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 할아버지

by 박희정

산타 할아버지 ㅡ


이제는 선물을 준비해야 할 때가 되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왔기 때문이다.

우리 집 다섯 살 손녀는 요즘

아주 진지하게 그를 기다린다.


내가 어릴 적에는

산타도 몰랐고,

선물이라는 개념도 없었다.

크리스마스는 달력 속 글자였을 뿐,

아이들의 삶 속에는 없었다.

어린이라는 말도 방정환 선생님덕에 겨우 듣게 된 고급 명사였다는 것 말고는

어린이로서 대우를 받는다는 건 없었다.


그러던 조금만 동네에

교회가 세워졌고,

교회는 크리스마스 축제를 열었다.

교회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아이들까지 불러 모았다.

연극을 하고, 노래를 부르고,

그곳에서 우리는 산타’라는 존재를 알게 되었다.


산타가 있다는 것,

그리고 그가 선물을 준다는 사실은

아이들의 세계를 미세하지만 기대를 일으켰다 아주 조금이지만.


다행히도 교회는

성탄 전야 예배가 끝나고

아이들 손에 자그마한 과자 봉지와 학용품 하나씩을 쥐어주었다.

그 작은 봉지는 선물이라는 걸 알게 했다.

그날

산타는 존재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알았다,

꿈은 꿈일 뿐이라는 걸

문 앞에 걸어둔 양말은 그야말로 촌스럽게 문고리에 걸려 있었다.


선물을 몰랐던 아이들에게

희망을 가르쳐 놓고

아무것도 남겨주지 않는 산타는 야속했다

아니다.

그건 꽤 잔인한 고문이었다.


이제는 내가 산타다.

그런데 고민이 생겼다.

산타는 아이가 몇 살

될 때까지 선물을 숨겨야 하는 거지,

산타의 존재를 알 때까지인가

알면서도 모른 채 하면 어떡하지.


이제 선물이나

사러 가야겠다.


Merry Christm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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