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누구를 구제하는가

by 박희정

신은 누구를 구제하는가. ㅡ


세계 곳곳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종교가 있다.

이름도, 교리도, 의식도 서로 다르지만,

그들이 말하는 목적은 비슷하다.

“신이 우리를 구제할 것이다.

세상이 끝나면 신에게 돌아갈 것이다.”


그 말은 오래 들었고 익숙하지만,

정말 신은 인간을 구제하려고 있는 존재일까.

그리고 있다면, 왜 다른 동물들은 신을 찬양하거나 추구하지 않는 걸까.


들판의 한낮을 떠올려보면,

매미는 제 울음을 쏟아내며 제게 주어진 계절을 살고,

고양이는 태양 아래 누워 자기에게 주어진

온도만큼의 삶을 영위한다.

그들은 신을 찾지 않는다.

구제를 구하지도 않는다.

그저

자기 몫의 하루를 받아들일 뿐이다.


어쩌면 구제’라는 말은 인간에게만 필요한 단어인지 모른다.

생각 많고, 욕망이 너무 복잡해서,

자신의 마음 하나 다스리기 어려운 때가 많아서,

그래서 스스로의 혼란을 다스릴 힘을 밖에서 찾는다.

그 바깥에 둔 대상의 신.

신이 인간에게만 관심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그 관심을 절실히 원하기 때문이다.


다른 동물에게 신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 삶을 산다.

그들은 자연이라는 질서에 순응해서 나왔다가 때 되면, 시간과 바람 속에 사라진다.

그 앞에서 어떤 동물도 왜 나를 구제하지 않느냐 고 묻지 않는다.

그저 살다가 떠날 뿐이다.


오히려 묻고 싶은 건 인간 쪽이다.

정말 구제가 필요한가.

구제란 우리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욕망이 아닌가.


신이 있다면,

그 신은 인간만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모든 생명을 한 번에 품을 만큼 넓어서

굳이 개입할 필요가 없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구제는 신의 일이 아니라

인간의 몫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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