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 지음. 『인생 해석』

by 안서조

‘인생의 해석’ 제목에 이끌려 읽었다. 헤르만 헤세가 누구인가? 유명한 세계적인 시인이 쓴 책이다.


프롤로그에서 “인생은 자기 자신이 되어가는 여정이다. 그래서 누구도 온전히 자기 자신이니 적이 없다. 그런데도 모두가 온전한 자기 자신이 되기 위해 애쓴다. 저마다 각자의 방식으로 길을 간다. 우리는 모두 고유한 존재다. 독특하고 특별하고 유일하다. 우리 인생에는 세상이 담겨 있다. 모든 인생은 한 번뿐이고 반복은 없다. 그래서 모든 인생은 소중하고 신성하고 영원하다.”


에필로그에서 “나는 인생이란 계속해서 새로운 단계로 올라가는 계단 같은 거로 생각한다. 한 단계 한 단계 계속 새로운 영역으로 전진하는 것, 이 공간을 떠나 다른 공간으로 건너가는 것, 성장하고 성숙하고 늙어가는 경험을 통해 나는 이것을 깨달았다. 인생에는 여러 단계와 공간이 있고, 각 단계의 마지막 순간에는 언제나 시듦과 죽음의 울림이 있고, 그다음 새로운 단계와 공간으로 성장하고 성숙해 새롭게 시작한다.”


헤세는 인도를 여행했다. 그곳에서 부처에 관해 알게 됐고 소설 《싯다르타》를 썼다. 에필로그를 보면 윤회사상을 믿는 것 같다.


이 책은 유년기부터 청소년기, 청년기, 장년기, 죽음에 이르기까지 헤세의 섬세하고 은유적이며 아름다운 문체로 구성되어 있다. 책을 읽고 기억하고 싶은 글귀를 적다 보니 책 한 권을 다 적고 싶어졌다.


「어린 시절」

많은 이들이 자신이 어린 시절을 잊고 산다. 유년기는 진리를 향한 갈망, 세상의 근원을 이해하고자 하는 욕구, 조화와 안정을 향한 그리움으로 채워져 있다. 궁금하고 알고 싶은 것이 셀 수 없이 많았고, 무수히 많은 질문을 했지만, 대답을 얻지 못해 괴로웠다.


「내가 제법 컸다고 느꼈던 순간」

모든 개개인이 세상의 중심축이다. 그래서 사람을 중심으로 세상이 도는 것처럼 보인다. 모든 개개인과 그 사람의 인생이 곧 세계 역사의 종착점이자 최고점이다. 인간은 자신이 중심점이라고 믿기에 다른 사람이 삶과 죽음의 흐름에 휩쓸려 떠내려가는 동안에도 자신은 안전한 둑에 서 있다는 믿음을 갖는다.


「학창 시절」

우리는 청소년에게 전통, 규범 태도를 가능한 한 많이 가르쳐야 할까, 아니면 최대한 자유를 보장해 유연성과 적응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게 해야 할까? 이론적으로 보면 규범과 전통을 가르치는 것이 우리에게 허락된 유일한 교육인 것 같다. 그럼에도 훈육의 끈을 얼마나 강하게 죄고 어디까지 느슨하게 풀어줄지는 오로지 우리의 사랑에 달렸다.


「청년기」

어떤 상황에서 보면 인생은 마치 미리 결정된 대로 흘러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인생에는 언제나 모든 삶과 변화의 가능성이 내포되어 있으며, 인간은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살아갈 능력이 있다. 그리고 내면에 어린아이와 감사와 사랑이 많을수록 인생을 살아갈 능력은 더욱 커진다. 청춘이란 내면에 어린아이가 머문다는 뜻이고, 우리의 마음에 어린아이가 많이 머물수록 우리는 맑은 의식으로 더욱 풍요롭게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 신은 이렇게 물을 것이다. “너는 내가 준 재능과 소명에 맞는 그런 사람이 정말로 되었느냐?” 아버지와 어머니로부터, 수많은 조상으로부터, 민족으로부터, 언어로부터 어떤 특징을 물려받았고, 장점과 단점, 편안함과 고난, 재능과 부족함을 상속받았다. 이 모든 것을 합친 것이 ‘나’이고 한 번뿐인 지금의 삶이다. 우리는 이 삶을 운영하고 발달시키고 끝까지 살아내야 하고 종국에는 온전히 되돌려 주어야 한다.


「중년기」

예술가들처럼 고유한 기질이 있는 사람들에게 40세에서 50세까지의 10년은 잦은 불만과 불안의 시기이자 위기의 시기다. 그렇기에 자기 자신과 삶과 타협하기가 종종 힘들다. 그러나 이 시기가 지나면 곧 안정의 시기가 온다. 발효와 투쟁의 시기, 늙어가고 성숙해지는 시기에도, 청춘의 아름다움 못지않은 아름다움과 행복이 있다.

나는 세상을 완전히 이해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무한한 표상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떤 결정체를 내면에 만들거나 붙잡아 간직하는 멋진 순간을 경험한 것에 불과했다. 세상을 이해한다는 것은 이런 보기 드문 순간들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삶을 산다는 뜻이다.


시든 나뭇잎


모든 꽃은 열매가 되려 하고

모든 아침은 저녁이 되려 하고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변신도, 도망도

가장 아름다운 여름조차

언젠가 가을과 시듦은 느끼려 한다.

나뭇잎을 움켜쥐리라, 끈질기게 조용히

바람이 너를 앗아가려 한다면

너는 네 할 일을 할 뿐, 방어하지 마라

일어날 일이 조용히 일어나게 하라

너를 부러뜨리는 바람이

너를 집으로 데려가게 하라.


나이가 들수록 삶에 매달릴 이유가 적을수록, 더 삶에 집착하고 헛되이 죽음을 두려워한다. 그리고 더 탐욕스럽게 마지막 빵 부스러기에 달려들고 더 어리석게 마지막 남은 몇몇 기쁨에 매달린다. 그러나 또한 언제나 희망할 이유를 찾아내고 다시 희망한다. 오늘, 쉰 살이 된 남자의 살고자 하는 열렬한 갈망이 나를 괴롭히는 동안, 나는 중년의 위기 너머에 있는 노년의 고요함과 평온함을 희망한다.


「노년기」

노년기 역시 인생의 한 단계로, 다른 모든 인생 단계와 마찬가지로 고유한 표정과 분위기, 온도, 기쁨 그리고 결핍이 있다. 머리가 하얀 노인에게도 자신의 존재에 의미를 부여할 고유한 과제가 있고 병사에 누운 불치병 환자에게도 완수해야 할 조용한 과제와 필수적인 일이 있다.


노년은 힘겹고 그 끝에는 죽음이 있다. 나이가 들수록 희생하고 포기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자신의 의미와 힘을 의심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늙은이의 정원에서 꽃들이 만개한다. 예전에는 거의 눈에 띄지도 않았고 그래서 돌볼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꽃들이 피어난다. 인내의 꽃과 교양의 풀이 만개하고, 나는 더 초연해지고, 더 신중해지고, 행동과 이행의 욕구가 줄어들수록 자연과 타인의 삶을 비판 없이 관찰하고 경청하는 능력이 자란다. 다양한 일들을 때로는 연민과 침묵으로 때로는 환한 웃음과 기쁨과 유머로 언제나 새롭게 감탄하며 흘려보내는 능력이 자란다. 노년기에는 고난도 많지만, 축복도 많다. 그중 하나가 바로 문제와 고통 사이에서 두터워지는, 망각과 피로와 체념이라는 보호막이다.


노화 자체는 자연스러운 과정이고, 65세 혹은 75세에 더 젊어지려 애쓰지 않는 한, 노년기 역시 청년기나 중년기와 똑같이 아주 건강하고 평범한 삶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인간은 자신의 진짜 나이와 늘 같은 높이에 있지 못하고, 이따금 미리 서둘러 앞서가거나 더 자주 뒤처져 머문다.


그리지 말았어야 하는 그림은 세상에 없다! 사랑하지 말았어야 하는 여인은 세상에 없다! 그런데 시간은 왜 존재할까? 왜 언제나 어리석은 일들만 연달아 생기고, 흥분되고 만족스러운 일은 없을까? 왜 그는 이제 다시 홀아비처럼, 늙은이처럼 혼자 침대에 누었을까?


안개 속에서


중략…

인생, 외롭다

사람은 다른 사람을 알지 못하고

모두가 혼자다

봄의 언어

아이들은 모두 안다, 봄이 말하는 것을:

살아라, 자라라, 꽃을 피워라, 희망해라, 사랑해라

기뻐하며 새로운 힘을 내라

온전히 몰두하고 삶을 두려워 마라!

노인들은 모두 안다, 봄이 말하는 것을:

늙은이여, 순순히 땅에 묻혀라

맑은 소년에게 너의 자리를 내주어라

온전히 몰두하고 죽어감을 두려워 마라!


「죽음」

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위로일 수 있다. 생기가 줄어들며 죽음에 가까워질수록 기본적으로 삶의 두려움도 같이 줄어든다고, 나는 믿는다. 죽음은 우리보다 앞서간 모든 이들고 함께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나는 죽음에 대항할 무기가 필요 없다. 이 세상에 죽음이란 존재하지 않으니까. 그러나 죽음의 두려움은 존재한다. 죽음의 두려움은 극복할 수 있다. 그것에 대항할 무기는 존재하니까.


나는 이제 인생을 마무리해야 한다. 원래 미리미리 챙기는 스타일로 살아온 인생이다. 그래서 자식도 일찍 보고, 직장도 2년 앞두고 퇴직했다. 그런데 아직도 헤매는 것이 있다. ‘인생’ 무엇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계속 공부하고 있다. 이 책도 그래서 읽었다. 헤세가 시인으로 알았는데 소설가, 화가였다고 하니 대단한 재능을 갖고 살았던 것 같다. 헤세에 대해 새삼 알게 됐다.



책 소개


인생 해석. 헤르만 헤서 지음. 배명자 편역. 2022.05.30. 반니. 207쪽. 12,500원.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 1877~1962). 독일 뷔르템베르크에서 차남으로 태어났다. 《유리알 유희》로 1946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시 부분으로 괴테 상까지 받았다. 베른대학에서 명예박사학위, 1950년 라베 상을, 1955년 공로 훈장까지 받았다. 주요 주제는 인간의 본질적인 정신을 찾기 위해 문명의 기존 양식들을 벗어나 인간을 다루고 있다. 아내의 정신병, 자신의 신병 등 가정적 위기를 겪었고, 2차 세계대전 등 파란만장한 세월을 지내다 몬타뇰라에서 뇌출혈로 사망했다. 자기 인식을 호소하고 동양의 신비주의를 찬양했으며, 시인이며 소설가, 화가이기도 했다. 대표작으로 《수레바퀴 밑에서》, 《데미안》, 《싯다르타》 등이 있다.


배명자. 서강대학교 영문학과 졸업, 독일 뉘른베르크 발도르프 사범학교 유학. 《생각을 버리는 심리학》 등 번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