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에 대하여.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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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으면 세상만사가 자유로 워지는 줄 알았다.
괴로움과 갈등이 멀어지고 삶이 가벼워지는 것 말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깨달음이라는 건,
무언가 새로운 것이 나에게 온 게 아니라,
이미 있던 것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게 된 것뿐이라는 것을,
그래서 그런지, 깨달음이 삶에 어떤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낸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그건 삶을 송두리째 바꿔주는 마법 같은 것이 아니라,
조금 다른 눈으로 삶을 바라보게 되는 변화라는 것뿐이다.
만약 깨달음을 통해 정말로 완전한 자유에 이를 수 있다면,
그건 아마 인간이 아니라 신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결국 인간은 인간일 뿐이다.
자기 안에 있는 무언가를 들여다본 것,
그 이상은 아니다.
실제로 어떤 큰 스승이 그러했다.
선(禪)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알려진 인물이지만,
깨달음 이후에도 오랫동안 방황했고,
어느 시절엔 방화까지 했다고 전해진다.
깨달음이 그를 완전히 자유롭게 만들어주진 못했던 것이다.
깨달음은,
삶을 정리해 주는 마지막 해답이 아니라,
오히려 그 삶을 다시 살아내야 하는 출발점인지도 모른다.
깨달음으로 인해 모든 게 명료해졌다고 느끼지만,
인간은 여전히 갈등하고 실수하고 흔들릴 수밖에 없다.
물론, 그것이 정신적인 버팀목이 되어줄 수는 있다.
하지만 인생에 없던 무언가가 새로 생겨나는 일은 없다.
깨달았다고 해서 갈등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여전하다.
다만 금방 본래의 자리로 돌아올 마음에 탄력은 있다는 것이 희망이다.
그래서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라고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