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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서조 Mar 30. 2023

미우라 아야코 지음
『자아의 구도』

일본 소설

미우라 아야코 지음 『자아의 구도』 김경식 옮김     

책 제목이 자기 성찰에 관한 철학책이라고 생각해서 읽게 됐다.      


내용은 일본 여류작가의 소설이다. ‘빙점’으로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작가다.      

줄거리는 일본의 고등학교 미술교사인 후지시마와 국어교사인 신이치로는 동료 교사로서 

후지시마가 신이치로에게 그림 공부를 가르쳐 주는 사제 관계다. 


가을 단풍으로 유명한 덴닌쿄 계곡에 두 사람이 스케치를 나간다. 

그런데 후지시마가 계곡에 추락하여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죽은 후지시마의 아내 미에코는 미모가 아름다운 여성이다. 

후지시마와 신이치로가 그린 미에코의 그림이 국전에 출품되었는데 신이치로의 그림이 입선되고 후지시마의 그림은 낙선이 된다. 후지시마는 제자인 신이치로에게 패배감을 느끼고 자살을 계획한다. 


이후 전개되는 과정에서 가정을 가진 신이치로와 미망인이 된 미에코 사이에 미묘한 감정이 싹튼다.     


“아내란 존재는 자신의 아군 같기도 하다가 순식간에 적군이 되어버리는 기묘한 존재로 느껴졌다.” 

8개월 뒤에 도착한 후지시마의 유서를 아내에게 보여 주지 못하면서 신이치로는 갈등한다. 


이미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아내를 배반하면서 이 아내와의 생활을 지속할 마음이 있기는 한가? 

자신이 육체적으로 아내를 배신했다는 사실은 평생 사라질 수 없는 법이다. 


한 번 죄를 지었다는 사실이 살아가면서 자신을 얼마만큼 우울하게 할지 알 수 없다. 

그 죄가 사는 동안 계속 마음의 상처로 남아 있을 것이다. 평생 꺼림칙한 마음을 가지고 아내의 옆에 있어야만 하는가? 아내가 상냥하게 대해 줄 때마다 가슴이 쓰렸다.     


아내 입장에서는 남편이 다른 여자를 사랑하는 게 남편이 죽는 것보다도 더 괴로운 일이라는 심정을 남편은 이해하지 못했다. 다른 여자를 사랑한다고 아내를 별반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다. 오히려 제대로 말도 하지 않고 밤에 잠도 못 자는 건 제멋대로 구는 아내 자신 탓이라고 책망하고 싶었다.      


한꺼번에 두 여자를 사랑하는 남성의 행동은 적어도 아내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가 하면 자기를 사랑한다면 다른 여자를 사랑할 수 없다는 아내의 논리도 남편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두 사람에게 사랑이란 결국 좋아한다는 감정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은 육체를 동반하는 감정과 연결되어 있었다. 


인간이 인간을 사랑하려면 얼마나 굳센 의지와 이성의 협력이 필요한지 두 사람은 몰랐다. 

억제할 수 없을 만큼 분방하기까지 한 감정을 사랑의 전부라고 믿고 있다. 

그것은 무너지기 쉬운 연약한 감정이었다. 뭔가 사건이 벌어지면 바로 증오로 변하는 감정이었다.  

   

남자와 여자의 육체적 구조가 다른 만큼 생각도 다르고 감정도 다르다. 

사물을 보는 것, 지각하는 것 모두 다름에도 남녀는 같이 살아가야 한다. 


결혼한 남자가 다른 여자를 사랑하는 것이 여자에게 얼마나 큰 충격인지 남자들은 잘 인지하지 못한다. 

이것은 설득의 문제가 아니다. 구조의 부조화 속에 살아야 하는 인간의 숙명이다. 


가정이 행복을 지키려는 노력은 어느 한쪽에서 노력해서 되는 일이 아니다. 

서로 양보하고 이해하는 협력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세계의 평화를 빌어본다.     


책 소개


미우라 아야코 지음 『자아의 구도』 김경식 옮김. 2020.12.10. 도서출판 좋은땅. 14,000원. 231쪽.     


미우라 아야코(1922~1999) 일본 홋카이도 아사히카와에서 출생,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 폐결핵 진단을 받고 투병 생활. 1964년 아사히신문사 주최 소설공모전에 “빙점” 입상. 다수의 소설 저술.     


김경식 – 연세대 경제학 전공, 은행원으로 종사 퇴직 후 방송통신대 일본학과를 졸업. 번역가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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