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신을 믿는가

by 박희정

나는 신을 믿는가. ㅡ


어떤 날은 극도로 종교적이다.

또 어떤 날은 결코 종교적이지 않다.

하느님이 있다고 단정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신적인 무언가가 인간의 삶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것은 흔히 말하는

‘하느님 아버지’가 어딘가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지구가 이리 굴렀다가 저리 굴렀다가 하는 동안

바닷물은 통 속의 물처럼 기울어 밀물과 썰물을 만든다.

물이 들어오고 나가는 사이 기압이 생기고,

그 기압이 바람을 일으켜

구름을 몰고 다니며 계절의 변화를 만든다.


자연은 그렇게 쉼 없이 변하고,

그 변화는 다시 인간에게까지 이어진다.


나는 그 모든 과정을

‘보이지 않는 영향’이라 느낀다.

누군가가 보호자로 존재하지 않아도,

세계와 존재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그 긴 연쇄 속 어딘가에

‘신적인 어떤 것’이 숨어 있는 듯하다.


예수님과 부처님은

인간에게 깊은 감동과 변화를 일으킨 위대한 분들이지만, 내게는 신의 개념과는 다르다.


그래서 나는

신에게 기도하며 의지하지도,

무언가를 얻기 위해 주문을 외지도 않는다.

그러나 신앙이 전혀 필요 없는 사람은 아니다.


나는 인간의 가장 깊은 바닥까지 내려가

그 어둠을 끝까지 들여다보고 싶은 사람이라서,

그럴 때마다 신이 있음을 느낀다.

그 욕망은 때로 극도로 깊은 종교성으로 이어진다.


나는 그런 사람이다.

한쪽에서는 믿지 않으려고 하면서,

또 다른 쪽에서는 절실히 알고 싶어 한다.


그 이중성은

내가 약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약하기에 질문하고,

약하기에 기대고 싶고,

약하기에 신을 부정하고 또 갈망한다.


그리고 묻는다.

나는 신을 믿는가.


나는…

아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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