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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그램 Aug 08. 2022

아ㅆ, 괜히 신고했다.

그러게 왜 신고를 했을까.

그러게 왜 신고를 할까.


나는 개인적으로 매일 드는 의문 중 하나이며 아직까지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이다.

물론 나는 그분들을 존중하며 언제나 친절히 응대를 한다.


  "띵동"


  "이거 여기 앞에서 주웠어요."


'이거'는 무엇이고, '여기 앞'은 무엇일까?

문이 열리며 오늘도 들어오시는 민원인분께서는 길에서 주우신 체크카드 한장을 우리에게 "툭" 던지며 지구대를 바로 뛰쳐나가신다. 이것은 갑자기 시작된 학창시절의 술래잡기, 술래는 순경인 나이다. 사실 나는 이 상황이 즐거워 마스크 뒤로 항상 웃고 있었던 것 같다. 


  "잠시만요 !!! 잠시만요 !!!!"


대부분이 그러하다. 

내가 가장 매일 마주치는, 심지어 하루라로 마주하지 않으면 언제올까 기다려지는 그분들은 바로 길에서 주우신 물건을 지구대로 가져다주시는 분들이시다.


나 또한 주인 잃은 물건을 보면 주인이 잘 찾아갔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문제는 본의아니게 이것도 일종의 민원이라 우리에게 습득물을 준다 -> 간단한 소유권 주장을 위해 개인정보를 작성해야한다 -> 개인정보 작성동의서를 작성해야한다 -> 동시에 물건 습득 장소, 시간, 경위 등에 대해 설명해야한다 -> 그리고 습득물을 주인에게 찾아주라는 민원이 정상적으로 접수가 된다. 의 프로세스를 거쳐야하는데 이 과정에서 대뜸 짜증을 내신다. 나도 마음이 아프다.


"선생님, 저희가 습득물 인계시 LOST112 접수를 위해 간단한 개인정보를 받고 있어요. 이 서류 한장 작성 부탁드립니다 ! 또한 분실물의 주인이 6개월 이상 나타나지 않을 경우 선생님께서 소유권을 주장하실 수 있으신데 그렇기 위해서 정보가 필요합니다."


반응이 제각기 다르다.

"어머! 이런것도 해야해요?"

"제가 왜요? 나중에 전화와서 뭐 묻고 이러는거에요?"

"아씨, 왜 바쁜사람 붙잡고 귀찮게 그래 ! 그냥 알아서 찾으면 되잖아"

"아 ㅎ 알았어요 하나 작성하죠 뭐"


결국 모두 작성은 해주시지만 "경찰"에게 "개인정보"와 "서명"을 넘긴다는 것은 여간 찜찜한 일이 아니다.

결국에는 문을 열고 나갈 때, 혹은 서류를 마칠 때 쯤 한마디씩 하신다.


"괜히 신고 했다."

"이럴거면 누가 신고를 해?"


나도 묻고 싶다. 

왜 이렇게 업무 처리가 번거로운지, 선의를 위해 지구대를 방문하신 분들이 왜 인상을 쓰셔야만 하는지, 그분들이 바로바로 물건만 주고 갈 수 있는 예를들면 당근마켓처럼 온라인으로 접수 가능한 분실물처리 시스템은 없는지 경찰 고위직분께 여쭙고 싶다.


지금 경찰이 사용중인 LOST112 시스템은 그렇지 않다.


또한 대부분의 습득물은 신용카드, 체크카드, 작은 가방, 지갑, 휴대폰이 대다수를, 거의 전부를 차지한다.

지갑, 휴대폰은 그렇다 하더라도 대부분 중의 대부분인 카드는 사실 지구대로 가져오는게 더 주인이 찾기 힘들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 


사실 그렇다. 나 또한 지갑을 잃어버린 적이 있어 심장이 덜컥하고 내려앉는 듯한 당혹감을 느껴본 바가 있는 사람으로서 누군가의 소중한 물건을 습득해주신 분들께 우선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왜냐하면 순수히 누군가를 위해 지구대를 방문한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내 생각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대/파출소로 방문하시는 분들을 보며 한편으로는 아직까지 한국에 남아있는 "인정"이라는 것이 이러한 형태를 띄고 있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든다.


얼마 남아있지 않는 한국의 "인정"을 위해서, 나는 오늘도 친절히 누군가를 위해 먼 걸음을 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미소를 지으며 맞이한다. 내가 "따스한 인정"을 가지고 방문하시는 시민들을 만족시켜드린다면 결국 그것이 돌고돌아 우리 한국 사회가 조금 더 "따스해"지지 않을까? 조금 우스울수도 있지만 나는 그런 작은 사명감을 지닌 채 습득물 접수를 한다. 그런 비장한 표정의 나를 보며 팀원 선배님들은 나를 보며 사실 피식 웃으시는 것 같기도 하다. 동시에 나는 이러한 시스템이 개선되기를 기원한다.


길에서 주운 물건을 접수하기 위해 지구대/파출소를 방문하실 시민분들께 우리의 업무가 그러한 거니 너무 당혹해하지 마시라, 경찰이 내미는 종이컵의 시원한 물 한잔, 따스한 차 한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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