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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그램 Aug 05. 2022

나이를 먹는다는 것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저마다의 생각이 다르듯 나또한 나만의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나만의 생각조차 시시각각 변한다는 사실이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상황에 따라 많은 의미를 내포한다. 

그러나 내가 오늘 말하고 싶은 것은 바로 외로움이 아닐까 싶다.


내가 일하는 곳에 단골고객분들이 계신다.

지금은 불현듯 사라진 단골고객분도 계시고 어느날 갑자기 툭하고

나타나신 분들도 계시는데 이분들의 공통점은 나이가 많으시다.


어느날이었다. 봄에 어울리는 형형색색의 알록달록한 옷을 입으신,

그래도 나름 단정한 운동화에 모자까지 착용하신 체구가 작은 할아버지께서는

문득 지구대로 들어오셔 자초지종을 설명하셨다.


  "안녕하세요, 어떤 일로 오셨나요?"

  "내가 얼마전에 이 서류를 받았는데 뭔지 설명좀 해주쇼"

  "네 한번 보여주세요 !"


그가 보여준 서류는 다름아닌 그의 재판에 대한 이야기였다.

  "선생님, 이 서류는 선생님께서 이 날짜에 공무집행방해를 하신거에 대해서 처분이 있다는 내용이에요~"


사실, 그때 나는 이미 눈치 챘던 것 같다.

이분은 내가 무슨 말을 하든 듣지 않으신다. 설명을 두번, 세번 친절히 드려도 듣지 않으신다.

그냥 누군가가 자신에게 말을 해주시기를 원하신 것 같았다.

난 대화를 중단했다.


  "그럼 이 서류는 뭔지 설명좀 해주쇼"

사실 그분에 대해 자세한 설명은 어렵지만 그분의 서류들을 보며 설명드리다 보니

젊은 시절 경찰들과 자주 마주했을 것을 예상할 수 있었다.


  "선생님, 지금 제가 드린 설명 이해되셨나요?"

역시나 그럴리는 없다. 그는 그냥 잠시 말동무가 필요한 것뿐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와 나는 한참을 집단 독백이라도 하듯 각자가 각자에게 서로 다른 말을 내놓았다.


그때였다, 나이 많은 주임님께서 "어르신, 이제 설명다되시지 않으셨나요?"라고하자 불쑥 자리에서 일어나

지구대를 떠났다.


이 할아버지는 사실 몇 번이고 다양한 방식으로 같은 서류를 들고와 같은 레퍼토리를 반복하였다.

다음날, 다다음날, 어쩌다 갑자기 그 다음주에 방문하는 등 근 2달간 자주 나타나고는 하셨다.


그런 그에게 나도 모르게 태도가 점차 변해버렸나보다.


  "허허, 김순경 자네도 결국 지치는구만!"

팀장님께서 웃으시며 그를 대하는 나의 태도가 변해감을 말씀하셨다.


어느날 문득 그 할아버지는 나타나지 않으셨다. 재판에 대한 한 법원문서를 가지고 오셔서 설명해달라셨다.

그리고 그 재판에 대해 화를 내셨다. 그 재판의 결정에 의해 그 할아버지는 더이상 나타지 않으셨다.


사실, 그 누구도 그 할아버지를 회상하거나 떠올리지는 않지만 나는 가끔 그 할아버지를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외로우시구나.


먹어가는 나이에, 말동무는 없이, 그저 누군가가 자신에게 말을 해주기를 원하셨구나.

사실 그 내용은 상관없이 나이를 먹는다는것은 이런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한편으로는 저렇게 늙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늙는다는 것에 대해 나는 별다른 꾸밈하는 것을 싫어한다.

늙는다는 것은 말그대로 늙는 것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람은 늙어간다.


문제는 그 "시간" 속에서 각자 저마다 어떠한 "삶"을 살아왔는지가 중요한 것이지 

늙음 그 자체가 특정한 지혜나 노련함을 가져다 주지 않는다고 난 생각한다.


지금은 사라진 그자 제시한 서류들을 보며 어찌보면 그에게 삶은 무엇이었을까?

외로움이었을 것 같다.

그리고 그는 또 다시 자신에게 가장 익숙한 형태의 삶 속으로 들어갔으리라 나는 예상하고 있다.


부디 내 삶의 늙음은 다른 형태를 취하길 간절히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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