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인물은 피고, 변호사, 검사, 재판장 등 4명이다. 사람이 죽으면 가는 곳은 어디일까? 베르베르는 천국 대기소에 간다고 한다. 그의 다른 소설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희생적인 삶을 살지 못했다면 환생이라는 형을 받는 절차가 있다. 이 세상에서 살아온 이야기가 화면에 펼쳐진다. 전생도 펼쳐진다. 주인공은 고대 이집트에서부터 무수한 환생을 거쳤다. 천국 법정의 검사는 주인공이 자신이 타고난 재능을 등한시하고, 운명적 사랑에 실패함으로써 배신을 저질렀다고 한다. “성경에 나오는 달란트의 비유대로 최후의 심판에서 너는 단 하나의 질문을 받게 될 것이다. 너는 너의 재능을 어떻게 썼느냐?” 따라서 주인공에게 환생을 구형한다. 결국 환생을 선고받는다.
확실하게 환생을 멈추고 싶다면 영웅적인 죽음이 최상의 방법이다. 불 속에 뛰어들어 어린아이들을 구하다 질식사 하거나, 그런 죽음은 천국에 머무를 수 있는 점수를 많이 받을 수 있다. “난 지상에 돌아가 마음이 없어요. 지상은 지옥이에요. 우리는 무지하고 아무것도 이해 못해요. 여기는 모든 게 명확해요. 지상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다시 인간이 된다는, 결국 다시 무지해진다는 뜻이다.”
베르베르의 이야기는 언제나 기발한 생각으로 한 번 펼친 책을 끝까지 읽도록 만든다. 현실의 문제를 이야기 속에 넣어 촌철살인 유머로 제기한다. 바칼로레아가 권위를 상실했다는 말이 천국 법정에서 회자 된다. 과도한 흡연 문제, 마약과 근로 시간 문제 그리고 현실적인 삶의 문제를 웃음으로 만든다. 주인공의 시체에 있는 반지를 빼앗아 가는 화장터의 이야기는 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인생에 만약은 없다. 그러나 천상의 재판 법정에서 회고되는 삶은 그때 다른 선택을 하였다면, 이 가능하다. 주인공에게 첫사랑을 선택하지 않고 다른 여자와 결혼한 것을 추궁한다. 재능과 다른 직업을 선택하는 비겁함은 위험을 감수하기보다 편안함을 택하는 것이라고 비난한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에게 수호천사가 있다는 가정도 재미있다. 물에 빠져 죽을 뻔할 때 구조대가 나타나는 것도 우연이 아니라 수호천사가 하는 일이라고 한다. 어려운 시험에 합격하는 것도 교통사고가 날 뻔할 때 모면해주는 것도 모두 우연한 것이 아니라 수호천사의 보살핌이라고 한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긴 여행의 일부다. 형태를 바꾸어 계속 이어지는 과정에서 불교의 윤회처럼 영혼과 육신의 삶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살아가는 것과 죽어가는 것의 구별도 모호한 것이다. 별만큼 많은 문학작품을 읽는 이유도 별만큼 많을 것 같다. 재미있게 읽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 일곱 살 때부터 단편소설을 쓰기 시작한 타고난 글쟁이다. 1961년 프랑스 툴루즈에서 태어남, 법학을 전공하고 국립 언론학교에서 저널리즘을 공부했다. 1991년 개미를 출간, 전 세계 독자들을 사로잡으며 단숨에 주목받는 프랑스의 천재 작가로 떠올랐다.
전미연 : 서울대 불어불문학과,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불과를 졸업. 파리 제3대학 통번역대학원 번역 과정과 오타와 통번역대학원 번역학 박사 과정을 마쳤다. 전문번역가,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겸임 교수로 재직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