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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서조 Dec 05. 2022

이브 헤롤드 지음 《아무도 죽지 않는 세상》

트랜스휴머니즘의 시대

     

  “아무도 죽지 않는 세상”이 온다면 나는 어떻게 할까? 지금도 가끔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 가족과 이별 그리고 내가 아끼던 물건과 작별하는 날을 생각한다. 그런데 그런 날이 없어진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하나? 그래서 이 책을 읽게 됐다.


  이 책은 미국의 과학저술가 이브 헤롤드가 쓰고 서울대학교 소아과 전문의 출신이며, 캐나다 밴쿠버에 거주하면서 도서출판 꿈꿀자유 서울의학서적의 대표인 강병철이 번역했다.     


  책 머리에서 옮긴이는 “이미 인류는 어느 정도 스스로 진화 방향을 결정하고 있지만, 트랜스휴머니즘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한다면 스스로의 운명을 오롯이 손에 쥐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인간으로 남을까? 온갖 다른 생명체의 유전자를 이식받아 혼종 생물체가 될까? 뇌와 기억만 로봇의 몸체에 이식하여 불멸의 존재가 될까? 그때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사랑을 나누고, 아이들을 키우며, 어떻게 환경을 지키고 어디서 행복을 찾을까?” 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 모든 의문의 근본에는 궁극의 질문이 자리 잡고 있다. 결국 인간이란 무엇인가? 여기에 답하기가 어려운 이유는 우리가 끊임없이 변한다는 데 있다. 고 대답한다.     


  미래의 인간 ‘빅터’는 30대로 보이고 스스로 그렇게 느끼지만 사실 그는 250살이다. 인공심장과 인공췌장, 인공 팔, 컴퓨터 칩으로 교체한 망막세포, 뇌 속의 신경 이식으로 뇌 기능 강화, 나노로봇이 몸속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손상된 세포를 수리하고 암세포는 즉시 없애버린다. ‘빅터’의 이야기가 공상과학소설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그의 수명을 연장하고 능력을 강화한 첨단기술은 모두 현재 개발 중이다. 인간을 대상으로 시험 중인 것도 있다. 


이런 기술은 건강을 개선하고 상상을 초월한 정도로 수명을 연장할 것이다. 컴퓨터 기술, 초소형 전자공학, 기계공학, 유전자치료, 인지과학, 나노기술, 세포치료, 로봇공학 등이 결합한 다양한 의학 기술은 초기 단계지만 매우 빨리 발달하고 있다. 오늘날 속속 개발되는 강력한 기술들을 결합한다면 의학과 인간의 삶은 완전히 새로운 차원에 들어설 것이다. 


심장, 콩팥, 췌장, 폐, 망막, 심지어 뇌 일부까지 다양한 인공장기가 이미 사용 중이거나 개발되고 있다. 나노기술이나 원자 수준의 극소 기계 제작 기술이 실현된다면, 나노물질이 세포속으로 들어가 노화와 질병과 유전자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모든 손상을 복구하는 시대가 온다면,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 속에 놓일 것이다. 이렇게 인간이 신체와 정신을 극한까지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트랜스휴머니즘이라고 한다.     

 

  인공심장의 기초 기술은 오래전에 개발되었다. 1963년 ‘폴 윈첼’이 최초의 인공심장을 제작했다. 1983년 ‘자빅’이 개발한 인공심장이 최초로 인간에게 이식되었다. 이후 인공심장을 점점 정교해졌으며 이식받은 환자들 역시 점점 오래 살게 되었다. 더 작고 완벽하게 몸속에 집어 놓을 수 있는 제품이 개발된다면 심부전을 완치할 수 있을 것이다. 인공심장의 궁극적 목표는 소형화다.


심장을 이식받지 못하면 죽음을 택할 수밖에 없는 환자에게 ‘완전인공심장’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생명을 보장해주는 선물이며 점점 성능이 향상될 것이다. 심장병 환자가 선택할 수 있는 이식형 장치는 점점 늘고 있다. 심박동조율기, 심실 기능을 보조하는 양심실 보조장치, 위급한 상태를 벗어날 때까지 심장과 폐의 기능을 대신해주는 체외막산소공급장치, 심장의 작업부하를 최대 20펴센트까지 대신해주는 대동맥 내 풍선 펌프 좌심실 보조장치, 우심실 보조장치, 기계적 순환보조장치, 인공판막, 비정상적인 심박동이 감지되면 강력한 전기 충격을 가해 심장을 재설정하는 이식형 심박동 회복 제세동기 등이 있다.     


  머지않아 인공장기는 생체장기보다 더 강력한 성능과 내구성을 갖춰 치료 수준에 그치지 않고 인간 강화 단계에 이를지도 모른다. UCSF의 인공신장은 완전 체내 이식형으로 외부에 연결할 필요 없이 독립적으로 작동한다. 동력은 환자 자신이 혈압에서 얻는다. 배터리도 튜브도 전선도 필요 없으며, 투석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훨씬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두 부분으로 나뉜 커피 컵 크기의 장치 속에는 환자의 줄기세포에서 얻은 실제 신장 세포가 들어 있어 다른 사람의 신장을 이식받은 경우와 달리 면역을 억제할 필요가 없다. 이 인공신장은 이미 양, 돼지에서 시험에 성공했다. 머지않아 인간 대상 임상시험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 책에서 살펴본 모든 장치가 공통적으로 지닌 기능은 무선 컴퓨터 기술이다.      

군대는 생물학, 화학, 물리학, 기계공학, 전자공학, 소재공학 등을 결합하여 인체와 기계에 장착할 나노 단위의 초소형 센서, 열을 거의 흡수하지 않고 총알도 뚫을 수 없는 초강력 섬유, 병사들에게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고 생화학 무기를 무력화하는 입자들을 연구하는데 깊이 관여하고 있다. 전장에 적용되는 군의학 분야에서는 이미 혁신적인 성과를 여럿 거두었다. 성형수술 기법이 전투에서 입은 부상으로 흉측하게 변한 얼굴과 신체를 재건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다. 


페니실린도 1928년 발견되었지만, 수많은 부상병의 감염증을 치료하기 위해 2차대전 중에 대량생산 기술이 개발되었다. 상처 접착제는 베트남 전쟁 중에 개발되었다. 위성항법장치, 상하기 쉬운 식품과 의약품의 냉동건조 기술, 프로그램 가능한 컴퓨터, 전자레인지 등은 모두 군사 부문의 혁신이 일상생활에 침투한 예다.     


  인간이란 부분적 요소의 총합을 넘어서는 존재다. 유전적으로 물려받은 것, 살면서 경험한 것, 성취한 것을 모두 합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우리 욕망의 가장 깊은 곳에는 진정한 나를 발견하고 싶다는 욕구가 자리 잡고 있다. 삶이란 끊임없이 뭔가가 되는 과정이다. 경험은 점점 늘어나고, 우리는 좋은 쪽 또는 나쁜 쪽으로 변화하여 결국 처음 삶을 시작했을 때, 또는 한때 그랬었다고 생각하는 존재와 전혀 다른 존재가 되어 간다. 


가장 두려운 것은 알츠하이머병이 시작될 때 나타나는 가벼운 건망증이 정상적인 노화와 구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50세가 넘으면 누구나 자동차 키를 엉뚱한 곳에 두고 찾지 못할 때 혹시 치매가 시작된 것은 아닌지 의심한다. 의사들은 이렇게 구별한다. 키를 어디에 두었는지 잊어버렸다면 아닐 가능성이높다. 하지만 자동차 키를 보고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를 잊어버린다면 알츠하이머병일 가능성이있다. 


레이 커즈와일은 2050년경 인간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를 통해 죽음의 순간 뇌에 간직된 기억과 경험과 사고 패턴을 남김없이 슈퍼 컴퓨터에 다운로드할 능력을 갖게 된다고 전망했다. 마음과 성격을 고스란히 디지털화하고 그 정보를 로봇이나 다른 사람의 몸에 이식함으로써 ‘영생’을 누리는 것이다. 라고 전망한다.     


  1900년 미국인의 평균수명은 47세였다. 현재는 78.8세다. 21세기에는 훨씬 극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2011년 프랑스 연구팀은 100세 노인의 세포를 기증받아 만능 세포를 배양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초고령자의 성체세포에 도입하여 미분화 상태의 ‘만능’줄기세포로 되돌리는 데 성공했다. 초고령자의 성체세포를 만능 세포로 전환하는 기술이 성숙한다면 유전적으로 완벽하게 일치하는 새로운 조직과 장기를 배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장기는 노화의 징후를 전혀 나타내지 않고 평생 거부반응을 일으킬 염려도 없다. 언젠가는 몸속에서 자연스럽게 더 많은 성체 줄기세포를 만들어 저절로 손상된 조직이나 장기를 치유하는 방법도 나오지 않을까? 꿈처럼 들리겠지만 연구성과가 쌓이면서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그런 날이 올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수명연장 연구에서 매우 유망한 또 한 가지 분야는 합성생물학이다. 다른 생물의 노화 연구에서 얻은 다양한 전략을 통해 인간 게놈을 조작하는 기술이다. 나노기술은 몸속에서 표적 분자를 주의 깊게 파악한 후 정확히 그것을 겨냥하는 물질을 설계할 수 있다. 나노의학은 단백질, DNA, 효소, 아미노산 등 세포를 작동시키는 분자에 직접 작용하므로 기존 의학과는 아예 비교가 불가능하다. 나노 크기의 약물과 로봇은 세포와 조직을 쉽게 뚫고 들어가 가장 미세한 표적에 곧장 작용한다. 전통 의학이 어설프고 기껏해야 부분적 성공만 거두었다면 나노의학은 훨씬 효과적이니 치료를 약속한다.     


  2015년 DARPA(로봇경연대회) 에는 5개국에서 23종의 로봇이 출전하여 폴라리스 전천후 차량 조종, 차량에서 내리기, 문손잡이 조작하기, 밸브 돌려 잠그기, 벽면 기어오르기, 소켓에서 플러그를 뽑아 다른 소켓에 끼워놓기, 돌무더기 타고 넘기, 계단 오르기, 잔해 청소, 합판을 톱으로 켜기, 소방용 호스 사용 등의 과제를 놓고 우열을 가렸다. 평가 항목으로 과제 완수는 물로, 각 과제에 얼마나 시간이 걸렸는지를 측정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팀이 제작한 DRC-허보 라는 로봇이 다양한 동작을 매끄럽게 수행하며 불고 45분 만에 모든 과제를 마쳐 우승했다. 


애플과 구글의 최근 움직임은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두 개의 거대 기술기업이 지금까지와 규모가 다른 차원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사업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기술적인 면에서든 경제적인 면에서든 퍼스널 휴머노이드 로봇에서 소비산업이 미래를 지배할 엄청난 잠재력을 본 것이다. 


 끊임없이 향상되어야 한다는 인류 공통의 심리는 인간 강화라는 개념을 환영한다. 미래에 대한 공포와 전통적으로 지켜온 한계를 넘었을 때 어떤 문제가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못할 뿐이다. 더 건강해지고, 힘이 세지고, 똑똑해지고, 오래 살 수 있다는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 실질적으로 환경을 좌우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이제 현재 상태와 끊임없이 갈망하는 완벽한 상태 사이에 가로 놓인 장벽이라고는 우리 스스로 정한 한계만 남아 있을 뿐이다. 


걱정스러운 것은 거대한 부의 불균형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분배의 정의에 관한 문제다. 부유한 국가에서는 인간강화기술이 널리 보급되는 반면, 가난한 국가에서는 접근성이 크게 떨어진다면 결국 심각한 불평등이 야기되어 세상이 크게 불안정해질 것이다. 중요한 점은 더 건강하고, 똑똑하고, 아름다운 상태로 더 오래 사는 인간을 만드는 것이지 인간을 해파리로 변화시키는 것은 아니다.     


책 소개


아무도 죽지 않는 세상, 이브 헤롤드 저, 강병철 옮김. 2020.07.30. 꿈꿀자유 서울의학서적. 358쪽. 17,500원.     


이브 헤롤드(Eve Herold) 과학저술가. 첨단과학과 의학이 인간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폭넓게 탐구해왔다. 미국 정신의학회와 줄기세포 연구재단을 비롯하여 다양한 기관에서 홍보 및 대중 교육 등 주로 대중과 소통하는 일을 맡아 활동했다. 훨스트리트저널, 워싱턴포스트, 보스턴 글로브, 등에 생물학과 의학, 생명윤리, 노화와 임종, 인간과 사회와 기술의 관계에 대한 글을 쓰고 인터뷰를 했다. 


강병철 –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소아과 전문의가 되었다. 현재 캐나다 밴쿠버에 거주하며 번역가이자 출판인으로 살고 있다. 도서출판 꿈꿀자유 서울의학서적의 대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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