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진 생 앞에서

by 박희정

길어진 생 앞에서. ㅡ


평균나이 예순쯤 살던 때가 있었다.

그래서 정년도 예순이었고,

일을 놓으면 삶의 마무리도 가까이에 있었다.


지금은 백 년을 살아야 하는 시대이고

정년은 예순.

그 사이에 생긴 공백이 사람을 흔든다.


일을 그만두면 무얼 해야 하나,

무엇으로 길어진 육십과 백사이의 공백을 이을까

고민하는 것이다.


수명이 길어진 만큼

노동의 길이를 늘여야 한다는 것이 현실이 되긴

했지만

저 멀리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삶의 길이가

노동의 연장에만 그치는 것은 아닌지,

인간의 존엄보다 삶의 구조만 길어진 것은 아닌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몸의 수명이 늘어난 만큼

영혼의 피로가 더해지는 시대라면,

그 연장은 행운의 확장이 아니라

길이만 길어진 (부옥 빈인) 일지도 모른다.


필요한 것은 시간의 연장이 아니다.

무엇으로 삶의 의미를 채워야 하는가 이다.

똑 떨어지는 해답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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