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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서조 Nov 30. 2022

샤론 르벨 엮음. 《삶의 기술》

-로마의 현자 에픽테토스에게 배우는 슬기롭게 사는 법.

 이 책은 로마시대 에펙테토스(Epictetus 55~135)가 한 강연을 그의 제자 플라비우스 아리아누스가 정리한 것이다. “어록”이라고 알려진 이 강연집은 원래 여덟 권이었으나 지금은 네 권만 남아있다. “어록”에서 뽑은 발췌문을 묶은 “편람”은 에픽테토스의 핵심적 가르침의 간결한 요약본이다. 이 어록과 편람을 샤론 르벨이 현대적 언어로 재편한 것이다.    

  

  에펙테토스는 서기 55년 로마 제국의 동쪽 변경에 프리키아의 히에라폴리스에서 노예로 태어났다. 그의 주인은 네로의 행정 비서관인 에파프로디토스였다. 에픽테토스는 어렸을 때부터 뛰어난 지적 재능을 보였다. 에파프로디토스는 그것을 눈여겨보았다가 나이가 어느 정도 들자 로마로 유학을 보냈다. 에픽테토스는 유명한 스토아 철학자 가이우스 무소니우스 루푸스의 가장 칭찬받는 제자가 되었고, 노예 신분을 벗어나 자유인이 되었다. 그의 제자들 가운데는 훗날 로마 제국의 황제가 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안토니우스가 있다.  

   

  이 천 년 전에 철학자가 강의한 내용이 지금도 회자되고 있는 이유는 에픽테토스는 철학의 일차적 과제가 보통 사람들이 일상적인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도록 돕고, 살다 보면 피할 수 없는 상실감이나 실망, 슬픔에 대처하도록 돕는 것이다.라고 생각했다. 그의 철학은 도덕적 가르침이되, 거기에서 감상이나 종교성, 형이상학적 횡설수설을 벗겨낸 것이다. 현존하는 그의 철학은 최선의 삶을 살기 위한 서양 최초의 또 최고의 길잡이로 평가되고 있다.     


  행복한 삶과 고결한 삶이 동의어라고 한다. 행복과 개인적 충족감은 옳은 일을 하는 데 따르는 자연스러운 결과물이다. 주변 상황은 기대에 따라주지 않는다. 일은 제멋대로 일어난다. 사람들은 자기 마음대로 행동한다. 따라서 실제로 얻는 것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눈을 뜨고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고, 그럼으로써 그릇된 애착으로 인한 고통을 덜고 피할 수 있는 화는 면하라. 어떤 일이 생겼을 때 당신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그 일에 대한 태도를 정하는 것뿐이다.


  예를 들어 자식이나 사랑하는 사람을 안을 때, 당신은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을 안는다는 것을 언제나 잊지 말라. 그러면 설혹 그들 가운데 하나가 죽는다 해도 당신은 평정한 마음으로 그 슬픔을 견디어낼 수 있다.  

   

  크고 공적인 일이든 작고 사사로운 일이든 모든 일에 자연의 법칙에 따라 행동하라. 당신의 의지를 자연과 조화시키는 것을 최고의 이상으로 삼아야 한다. 예를 들어 목욕할 때도 최선을 다해 자연과 조화를 이루어 목욕하려고 노력하라. 식사할 때도 최선을 다해 자연과 조화를 이루어 식사하려고 노력하라.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보다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다. 이 원칙을 제대로 이해하고 또 이 원칙에 따라 산다 해도 어려운 일은 생기겠지만-어려움도 신의 질서 가운데 한 부분이다.-그대에도 내적인 평화는 잃지 않을 수 있다.     


  사실 우리는 빼앗길 것이 아무것도 없다. 잃을 것이 없다. “잃어버렸다”라고 하지 말고 “왔던 곳으로 돌아갔다”라고 말할 때 내적 평화가 시작된다. 자식이 죽었나? 아이는 왔던 곳으로 돌아간 것이다. 짝이 죽었나? 당신 짝은 왔던 곳으로 돌아간 것이다. 재산과 땅을 빼앗겼나? 그 또한 왔던 곳으로 돌아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나그네가 여관에서 방을 아끼듯이, 세상이 당신에게 맡긴 것을 맡는 동안 소중히 아끼는 것이다.     


  이 천년 전이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세상은 똑같다. 좋든 싫든 삶과 자연은 우리가 바꿀 수 없는 법칙들의 지배를 받는다. 이 사실을 빨리 받아들일수록 마음도 더 편안해진다. 는 진리를 알고 있으면서 잊을 때가 많은 것이 삶이다. “자식이나 짝이 영원히 살기를 바라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그들이나 당신이나 다 죽을 운명이며 죽음의 법칙은 당신 손을 완전히 떠난 문제다.” 그러나 욕망에 휩쓸리지 않고 사실에 욕망을 맞추면 욕망 때문에 실망하지 않는 것이 가능하다. 그것은 우리 뜻대로 되기 때문이다.     


  이천 년 전 이 철학자는 “아무하고나 성관계를 갖지 말고, 특히 결혼 전에는 성교를 피하라. 성은 놀이가 아니다. 성에서 생기는 감정적이고 실제적인 결과들은 정말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는다. 이것을 무시하는 것은 자신을 천하게 만드는 것이고 인간관계의 의미를 무시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하고나 성관계를 가지는 사람이 있다해도 독선적으로 그 사람을 설득하려 하지 말라. 헌신적 관계라는 틀 내에서 이루어지는 적극적인 성생활은 두 사람을 완성하는 데 도움이 되며 융성하는 삶의 한 부분이기도 하다.” 라고 주장한다. 맞는 말이다.     


책 소개     


삶의 기술-로마의 현자 에픽테토스에게 배우는 슬기롭게 사는 법. 샤론 르벨 엮음. 정영목 옮김. 2020.12.01. ㈜교유당. 214쪽. 14,000원.     


샤론 르벨 ; 철학에 관한 글을 쓰고 뮤지션으로도 활동하며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에 살고 있다.


정영목 ; 번역가, 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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