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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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 할 길을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젊음은 이미 행운일 것이다.
스무 살 무렵의 나를 떠올려보면 더욱 그렇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어떻게 걸어야 하는지,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지조차 알지 못했다.
둘러보아도 내게 길을 가르쳐줄 만한 어른은 없었다.
어른이라 해도 자기 앞길조차 불투명해 보였고,
누군가의 길을 밝혀줄 사람이라기보다
각자 자기 길을 찾느라 허덕이는 듯했다.
심지어 “나 때는 말이야—” 하고 잔소리라도 해줄
그런 꼰대조차 없었다.
그저 나이를 먹은 사람들이 있었을 뿐이다.
돌이켜보면, 그 시절 돈을 내서라도 상담을 받아볼 걸 그랬다.
철학관이라도 찾아가 볼 걸 그랬다.
미래가 어떨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그 추상적인 예언 속에서라도 붙잡을 만한
작은 힌트 하나는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지금 나는 또 다른 길에 서 있었을지도 모른다.
세상을 잘못 살았다는 뜻이 아니라,
비포장이 아닌, 조금 더 잘 닦인 길을
달릴 수도 있었겠다는 아쉬움 때문이다.
그 시절 내 또래 중 누구는
분명 자기 길을 알고 나아갔을 것이다.
대부분은 부모의 조언을 따랐겠지만,
나 역시 그런 기회를 가졌더라면,
그 팍팍했던 이십 대를
조금은 덜 허둥대며 지나갈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
지나고 보니 그런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그때의 나는 조언 한마디가 간절했었다.
길을 안다고 해서 누구나 걸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무언가를 시도해 볼 용기,
희미한 힌트 하나쯤은 생기지 않았을까.
다시 태어난다면,
누군가의 조언을 단 한마디라도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 앞길을 어렴풋이 비춰줄, 그런 말 한마디.
아니면 내가 누군가에게
그 말을 건네는 사람이 되어도 좋겠다.
누군가의 어두운 스무 살에
작은 불빛 하나 걸어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어른이 될 수 있을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