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터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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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은 아프고 아픈 자리가 굳어져
단단해지지만 아주 소수의 사람은 날 때부터 단단한 사람이 있긴 있다.
같은 비보를 들어도 누군가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고,
누군가는 무심히 털어낸다.
사람마다 타고난 기질은
각자 다르게 깔린 대지와 같아서,
어떤 이의 바닥은 처음부터 평평하고 단단하지만,
어떤 이의 바닥은 한없이 질척이고 울퉁불퉁하다.
출발선이 다르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는 삶의 불공평함 중 하나다.
하지만 세상을 조금 더 살아보니 알겠다.
소위 ‘멘털 갑’이라 불리는 이들의 진짜 단단함은
타고난 기질이라는 표면이 아니라,
그 아래 켜켜이 쌓인 세월의 지층에서 나온다는 것을.
삶은 친절한 교관이 아니다.
예고 없이 모진 바람을 보내고,
정성껏 쌓아 올린 공든 탑을 무너뜨린다.
때로는 타인이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마음이 산산조각 나
밤잠을 설치는 날도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마음이라는 돌이 진짜 단단해지는 순간은
바로 그 ‘부서짐’을 통과할 때다.
부서지고 또 부서져 보면 또 알게 되는
상처 위에 또다시 상처를 쌓는 일이다.
자신이 어디까지 무너질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다시 조각을 맞춰야 하는지를.
다시 일어설 때마다
이전보다 더 단단한 옹이가 박힌다.
그래서 정말로 강한 사람은
상처 없이 매끄러운 사람이 아니라,
무수한 상처를 지나며 단단해진 사람이다.
그들에게 ‘강함’이란 무감각이 아니라
아픔을 알면서도 다시 걷기를 선택하는 용기다.
물론 그 과정이 온전히 혼자만의 힘은 아니다.
사람마다 자신을 지탱해 주는 ‘믿는 구석’ 하나쯤은 있다.
절대적인 신의 존재일 수도 있고,
언제나 내 편이 되어주는 가족의 온기일 수도 있으며,
혹은 스스로에게 건네는 다짐일 수도 있다.
“괜찮다, 이것 또한 지나간다.”
완전히 무너지지 않게 붙잡아 주는
말 한마디가 마지막 잡아주는 손 같은 것일 수도 있다.
결국 멘털이 강하다는 것은 생존해 왔던기록이다.
타고난 기질 위에 삶의 상처가 덧입혀진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