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이 나를 빌리다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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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하면 안 되나.
입맛을 돋우는 일도,
부드러운 잠자리와 따뜻한 손길을 바라는 일도,
결국은 이 몸을 기쁘게 하고 유지하기 위한 일인데.
욕망은 정말 억제되어야만 하는 것인가.
이 욕망의 근원은 무엇인가.
어쩌면 한심한 질문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묻지 않을 수 없다.
색욕이 개인 차원의 문제일까.
곱씹다 보니,
그것이 근본일 리 없다는 생각에 이른다.
그래서 이 쓸데없어 보이는 질문에까지
기어이 발을 들여놓았다.
만약 색욕이 완전히 끊어진다면
인류는 다음 세대를 맞이하지 못할 것이다.
모든 생명이 그러하겠지만,
색욕은
내 몸을 빌려 드러나지만
결코 나 하나에 머무는 일이 아니라
인류의 연속성과 생명의 흐름이
잠시 통과해 가는 한 지점일 것이다.
그런데도 나는,
욕망을 통제하고 있다고,
욕망의 주인이 바로 나라고 생각했다.
실은
욕망이 나를 움직이고,
생명은 나를 통해
자기 자신을 보존하고 있는 것일 텐데 말이다.
욕망을 없애겠다는 말은
생명의 법칙 자체를 부정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욕망이 사라진 세계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짐작할 수 없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욕망을 지워내는 일이 아니라
그 그릇이 넘쳐
타인을 침범하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더 깊게, 더 선한 방향으로
길을 내어 주어야 하는 소명이 나의 일이다.
욕망이 광채가 될 것인가,
상처를 남기는 그림자가 될 것인가는
욕망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길을 따라 흐르느냐의 문제다.
그것이
나보다 오래된 생명의 의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