흔들릴 때면 속으로 부끄러워했다.
나는 왜 이리 쉽게 흔들릴까. 사람들은 저리도 묵묵히 제 길을 가는데, 나는 왜 이리 흔들릴까.
그런데 나이가 들고, 세상을 좀 더 겪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흔들리는 건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걸, 그리고 그 흔들림이 꼭 나약함의 징표만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공자는 사십에 불혹이라 했다.
마흔이 되니 의심하지 않게 되었다는 말이다. 나도 어느덧 그 나이를 훌쩍 넘겼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이런 생각이 든다.
공자께서 그즈음부터는 할 일이 없었구나. 아니, 더 이상 부딪힐 일이 없었구나.
왜냐하면, 세상살이가 바쁘고 해야 할 일이 많을수록, 그리고 그 일들이 내 힘과 능력, 여건을 넘어설수록 갈등은 깊어지고 흔들림은 더 심해지는 법이다.
이제 와서 보니 그렇다.
한창 일에 부대끼고, 사람에 치이고, 뜻을 품되 펼칠 길은 막히고, 그러는 삶을 살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요동친다.
그럴 때마다 나약해서 그런가 자책하곤 했지만, 그건 어쩌면 너무 당연한 일이었다.
세상 경험은 적은데 해야 할 일은 많고, 여유는 부족하고, 현실은 만만치 않다.
부모 형제의 그늘에 있으면서, 그들의 기대나 범주 안에서 사는 사람이라면 갈등이 크지 않을 수도 있다.
고민이야 있겠지만, 그 고민의 깊이나 무게는 다를 수밖에 없다.
어차피 한계가 정해져 있는 삶이라면, 그 삶 속에서는 흔들릴 여지도 적은 법이다.
나이 들고, 이제는 예전만큼 치열하게 싸우지 않아도 되는 시점이 오니, 문득 흔들림이 잦아든다.
마치 바람이 멈추자 물결이 잔잔해지듯이. 그건 단단해져서가 아니다.
그냥 더 이상 부딪힐 일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나이 들면 흔들리지 않는 게 아니라, 흔들릴 일 자체가 줄어드는 것이다.
흔들린다는 것은
여전히 무엇인가를 갈망하고 아직도 치열하게 부딪히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 흔들린다고 스스로를 탓할일도 아니다.
지금 이 흔들림조차 언젠가 그리울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