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없는 글

by 박희정

재미없는 글. ㅡ


아내는 내 글이 재미없다고 말한다.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말이다.

나 역시 알고 있다.

내 글에는 사건이 없다.

반전도 없고, 웃음이 날 만한 장치도 없다.

읽다 보면 어디쯤에서 고개를 들고 싶어지는 글이다.


나는 재미있는 글을 쓰려고 앉아 본 적이 없다.

다만 마음이 가라앉지 않을 때,

말로는 다 꺼내지 못한 생각들이 몸 안에서 서성일 때

글을 쓴다.

글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전에

먼저 나를 진정시키는 도구였다.


그래서 내 글은 대체로 느리다.

서둘러 결론에 가지 않고,

괜히 한 문장을 붙잡고 오래 머문다.

그 사이에 독자가 빠져나가도 이상하지 않다.

재미는 보통 움직임에서 나오는데

내 글은 늘 멈춰 서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이 글로 위안을 얻는 순간이 있듯이

어디선가 같은 속도로 숨 쉬는 사람에게

이 글이 잠시 쉴 자리가 되어 주지는 않을까 하고.


사람은 모두 재미있는 순간만을 살지 않는다.

병실의 의자에 앉아 있을 때,

잠들지 못한 밤의 식탁 앞에 있을 때,

무슨 말도 하고 싶지 않은 날에

사람은 웃음을 요구하는 문장보다

조용히 곁에 있어 주는 문장을 찾는다.


위안이 되는 글은 대체로 재미없다.

사람을 끌어당기기보다

같은 자리에 앉아 주는 쪽을 택하기 때문이다.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었구나.”

그 한 문장을 건네기 위해

긴 이야기를 포기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재미없는 글을 쓴다.

많은 사람을 붙잡지 못해도 괜찮다.

다만 누군가의 하루 끝에서

말없이 등을 내어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재미없다는 말이

더 이상 변명이 아니라

내가 선택한 방향이라는 걸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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