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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서조 Nov 17. 2022

파스칼 키나르 지음 《신비한 결속》

프랑스 소설

제목에 이끌려 읽었다. ‘신비한 결속’ 무엇에 관한 이야기인지 궁금했다. 

프랑스 소설이다. 주인공 ‘클레르’는 딸 둘을 낳고 이혼하고 혼자 사는 여자다. 

짧은 결혼 생활을 하기 전부터 어렸을 때부터 같은 동네에서 살면서 연인관계로 사귄 오직 한 남자 ‘시몽’ 만사랑 하며 그의 주위를 맴돌며 혼자 산다.     


  이 소설에는 클레르, 시몽, 클레르의 남동생, 신부 장, 딸, 동창생, 가정부 등 클레르를 둘러싼 인물들이 등장한다. 소설의 구성은 각자의 입장에서 클레를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동생의 입장, 이웃의 입장, 친구의 입장, 애인의 입장에서 주인공의 행적과 생각을 자신이 입장에서 각색해 이야기한다. 우리의 삶도 이와 같으리라.      


일전에 읽은 책에 “우리가 보는 것이 진실이 아니라 눈에서 받아들인 현상을 뇌에서 시신경이 자극받는 데로 비춰지는 것일 뿐이다.”는 글을 읽었다. 동감한다. 

내가 느끼는 사물은 사람이든, 풍경이든, 물체든 나의 뇌가 만들어낸 상(像)일 뿐이다. 

소설에서 주인공 클레르를 보는 사람들도 자신의 생각과 자기의 뇌에서 만들어진 ‘클레르’라는 상을 이야기하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그 생각들은 그 사람만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에게 보이는 현상도 그만이 알 수 있는 것이다. 타인은 절대 알 수 없는 것이다.     


  클레르와 시몽의 사랑을 주제로 하면서 작가는 왜 ‘신비한 결속’이라는 제목을 붙였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책 첫 머리에 구약성서 롯기 제1장 16~17절에 “그가 가는 곳에 나도 가리라. 그가 사는 곳에 나도 머물겠노라. 그가 죽는 곳에 나도 묻히리라.”라는 경구를 인용했다. 소설의 중간에 시몽은 죽는다. 


시몽의 죽음이 클레르에게 평화를 가져온다. 작가는 “시몽이 사망하자 평화가 도래했다. 클레르에게 야릇하고 총체적인 평화가 찾아들었다. 모든게 완수되었다. 사랑이 떠나간 이 세계에서 누나는 여전히 떠돌았다. 그리고 모든 게 이미 오래전에 끝나버렸다는 듯이, 그 사랑을 멀리서 지켜보았다.”라고 동생 폴의 입을 빌려 말하고 있다. 클레르와 시몽의 사랑은 결혼하고 동거하지 않아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항상 같은 ‘곳’에 존재하는 것, 이것이 ‘신비한 결속’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시절 음악선생이 죽음을 앞두고 클레르에게 딸이 되어 줄 것을 요청한다. 인생의 끝자락에서 정리하려는 마음이 세밀하게 묘사되어있다. 자기가 이루어 놓은 재산의 처리 문제, 마지막 가는 길에 대한 두려움, 누군가 의지할 사람을 두고 싶은 노인의 심정이 가슴에 와닿는다. 일전에 책장을 가득 채웠던 공모전과 개인전을 하며 만들고 애지중지 모아온 도록이랑 서적들을 아들에게 정리하라고 했다. 이제 유품이라는 것을 남기는 것도 살아갈 사람에게 부담을 주는 같아서 우선 물건에 대한 것부터 버리는 것이 맞다. 는 생각이다.   

  

  폴과 동성애를 하는 신부 ‘장’의 말이다. “나는 폴을 사랑했고, 남매 커플에겐 감탄했다. 둘을 결합시킨 결속 관계에 매료되었다. 하나가 무슨 짓을 해도 그로 인해 서로의 애정에 금이 가는 일 따위는 없었다. 동생이나 누나나 서로의 직업, 결혼, 사직, 이혼을 통해 알게 된 어떤 허물도 전혀 문제 삼지 않았다. 특히 여하한 경우에도 평가하지 않았다. 둘 사이에 흐르는 감정은 사랑이 아니었다. 일종의 자동적인 용서도 아니었다. 그것은 신비한 결속이었다.” 작가는 ‘신비한 결속’에 대한 대답을 하고 있다.      


  결국 작가가 원하는 ‘사랑’이라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더라고 상대의 모든 것을 수용하고 이유 따위는 찾으려 애쓰지도 않고 서로 도우면 그만인 것. 심지어 자신이 갑작스런 욕망보다 상대의 변덕스런 기분에 더욱 자발적으로 호응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하여 점점 깊은 사색에 잠기게 한 책이다. 이 책을 읽다가 한국의 진중권 교수의 누나가 진은숙이며 독일에서 작곡가로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책 소개


신비한 결속. 파스칼 키나르 저, 송의경 옮김. 2015.05.30. ㈜문학과지성사. 318쪽


 파스칼 카나르(Pascal Quignard) 1948년 프랑스 베르뇌유쉬르이브르에서 출생, 1969년 첫 작품 [말 더듬는 존재] 를 출간. 뱅센 대학과 사회과학 고등연구원에서 강의 활동 [은밀한 생] 등 다수 집필, 2002년 콩쿠르 상 수상.     


송의경 –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 졸, 프랑스 액상프로방스 대학 박사과정 수료.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박사학위, 이화여대와 덕성여대에 출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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