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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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는 파도다.
감정을 요동치게 하고, 눈물을 쏟게도 하고, 웃음 짓게도 한다.
태풍처럼 오고 물결처럼 흘러가는 것이 드라마다.
드라마와 닮은 듯 다른 것이 있다. 그것이 책이다.
드라마에서는 보이지만
책에서는 보이지 않는 것이 태풍이라면,
책에는 드라마와 달리 물듦이 있다.
글자를 따라가는 일은 작가의 마음속으로 들어가는 일이라,
시간을 들이면 옷감이 물들 듯 마음에도 물든다.
어느 때는 전지적 시선으로 세상을 보여주어
이렇게도 보일 수 있구나 감탄하게 되지만,
책은 모르는 사이에 생각에 담기고,
사유하게 한다.
당장은 모르지만,
시간이 흐르면 그 흔적이 삶에도 남는다.
책에는 바람도 없고 풍랑도 없다.
독서는 길고 무겁다.
그러나 마음에는 지문이 남는다.
먼 길이다 보니,
형상의 과정이 있어서,
읽고, 이해하고, 마음에 그려 넣는 시간이 있다.
드라마보다 오래 걸리지만,
그만큼 진하게 물든다.
자동차로 스쳐보는 풍경이 드라마라면,
책은 걸으며 보는 풍경이다.
느리게 가니 더 많이 보고 더 깊이 본다.
그것이 시간의 길이다.
드라마도 그만큼의 시간을 들이면, 더 많은 것이 보일 것이다.
드라마는 형상을 보여주고,
책은 상상을 보여준다.
둘의 길은 다르면서도 닿는다.
순간을 흔들어 깨우는 드라마나,
시간을 물들여 삶을 바꾸는 책이나,
결국 인간의 마음에 길을 낸다는 점에서는 같다.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