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오징팡 지음 『인간의 피안』

중국 소설

by 안서조

이 책은 6개의 단편 소설로 구성되어 있다.


1화, - “당신은 어디에 있지” 주인공 런이는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인간을 대신하는 제품을 개발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사업이 바쁜 런이는 아내 쑤쑤와 약속 시간을 번번이 어긴다. 늦어지는 시간 위로해 줄 인공지능 치마를 선물한다. 저녁 약속을 하고 또 늦은 시간 아내 쑤쑤는 인공지능 치마에 화가 나고 만다.


2화 - “영생 병원”

주인공 첸루이는 부모님과 떨어져 산다. 자주 어머니를 만나지 못하는 직업 때문에 많이 괴로워 한다. 어느 날 어머니가 불치병 환자를 치료한다는 ‘영생병원’에 입원한다. 이 병원의 규칙은 보호자가 환자를 면회 할 수 없는 것이다. 어느 날 몰래 병원에 잠입한 첸루이는 어머니가 병상에 누워 있는 모습을 보고 오래 살 수 없다는 것을 느낀다. 그러던 중 아버지의 전화를 받고 부모님의 집에 가보니 어머니가 집에 와 있는 것이다. 어제 밤 분명히 병원에서 죽어가던 어머니가 멀쩡하게 건강한 모습으로 아버지와 함께 있는 것이다. 가짜 어머니에 대한 조사를 하면서 본인도 가짜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갈등을 느낀다.


3화 “사랑의 문제” AI 로봇이 인간의 삶을 돌보는 시대에 한 가정의 일이 오롯이 로봇에게 맡겨진다. 자녀 양육, 진학, 가족관계의 형성에 까지 로봇이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는 시대에 주인공 인공지능 설계자인 델포이社 수석 인공지능 엔지니어 린안의 가정에서 일어난 사건을 회고하는 내용이다.


4화 “전차 안 인간” 인공지능의 시대 지구는 “대양국”과 그에 반발하는 세력으로 양분되어 전쟁을 벌인다. 인공지능 무기인 전차를 타고 그 안에 있는 인간들의 논쟁이 벌어진다.


5화 “건곤과 알레” 완벽한 인공지능인 “건곤”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건곤에게 새로운 임무가 하달된다. 인간 어린아이에게 배우라는 것이다. 인간 어린아이“알렉”과 생활하면서 인공지능에서 발견할 수 없는 인간의 특성을 설파한다.


6화 “인간의 섬” 100년 전 우주로 떠난 우주선의 선장 “케커”가 지구로 귀환한다. 지구는 100년 전의 지구가 아니고 인공지능인 제우스가 통제하는 세계가 되었다. 모든 인간은 뇌에 칩을 심고 그 칩으로 제우스와 연결하고 정보를 얻고 판단하고 살아간다. 100년 후에 돌아온 케커는 이러한 지구를 이해하지 못한다. 의사 “리야”를 데리고 우주 속 지상낙원이 새로운 행성을 찾아간다.


기억하고 싶은 글귀

하지만 누가 예상이나 했겠는가. 시간을 그렇게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았다.


왜 사람은 망각할까? 왜 한때 더없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 역시 옅어질까? 하는 슬픈 상념에 빠져들었다. 얼핏 망각이란 자기 속마음을 은폐하고 보호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한때 한 여자 때문에 어머니와 얼굴을 붉혔던 일 어머니에게 상처 주는 말들을 얼마나 많이 퍼부었던지. 어머니를 아프게 한 말들은 엎질러진 물이어서 주워 담을 수가 없었다.


공상과학 소설이 주는 느낌은 항상 같다. 어렸을 때 읽었던 공상과학이 거의 현실이 되었다. 불과 몇십 년 안에 이런 일이 공상이 현실로 바뀌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머지않은 미래에 이것도 현실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생긴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 상상하기 싫지만, 우리 주변에 이미 많은 인공지능이 와 있고 인간은 그에 예속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스마트폰이 노예가 그 출발점인 것 같다. 아무튼 그나마 나는 시대를 잘 만나서 다행이다. 그러나 나의 후손들이 겪어야 하는 일들을 생각하면 섬뜩하다.


내 느낌은 옮긴이의 말에서 “하오징팡은 여섯 편의 중단편 소설을 통해 인간이 기계화되어 일하던 시대에서 기계가 인간화되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시대를 가까운 현실에서 더 먼 미래까지 시간순으로 그리고 있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간화될 것인가, 인간의 능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인가 하는 현실 가능성은 차치하고서라도-물론 하오징팡은 그것의 현실 가능성을 뇌신경과학과 심리학 이론으로 접근해 하나하나 정교하게 분석했다.-인공지능의 미래 모습을 극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인간은 살과 피로 된 육체를 지닌 존재로 몸으로 교감하고 감정을 나눈다. 몸을 지닌 육체는 인간에게 죽음이라는 한계를 가져다준다. 하지만 죽음의 이별과 고통이, 회한이 살아 있음을 사유하고 새로운 탄생의 길로 나아가게 한다. 인간은 애착과 반항에서 오는 고통과 불안에 시달리며 발버둥 치지만, 그것으로 인해 자신을 확장해 나간다.


인간은 자신에게 손해가 되더라도 연민하고 고뇌할 줄 알며 목적을 잃은 몰입의 즐거움을 통해 새로운 것을 창조해낸다. 인간은 완벽함을 포기하고 대신 불확실함과 불완전함이 전하는 그 모든 생생한 감정을 고스란히 누리면서 오롯이 자기 자신의 주인이 되길 원한다.


인간의 육체성, 한계와 불완전함, 실패, 좌절, 회한, 애착, 반항, 비효율, 비이성 등의 모든 감정이 오히려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이다.


책 소개


인간의 피안, 하오징팡 저, 강영희 옮김. 2020. 4. 3. (주)은행나무.

하오징팡 - 1984 중국 텐진에서 출, 칭화대학 물리학과 졸, 천체물리학으로 석사학위, 경제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6 중편소설[접는 도시]로 SF 최고 문학상인 휴고상을 수상, 2017년 인간의 피안으로 제16회 중국문학미디어상에서 ‘올해의 유망 신인 작가’에 선정되었다.


강영희 - 변역가로 활동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