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그램 Jul 30. 2022

#2 FBI ! FBI !

참고로 모든 지명과 이름은 픽션입니다.

FBI의 신변보호처분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그녀는 살해위협을 피해 한국으로 왔다.

엊그제 한국으로 들어온 그녀의 모습은 어딘가 초조해보였고 계속 주변을 살폈다. 

외국에서 가장 조심해야 하는 사람이 한국인이라 그랬던가, 그녀는 자신이 애리조나에서 왔다며

떨리는 입술을 간신히 움직여 도움을 요청하였다.


  "제니퍼 영을 아세요?"


나또한 주변을 살피며 질의를 이어나갔다.


  "제니퍼 영이 누구죠?"

  "제 이야기가 허무맹랑한 이야기 같은거 나도 알아요. 하지만 부디 사실이니 들어줘요."

그녀의 입술은 겁에 질렸으나 눈동자만큼은 또렷이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저는 미국 교회에서 활동을 하다 그녀를 만났어요."

  "네, 언제쯤부터였죠? 계속 말씀해주세요." 내 수첩과 연필은 바쁘게 움직였다.


그녀와의 30분이 넘는 긴 대화를 종합해보면 내용은 이러하였다. 그녀는 애리조나에서 오랜 기간 살았고자연스레 한인커뮤니티에서 알게된 교회에서 활동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 교회가 마약과 살인, 성매매를 일삼는 범죄조직이라는 것인데 본인이 그 사실을 알게된 이유 참가 권유를 받았고 거부하자 살해협박을 하기 시작했으며 해킹으로 자신을 추적해 따라다녀 결국 한국까지 도망을 왔다는 것이다. 


사실 나는 경찰이 된 이후부터 수많은 불편하신 분들을 만나 왔다. 내 전공이 심리학인지라 대학생 때 보았던 수많은 사례들을 거의 매일 대면하며 살고 있다. 그녀는 그들과 달랐다. 한국말보다 영어가 자연스러웠던 그녀의 영어는 정확했으며 정확한 슬랭들을 구사하였다. 


  "흠.. 어떡하죠 주임님? 너무 사실적인데요?"

나와 당시 함께 일하셨던 배테랑 엘리트 주임님도 쉽게 단언하지 못하였다. 그러면서 벤치에 앉아 가쁘게 이야기했던 중년의 여성분께서는 다시한번 다급하게 이야기했다.

  "제발 도와주세요! 제 가족과 제가 모두 위험해요!" 그녀의 진술은 흐트러짐 없이 정확했고 눈은 또렷했다.


그렇다 우리는 결정하였다. 그녀의 말을 믿어보기로 !

그녀를 안전히 집으로 귀가시킨 후 우리는 지구대로 달려가 가족들부터 해서 소재를 파악해보기로 했다.

모든 내용이 사실이었던 것에 우리는 점점 더 놀라기 시작하면서 해당 내용의 갈피를 잡고 경찰서 직원들까지 통화를 하며 협조를 구하고 있었다. 


사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지금 그들이 한국에 도착하였으며 미처 도망치지 못한 자신의 동생의 목숨이 위험하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조금만 더 늦었으면 우리는 어쩌면 진짜로 수많은 경찰인력을 소비할 "뻔" 했다.


바로 한통의 전화 때문이었다. 


  "띠리리! 띠리리!"

  "네 감사합니다 OO지구대 순경 OOO입니다 ~"

비슷한 톤의 중년여성의 어머니였다. 


  "제 딸이 신고했었죠? 에휴 죄송해요, 제 딸이 가끔 오락가락해서 이래요~"

  "네? 지금 △△△님 어머님이시라구요? 위치가 어떻게 되시죠?"

  "제 위치는 XXX동 XXX빌라 입니다 ! 제 딸과 함께 있어요!!"


어느 순간 나는 또다시 순마를 그곳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속으로 나는 부디 이것이 진실이 아니기를 믿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현장을 확인해야했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직접 모든지 봐야했었다.


주소지에 도착한 우리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와..."

  "주임님 이 이름이 혹시.. 어머님 이름 아닌가요?"

  "뭐야, 그럼 설마 이 건물의 주인 ?"


주소지는 지하철 바로 앞에 위치한 으리으리하고 멀끔한 고층 빌딩이었고 도움이 필요한 여성분의 어머니가 그 건물의 건물주였던 것이다.


비장한 표정으로 우리는 엘리베이터를 탔다. 이제 곧 밝혀질 모든 진실을 마주하러 가는 순간이었다. 어쩌면 새로운 문제 주머니를 여는 것일 수도 있었다. 그런 비장한 두명의 경찰관이 엘리베이터에 타자 엘리베이터 속 시민들은 당황해했다.


6층..

7층...

8층...

계속해서 엘리이터는 올라갔다.


최상층에 도착하자 깨끗한 대리석으로 지어진 멀끔한 또다른 공간이 나왔다.

그리고 우리는 그건물의 최상위 층에서 어머니를 볼 수 있었고 또 아까 우리를 마주하였던 신고자분을 마주할 수 있었다. 


  "에휴 안녕하세요 ^^ 바쁘시죠? 우리 딸리 미국에서 오래 살았는데 가끔 오락가락해서 얼마전에 같이 한국으로 왔어요 ^^ 번거롭게 해서 죄송해요 제 딸이 미국에서 교회 목사, 마약, 가족 등등 이야기했죠? 그게 주요 증상이에요 ~"


너무나도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말씀하시는 중년여성의 어머님과 그옆에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서있던 신고자를 보나 갑자기 허탈함에 웃음이 나왔다. 안도감의 웃음이랄까. 그녀가 그렇게 이야기했던 FBI는 그럼 무엇인가? 다 거짓이었단 말인가? 나는 살면서 이렇게 디테일한 거짓말을 본 적이 없었다. 


우리는 혹시나 모를 사실을 위해 지금 우리 앞에 서 있는 "어머니"란 사람의 신원도 모두 조사하였다. 우리더러 오히려 누구냐며 왜왔냐는 "신고자"를 보며 나는 정말 웃음이 나왔다.


  "와..정말 이럴수가 있다구요?"

나는 돌아가는 순찰차안에서 이야기했다.

  "크흠.."

우리 지구대의 베태랑 주임님께서는 말이 없으셨다.


그렇다. 나는 경찰이 되며 내가 이제껏 마주하지 못했던 완전히 새로운 부류의 사람들을 마주하는 것이었다.

과연 그들은 어떤 세상을 살고 있을까? 난 지금도 가끔 그때의 일들을 떠올린다.

그녀가 했던 모든 디테일한 이야기들은 정말 한편의 이야기 그 이상이었다.


그날은 그렇게 조그만 물웅덩이 속 물고기가 바로 나였음을 깨달았다.


작가의 이전글 #1 제발 날 좀 보라구시라고요 !!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