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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서조 Nov 24. 2022

황영미 지음 ‘모범생의 생존법’

       

날씨 탓인가? 소설을 읽고 싶었다. 잠시 뭔가에 몰두해서 더위를 잊고 싶었다. 청소년을 주제로 한 소설이 끌렸다. 먼저 출간일을 보는 것이 습관이 됐다. 시대가 급하게 바뀌다 보니 소설도 2~3년이 지나면 현실과 맞지 않은 내용으로 진부해진다.      


이 소설은 고1 신입생을 주인공으로 엮어간다. 아빠가 의사인 준호는 명문고등학교에 수석으로 합격한다. 신입생부터 우열반을 가린다. 1등에서 30등까지 ‘정독실’이라는 스터디 교실에 배치된다. 그러나 그곳에서 있다가도 성적이 떨어지면 나가야 한다. 졸업 때까지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다. 준호는 친한 친구 건우와 함께 독서토론 동아리에 들어간다. 그곳에서 회장인 보나와 하림이를 사귄다. 소설을 통해 현재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의 생각을 엿본다.     


준호의 아버지는 의사지만 돈벌이는 관심이 없다. 봉사활동으로 돌아다니다 암에 걸렸다. 결국 아버지는 요양을 하러 시골에 내려간다. 엄마도 아버지의 병간호를 위해 같이 간다. 준호는 삼촌과 함께 학교 근처에서 지낸다. 요즘 청소년들이 ‘줄임말’에 익숙한 것은 알았지만 소설에도 나온 것을 보니 생소하다. ‘자만추’, ‘아만추’, ‘인만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풀어쓴 말을 보니 ‘아만추’는 아무나 만난다. ‘자만추’는 자연스러운 만남을 추구한다. ‘인만추’는 소개팅이나 sns에서 사진보고 인위적인 만남을 뜻한다. 준호는 ‘자만추’ 스타일을 선호한다.     


준호가 전교 수석으로 입학한 것은 입학식 때 선서를 하면서 동급생들에게 소문이 난다. 그 학교에서 제일 예쁜 여학생 하림이가 준호에게 데이트를 신청한다. 둘은 사귀지만, 준호는 겉도는 느낌을 받는다. 전교 수석을 유지하기 위해 중간고사, 수시고사 등 이어지는 시험에서 1등을 유지해야 한다. 그런데 중간고사에서 성적이 떨어졌다. ‘정독실’에서 나가야 할 판이다. 소설이지만 우리나라의 고등학교 학생들이 겪는 현실인 것 같다. 고등학교 3년이 대학을 판가름하고 좋은 대학에서 좋은 스팩을 쌓아야 사회 진출이 무난해질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고민한다. 부모님 말을 잘 듣고 새벽부터 학원으로 야간자율학습으로 또 학원으로 이어지는 고딩의 삶이 고스란히 나타난다.     


준호의 부모는 그나마 준호의 의사를 존중한다. 공부보다 행복이 우선이라고 인정한다. 준호 아버지는 “그냥 하는 거야. 그냥 내 앞에 놓인 것들에 많은 이유를 달지 않고 그냥, 일단 하는 거지. 결과는 어차피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결과를 생각하니까 불안한 거거든.” 준호는 방황한다. 명문고를 포기하고 부모님과 같이 살면서 그곳에 있는 학교로 전학 가고 싶다.라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동아리 친구 하림이와 친하게 지내면서 전학을 포기한다.      


‘정독실’을 나와서 독서실로 간다. 독서실에 가서 앉으면서 “LED 등을 켜니 저절로 공부하고 싶어졌다.”라고 주문을 건다.      

존재하기는 하나 만질 수도, 볼 수도 없는 것들이 있다. 하늘에 있으나 보이지 않는 별처럼 나는 마음이 어떤 방향으로 굴러가는지 몰랐다. 늘 그랬다. 나는 모범생답게 마음이 시키는 일보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며 살았다.     


그동안 나는 짝사랑만 했다. 대상을 내 마음대로 상상해 버리고 내 마음대로 관계를 규정지었다. 그저 내가 만든 허상을 좋아했을 분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내 마음에 안개가 걷히니 당장 뭘 해야 할지 판단이 섰다.


고등학교 시절 나는 이 소설의 아이들처럼 열심히 공부하고 고민하고 살았던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긴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청춘은 좋을 것이다. 재미있게 잘 읽었다.     


책 소개     


모범생의 생존법. 황영미 지음. 2021.10.27. ㈜문학동네. 189쪽. 11,500원.

  

황영미. 제9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을 받았다. 수상작 『체리 새우: 비밀글입니다』는 그해 ‘서점인이 뽑은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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