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리는 사람 ㅡ
— 마음이 먼저 닿는 자리
사람을 만나다 보면
이유를 묻기도 전에 마음이 먼저 가는 이가 있다.
첫인상이 화려했던 것도 아니고,
대화를 나누다 놀라운 공통점을 발견한 것도 아닌데
그 앞에 서면 숨이 편안해진다.
말을 고르느라 애쓰지 않아도 되고,
예고 없이 찾아온 침묵을 서둘러 메울 필요도 없는.
호감은 외모나 말솜씨, 혹은 조건 같은 것들로 설명되지만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그보다 훨씬 사소한 지점에 있었을 것이다.
침묵을 대하는 태도,
그리고 내 말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주는 여유.
그 리듬이 나의 박자와 포개질 때
마음은 잘 보이고 싶다는 염원보다
인정받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다듬어진 문장보다
다듬어지지 않은 생각이 먼저 튀어나와도
부끄럽지 않은 자리,
서툰 모습조차 숨기지 않아도 될 것 같은.
나는 그런 사람에게 라면
실패한 글이라도 기꺼이 보여주고 싶다.
미완으로 남겨둔 문장들,
스스로도 고개를 갸웃했던 비문들까지
아무런 변명 없이.
내 글이 훌륭해서가 아니라
그 자리에서도
마음으로 힘을 주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가 글보다 먼저
‘나’를 판단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 때문이다.
그는 묻지 않을 것이다. 왜 이렇게 썼는지,
이 문장이 어법에 맞는지 같은 것들은
대신 그는
한 박자 늦게 읽고, 조금 더 오래 머물 것이다.
그 너그러운 침묵 속에서
나는 비로소 틀리지 않은 사람이 된다.
누군가 앞에서‘흥이 난다’는 것은
안전해졌다는 신호일 것이다.
조금 망쳐도 창피해지지 않을 거라는 확신,
미완의 상태로 머물러도 환영받는다는 느낌.
그 안에서 나는 작가가 되려 애쓰지 않는다.
그저 무언가를 써서 보여주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해진다.
결국 사람은 정보로만 남지 않는 것이
그 사람 곁에서 내가 어떤 사람이 되었는지,
그것이 호감의 본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