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소설 『인간연습』

by 안서조

오랜만에 조정래의 소설을 읽었다.

1943년생인 작가는 이제 80세다. 소설의 곳곳에 손주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작가의 말에서 “진정한 작가란 어느 시대, 어떤 정권하고든 불화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모든 권력이란 오류를 저지르게 되어있고, 진정한 작가는 그 오류들을 파헤치며 진실을 말하기 때문이다.”라고 한다.

그의 이념이 어떠하든 그의 소설은 재미있다.


이야기는 남파된 간첩 무기수 두 사람이 감옥에서 지내다가 전향(?)하고 나온 뒤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박동건은 일찍 결혼해서 자식이 있다. 출소하여 아내와 만났는데 아내와 화해하지 못하고 뇌출혈로 일찍 세상을 떠난다. 이 책의 주인공 ‘윤혁’은 공산주의 종주국 ‘쏘련’이 멸망하였다는 소식에 절망한다. 북한이 식량이 없어서 주민들이 굶어 죽는다는 진보 진영 기자의 현지 르포이야기를 전해 듣고 지금까지 사회주의 건설에 몸 바쳐 온 것이 허무하다. 부모를 잃은 고아 둘을 우연히 만나 삶의 희망으로 삼는다. 윤혁을 지원하는 운동권 출신 강민규를 통해 번역일과 자서전을 쓰면서 보육원으로 거처를 옮기게 되는 해피앤딩의 소설이다.

“주름투성이의 거친 여인의 얼굴은 가난기 흐르는 입성보다 더 궁하고 찌들어 보였다. 더는 주름이 잡힐 데가 없을 지경으로 쪼글쪼글한 얼굴은 지난날 겪어온 고생이 얼마나 극심했는지를 비춰주는 거울이었다. 여자가 겪어낸 간난신고는 얼굴하고 손에 그려진다는 옛말이 있다.” 박동건의 장례식에 가서 만난 그이 아내를 본 윤혁의 소회다. 간첩죄를 지은 가장을 둔 여인과 그의 자식들이 겪었을 고초를 짐작케 한다.


“이 세상에서 죽음을 가장 많이 생각하고 언급하는 직업이 철학가고 종교인들이겠지만 그 절박함과 밀도에 있어서 자신들을 당할 수 있을 것인가. 어쩌면 자신들이 이 세상에서 가장 급박하고 절실하게 죽음을 생각한 부류들이 아닐까. 그렇게 해서 정리된 죽음은, ‘영원한 잠’이었다. 세상이란, 아무리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던 사람도, 아무리 높은 명성을 드날리던 사람도 숨 끊어져 죽어버리면 그 존재를 냉혹하리만큼 지워버리는 파도 거센 바다였다. 생전에 큰 위력을 발휘했던 사람들이 자취를 감추어도 세상은 아무런 이상도 탈도 없이 태연하고 무표정하게 잘 돌아가기 마련이었다.” 3일 동안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윤혁의 독백이다.


“마오쩌둥이 갈파한 말이 있었다. 인민은 물이요, 당원은 물고기다. 그 유명한 말은 북쪽의 전후 복구 상황 속에서 당원들에게 거듭거듭 되풀이해서 강조된 말이었다. 역사, 그것은 인간의 삶이었다. 이데올로기, 그것도 인간의 생산물이었다. 그것들은 인간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고, 인간에게만 필요한 것들이었다. 특히 이데올로기란 인간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인간이 만들어낸 발명품이었다. 그런데 그 발명품은 당초의 목적대로 쓰이지를 못했다. 흡사 칼이라는 발명품처럼, 똑같은 칼을 주부가 들었을 때와 도둑이 들었을 때… 결국 공산당원이란 칼이라는 유익한 도구를 잘못 든 도둑과 같은 존재들이 아닌가. 당원들의 부패와 타락의 뿌리는 이기주의다.” 윤혁은 30년 넘게 감옥 살이를 하지 않고 그냥 당원으로 살았다면 나도 인민들에게 원한을 살 정도로 부패하고 타락했을 것인가. 하는 의구심을 갖는다. 결국 정치는 인간의 문제다.


“저희 보육원은 인간이 꽃밭입니다. 여생을 웃음꽃 속에서 살고 싶으시면 주저하지 마시고 언제든지 이 꽃밭으로 오십시오” 보육원 최 원장의 권유에 윤혁은 그곳으로 간다. 그리고 인간으로서 행복을 느낀다.


책 소개

『인간연습』 조정래 저. 2021.04.30. 2판 1쇄. ㈜해냄출판사. 193쪽.

조정래 :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한국 현대사 3부작으로 1,500 백만 부 돌파 기록수립. 현대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단재문학상, 노신문학상, 등 수상, 은관문화훈장 수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