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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서조 Nov 29. 2022

레이 달리오 지음. ‘변화하는 세계질서’

지나간 역사를 거울삼아 다가올 미래를 예측하는 것

이 책은 한라도서관 실버독서회 토론용 도서로 읽었다. 책에 관한 선입감은 너무 두껍고 딱딱한 양장본 표지로 되어있어서 완독은 힘들고 읽다가 베개로 사용하기 좋겠다는 느낌이었다.


서문에 자가 이 책을 쓰게 된 동기와 과정을 서술한 것을 흥미롭게 읽었다. 지루해할 독자를 위해 친절하게 ‘두꺼운 글씨 또는 ‘●’표시가 된 부분만 읽어도 된다.라고 설명해 놨다. 그렇지만 전부 읽게 된다. 왜? 궁금해서.     


책의 요지는 지나간 역사를 거울삼아 다가올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다. 과거의 제국들 대영제국, 네델란드, 중국왕조 등 흥망성쇠에는 일정한 빅 사이클이 있었다. 역사도 생물체처럼 라이프 사이클이 있어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넘어가면서 발전한다. 정말 큰 호황과 불황은 살면서 한 번 겪을까 말까 하므로, 몇 세대에 걸친 역사를 공부하지 않은 보통 사람들은 상상할 수 없다. 호황과 불황 사이의 간격이 길기 때문에 우리가 마주하게 될 미래는 사람들이 예상하는 것과 많이 다를 것이다.     


역사를 공부한 사람은 그 어떤 정부, 경제 체제, 통화, 제국도 영원히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그것들이 무너질 때 경악하면서 같이 무너진다. 미래를 예측하고 대처하는 능력은 변화를 발생시키는 인과 관계를 제대로 이해하는 능력에 달려 있으며, 그 능력은 과거에 그것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연구해야만 알 수 있다.     


사람들이 인생에 찾아온 중요한 기회를 놓치는 이유는 아주 작은 조각밖에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보다 큰 구도에서 패턴과 사이클, 기회를 만들어내는 상호 연결된 요소들, 사이클 내 현재 우리의 위치, 향후 발생할 사건 등은 보지 못하고 개미처럼 짧은 인생에서 눈앞의 빵 부스러기를 옮기는 데만 정신이 팔려있다. 장기 부채와 자본시장의 사이클은 일반적으로 50년에서 100년 정도 걸린다.     

나 정도의 나이가 되면 무언가를 더 이루겠다고 혼자 노력하는 것보다는 내가 배운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게 더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어느 시대, 어느 국가에서든 부자란 부를 생산하는 수단을 가진 사람이다. 부를 유지하고 키우기 위해 부자들은 정치적 권력을 가진 사람들과 손잡고 공생 관계를 형성해서 법을 제정하고 강제로 집행했다. 장기간에 걸쳐 이런 역학 관계가 지속되면 매우 소수의 사람만이 엄청난 부와 권력을 차지하게 되고, 그 격차가 심화되다가 불경기가 오면 가난한 취약 계층이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된다. 갈등이 고조되고 결국 내란이나 혁명이 발생한다. 이런 식으로 갈등이 해소되고 새로운 질서가 형성되면 새로운 사이클이 다시 시작된다.


가장 중요한 3개의 사이클은 ‘장기 부채 및 자본시장 사이클’, ‘국내 질서와 혼란의 사이클’, ‘국제질서와 혼란의 사이클’이다. 이 사이클은 인간의 기본적 라이프 사이클이 변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무리 시대가 바뀌어도 기본 틀은 변하지 않는다. 시간이 흐른다고 사람의 본성이 바뀌지 않는 것과도 마찬가지다. 공포, 탐욕, 질투 그리고 기타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은 항상 같으며 그 영향으로 사이클이 발생하는 것이다.


삶이란 체스나 바둑처럼 움직임 하나하나가 어떤 결과를 낳는데, 다른 사람들보다 이것을 특히 잘하는 사람이 있다. 타협이 불가능한 의견 차이는 다투는 한이 있더라도 결론을 내야 한다. 이것은 협상으로 해결될 성질이 아니기 때문이다.     


당신이 속한 사회의 구성원과 당신은 무엇을 위해 기꺼이 죽을 준비가 되어있는가? 사람들은 가장 애정을 느끼는 ‘자기’를 지키기 위해 모든 힘을 쏟을 것이므로 이것이 무엇이냐에 따라 행동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개인의 안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병역을 기피 할 때보다는 국가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희생하겠다고 하면 국가가 더 오래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     


작금의 우리나라는 어떤 상황일까? 통합인가, 분열인가? 어느 단계부터 어느 단계까지 발생 중인가? 이 변화가 당신과 미래에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한 국가의 성장과 쇠퇴는 심리적, 경제적 사이클과 일치한다.

1단계, 국민과 국가 모두 실제로 빈곤하고 스스로도 빈곤하다고 느낀다.

2단계, 국민과 국가는 부유한데도 스스로 가난하다고 생각한다.     

3단계, 국민과 국가 모두 부유하며 스스로도 부유하다고 생각한다. 3단계에서는 소득이 높아지기 때문에 인건비가 크게 상승한다. 삶의 지향점이 열심히 일하고 저축해서 어려운 시기에 대비하는 것에서 멋진 것을 여유 있게 즐기는 것으로 바뀐다. 소비가 늘어나고 예술과 학문이 꽃을 피운다. 어려운 시기를 겪어보지 못한 세대가 인구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면서 인생관의 변화가 대세가 된다. 사고방식을 변화에 따라 근로시간이 감소하며(주 6일에서 5일로) 레저 비용 등이 큰 폭으로 증가한다.     


4단계, 국민과 국가의 현실은 가난한데 스스로는 여전히 부자라고 생각한다. 이 단계에서는 소득보다 부채가 더 많다. 부채 증가의 원인은 1, 2단계를 경험한 사람들이 전부 사망했거나 별 역할을 하지 못하는 처지로 전락하고 풍요로운 환경에서 성장한 가난과 근심을 모르는 세대가 사회 중심으로 떠오르기 때문이다. 근로자는 많이 벌어 많이 쓰기 때문에 인건비가 높고 이로 인해 실질 임금 성장률이 둔화된다. 그러나 소비는 줄일 수 없으니 저축은 줄고 대출이 늘어나면서 질서를 무시하는 사회가 된다.     


5단계, 국민과 국가가 실제로 가난하고 스스로도 가난하다고 생각한다. 이 단계에서는 거품이 붕괴되고 디레버리징Deleveraging 부채축소이 발생하며 사채 규모가 커진다. 국가 채무와 재정 적자 규모가 커지면 중앙은행의 ‘돈 찍어내기Printing of money’가 늘어난다. 정부는 실질금리를 내리고 명목 GDP 성장률이 명목 금리를 충분히 상회하도록 조정하여 부채 부담을 줄인다. 저금리 정책으로 통화가치가 절하되어 불황이 발생하면 채권자산과 주식자산Equity asset 수익률이 저조해진다.          


사이클의 6단계에 대한 탐구에 의하면 나는 지금 대한민국의 상황은 4단계(과잉의 시대, 거품번영 단계)를 지나서 5단계(재정 악화와 갈등의 심화)로 진행되었다고 생각한다.


국민의 분노가 축적되어 누군가 자신들의 입장을 정치적으로 대변해주기를 바랄 때 포퓰리스트들이 권력을 잡는다. 이 지도자는 좌파일 수도 있고 우파일 수도 있지만, 극단주의적 성향이 강하며 국민의 감정에 호소한다. 이들은 비협조적이고 대립을 추구하며 포용하기보다는 배척하려 한다. 포퓰리즘이 나타나면 신호로 생각하고 주의하라. 포퓰리즘과 양극화가 심할수록 5단계가 많이 진행되었으며 혁명과 내전이 멀지 않았다고 생각하라. 5단계에는 그래도 중도파가 조금 남아 있지만 6단계로 넘어가면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이 상태에서는 ‘진실이 사라진 언론’이 등장한다. 좌파적 경향의 언론인은 좌파의 활동가들과 힘을 합치고, 우파적 경향의 언론인은 우파의 활동가들과 같이 행동한다. 언론은 마치 자경단처럼 거칠어진다.

특히 최악의 재정수지 적자, 과소비, 내부의 분규와 혼란, 그리고 중요한 국제 문제 등이 극단적으로 전개되면 국가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며 권력 투쟁이 발생한다.      


요즘 정치에 ‘개딸’ 같은 팬덤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내 편이 아니면 적이다. 타도의 대상이고 협상의 대상은 없다. 이런 현상이 점점 심화되고 있다. 북한의 핵폭탄 위협보다는 일본의 욱일기가 더 문제가 된다. 내 편의 승리만이 최후의 목적이 되면 비윤리적인 투쟁은 점점 폭력적으로 변하다. 모든 사람에게 투쟁하는 목적이 있고 그 어떤 것도 서로 합의할 수 없다면 그 시스템은 곧 내전이나 혁명에 빠지게 된다.


민주주의의 가장 큰 위협은 분열되고 상반되는 의사결정 때문에 비효율적으로 체제가 운영되다가 국가가 제대로 돌아가기를 원하는 사람들의 요구에 부합해 인기 있는 독재자가 나타나 혁명을 일으키는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은 국가를 단결시키고 반대파를 설득해 모든 사람이 공정하고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새로운 질서(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생산적인 질서)를 수립해야 한다. 이 시기를 슬기롭게 극복하지 않으면 내전이나 혁명이 일어난다. 또 외부의 침략도 가세한다. 내전은 대개 참혹하다. 우리는 이미 6.25 전쟁을 겪었다. 전쟁이 발생하면 전투는 참혹하므로 승리하기 위해서 무슨 짓이라도 할 만큼 냉혹하다.    

 

국제질서는 국제법이 아니라 정글의 법칙을 따른다. 국가 간의 분규에는 5가지 있다.

무역/경제 전쟁: 관세, 수입 및 수출 장벽 등 경제적 타격을 입히기 위한 방법으로 발생하는 전쟁.

기술 전쟁: 국가 안보를 위한 기술 유출을 차단하기 위한 전쟁.

지정학적 전쟁: 영토와 동맹에 관한 분규로 전쟁이 아닌 협상과 약속으로 해결한다.

자본 전쟁: 기관과 정부에 대한 자금과 신용 공급 중지 같은 제재 조치와 해외 자본 유입 금지처럼 금융 수단을 통한 제재로 발생하는 전쟁

군사 전쟁: 실제 발포와 군대의 배치가 이루어지는 전쟁.

전쟁의 목적은 부와 권력을 쟁취하고 이와 관련된 사상을 전파하기 위함이다. 대부분의 경우 경쟁국 간에 앞의 4가지 전쟁이 점점 심화되다가 결국 전쟁이 발생한다. 전쟁과 관련하여 확실한 것은 전쟁은 절대로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으며, 상상한 것보다 더 참혹하다는 것이다.     


모든 시장은 기본적으로 4개의 결정 요인에 의해 작동한다. 성장률, 물가 상승률, 리스크 프리미엄, 그리고 할인율이다. 투자란 미래에 돌려받을 돈을 기대하고 현재에 지불하는 행위다. 미래에 받을 금액은 성장률과 물가 상승률에 의해 결정되며, 투자자가 현금을 보유하지 않고 투자함으로써 감수하는 위험은 리스크 프리미엄이다. 그리고 미래에 받을 돈의 ‘현재 가치’는 할인율에 의해 결정된다. 이 4가지 결정 요인이 어떻게 변화하느냐에 따라 투자 수익률이 달라진다.


신용을 창출한다는 의미는 돈을 갚겠다는 약속을 하고 구매력을 창출하는 것이므로 단기적으로는 경기 부양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불황을 낳는 효과가 발생한다.     


지난 150년 동안 발명되거나 발견되어 우리 삶에서 빠질 수 없는 존재가 된 것들 전화(1876), 전구(1879), 내연기관 자동차(1885), 라디오(1895), 영화(1895), 비행기(1903), 텔레비전(1926), 항생제(1928), 컴퓨터(1939), 핵무기(1945), 원자력 발전소(1951), GPS(1973), 온라인 쇼핑(1979), 인터넷(1983), 온라인 검색(1990), 온라인 뱅킹(1995), 소셜 미디어(1997), 와이파이(1998), 아이폰(2007), 유전자 편집(2012), 등 인류의 창의적인 진화가 가속화되고 있으며 대부분 그로부터 혜택을 받을 것이다.     


컴퓨터와 인간의 능력은 점차 더 빠른 속도로 발전할 것이다. AI를 결합한 양자 컴퓨팅의 발전과 폭넓은 활용은 이전에는 상상조차 못했던 수준으로 학습과 개선 속도를 끌어올리고 전 세계 부와 권력을 바꿔놓을 것이다. 향후 5~20년 후에 이러한 변화가 다채롭게 나타날 것이다. 인류가 존속하는 한 창의성과 생활 수준의 향상은 훨씬 빠르게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이 책은 저자가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분석했다. 아시아에서는 중국, 인도, 일본만 분석했다. 싱가포르, 대만도 등장하지만, 중국과 유럽을 분석하기 위한 것이었다. 한국이 세계 7위라는 것은 우리만 아는 사실 같다. OPEC 대부분의 국가가 이 책에 등장하는데 대한민국은 없다. 아쉽다.     


참고사항

지은이가 운용하는 웹사이트

http://economicprinciples.org 

계속 자료를 업데이트하고 있으며 공개하고 있다.     


책 소개     


변화하는 세계 질서. 레이 달리오 지음. 송이루, 조용빈 옮김. 2022.06.01. 한빛비즈(주). 616쪽. 38,000원.      


레이 달리오Ray Dalio. 글로벌 메크로 투자자로 활동해왔다.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헤지펀드를 운용하는 업계 최고의 기관 투자 회사인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설립자이자 공동 최고운용책임자CEO이다.

미국 롱아일랜드 출신, 12살 때 처음 투자하기 시작, 26살의 나이에 브리지워터를 설립 〈포천〉이 평가한 미국에서 다섯 번째로 중요한 민간 기업으로 키워냈다. 저서 《원칙》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 아마존 올해의 비즈니스 서적 1위에 올랐다. 세계 30개 언어로 번역되어 300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     


송이루. 호주 맥퀴리대학교 금융경제학과 졸업,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 바른번역 글밥아카데미 수료.


조용빈. 서강대학교 영문학과 졸업, 현대자동차에 근무 중이다. 글밥아카데미 수료 바른번역 소속으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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