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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서조 Nov 28. 2022

김소윤 소설 '난주'

신유박해 정난주에 관한 소설

이 소설은 조선조 순조 원년 신유박해(1801년) 당시 제주도 모슬포에 유배되어 살다가 무술년 이월 초하루(1838년 2월 1일, 음력) 생애를 마친 다산 정약용의 조카이자 '백서사건'으로 순교한 황사영의 부인 ‘정난주 마리아’에 관한 이야기다.     


제주도 제주시 외도동에는 2009년 1월 31일 첫 미사를 올린 ‘정난주성당’이 있다. 노형성당에서 외도동과 하귀성당에서 애월읍 광령리를 이양받아 신설되었다. 그때 나는 광령리에 살고 있어서 정난주성당을 다녔다. 다음 해인 2010년 외도 몽돌 해안에서 개최한 피정에 참석하였다가 장기기증도 하였다.     


    소설 줄거리는 조선시대 명문 세도가의 맏딸로 태어나 어려움 없이 자란 정난주는 어린 나이에 진사가 되어 장래가 촉망되는 황사영과 결혼하여 아들 경헌을 낳았다. 경헌이 두 살 되던 해 천주교도들에 대한 박해가 시작되었고, 남편은 참혹하게 처형당했다. 정난주와 시모는 관비가 되어 제주도와 거제도로 유배된다. 제주도로 가는 뱃길은 험했다. 배가 폭풍으로 추자도에 정박했을 때 정난주는 아들이 제주도에 유배되면 관비 신세가 될 것을 피하려고 추자도 외딴집에 놓고 두 살배기 아들 황경헌 저고리에 손가락을 깨물어 피로 ‘황경헌’이라는 이름을 쓴다. 그리고 홀로 제주도 유배 생활을 한다. 황경헌은 추자 주민 오씨에게 발견되어 추자도에서 어부로 살아간다. 정난주는 제주 유배 생활을 하면서 굳건한 신앙심으로 구휼소를 만든다. 그리고 죽기 일 년 전 추자에서 아들 황경헌과 산다.


1909년 제주성당 주임신부 라크루는 추자도를 방문하였다가 황우중이란 어부를 만난다. 그가 말하기를 증조모가 정난주 마리아란 이름을 가지고 있었는데, 제주에서 오래도록 관비로 지내다 무술년 추자도에 건너와 주부 황경헌과 해후하였다고 한다. 그는 제 아비로부터 전해 받은 편지첩을 신부에게 준다. 라크루 신부는 이 사실을 프랑스 전교지 〈카톨릭 선교〉에 소개했다. 그러나 편지는 제주4·3사건 때 사라져 버렸다.     


사람이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아직도 대답을 못 한다. 그러나 삶과 죽음이 일상이지만, 어떤 죽음은 죽음이 아닌 경우가 있다. 그것은 살아있는 사람들이 기억하고 그 존재를 인정할 때 그는 죽은 사람이 아니다. 200여 년 전에 죽은 정난주가 성당이 되어 환생하고 소설에서 살고 있다. 그리고 그녀의 삶을 인정한다.      


소설의 배경이 제주도인 만큼 과거 제주인의 삶을 기억하게 한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제주도는 척박하고 힘든 땅이었다. 거친 바다와 화산재로 만들어진 거친 땅, 종잡을 수 없이 변덕스러운 해양성 기후 등 사람이 살기에 적합하지 않았다. 모든 것이 부족했고, 배가 고팠다. 그리고 관헌의 수탈, 왜구의 침탈 모두 외지인들이 벌이는 제주인을 향한 폭력이었다. 소설을 읽으며 참담했던 과거가 새록새록 생각났다. 그래서 생겨난 말이 있다. “살암 시민 살아진다.” 산 사람은 힘들어도 살다 보면 살 수 있다.라는 제주 사람들만 아는 말이다. 작가의 노력에도 서투른 제주방언이 어색했지만, 제주의 척박함을 표현하려는 노력에 감사하다.   

  

“삶과 죽음이 늘 혀끝에 있다. 그러나 사람의 세 치 혀만큼 간사한 것이 또 있으랴. 오늘 나를 살린 말이 내일 나를 죽일는지 알 수 없다.” 제주 땅에 휘몰아쳤던 피바람이 그치자 산 자와 죽은 자가 명백해져 더 이상 혼란스러울 것이 없었다. 비틀비틀 불안하게 흘러가던 시간이 햇살의 눈금 너머 차분히 걷게 되고 질척거리던 땅 위로 아지랑이 모락모락 피어올라 향기로운 꽃이며 푸르른 초원의 발원을 재촉한다.


제주의 밤하늘은 육지보다 낮고 더 깊다. 사위스러운 붉은 놀이 먼 끝에서부터 슬그머니 퍼지다가 어느 순간 시커먼 어둠이 되어 거침없이 달려든다. 작가의 표현이다.     


제주와 정난주, 지금이나 옛날이나 사람 사는 것은 똑같다. 나를 던지고 상대를 위한 마음이 크면 세상은 무심하지 않다. 정난주는 그것을 실천하여 제주에 이름을 남겼다.     


책 소개     


난주. 김소윤 지음. 2018.11.19. ㈜은행나무. 342쪽. 14,000원.    


김소윤. 1980년 전북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2010년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물고기 우산〉이 당선되면서 등단. 한계레21 손바닥 문학상에 단편소설 〈벌레〉가, 2012년 제1회 자음과 모음 ‘나는 작가다’에 장편소설 〈코카브-곧 시간의 문이 열립니다〉가 당선됐다. 소설집으로 〈밤의 나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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