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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서조 Apr 17. 2023

강준 저. 『제주 랩소디

제주 출신 작가 강준 소설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는 일이 점점 어려워진다. 

그 많은 장서 중에 하나 선택하고 집에 와서 읽다가 못 읽으면 반납하면 그만인 것을 

왜 그리 꼼꼼하게 제목을 보고, 내용도 들여다보고, 저자를 보고, 발간일을 보는지 나도 모르겠다.    

  

저자가 지은 책을 지난번에 읽어서 제주 출신이라는 것을 알고 읽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었다.


제목 중 ‘랩소디’의 뜻을 찾아보니, 국어사전에는 “광시곡(狂詩曲)”이라고 되어있다. 

책 표지에 중국인의 제주 땅 투기에 관한 내용이라는 설명에 비추어보면, 

제주부동산 투기 광풍 정도로 해석이 가능할 것 같다.     


이 소설의 줄거리는 주인공 ‘용찬’이 제주 시골에서 태어나서 제주시 고등학교에 유학(?)하고, 

서울에서 대학교를 졸업하고 신문사 기자로 생활한다. 

제주도의 비극 ‘제주 4.3’에 얽힌 애증의 관계로 인해 사모하는 여자와 결혼도 실패하고 술로 인해 망가진 몸을 이끌고 고향 제주에 파견 근무하며 겪는 이야기다.     


코로나19 이전 제주도에 중국인의 ‘묻지마 투기’과 관광이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내가 아는 이야기도 있고 그럴듯한 픽션도 있다. 

밀실에서 이루어지는 지방 권력과 중국 자본, 그리고 거간꾼들의 이야기가 그럴듯하다. 


소설을 읽으며 나의 중, 고등학교 시절이 생각났다. 

중국 식당, 제주시에 하나만 있던 화교학교에 한문으로 ‘염치’라고 크게 써 있던 건물이 생각난다.     


작가는 “제주인들은 육지와의 교류가 많지 않을 때는 도둑 없고 거지 없으니 대문이 필요치 않았다. 

가난했지만 정겨운 삶을 살았다. 척박한 땅을 일구면서도 어려운 일은 수 눌며 도왔고, 이웃에 제사가 있으면 보리쌀로 부조를 했고 돌담 너머 차롱으로 식게 퇴물을 나누며 살았다. 


그러던 것이 육지에서 사람들 왕래가 잦아지면서 일 년 농사지은 것을 도둑맞고, 돈 빌려 가면 갚지 않고, 온정을 베풀면 사기를 당했다. 순진한 섬사람들은 이런 일을 여러 번 당하게 되자 남을 믿지 않게 됐고, 결국 혈연, 지연, 학연 등으로 뭉친 괸당이라는 울타리를 치면서 자신들을 보호했다.     


제주민들은 고려 시대 삼별초가 패망한 1273년부터 목호의 난이 평정된 1374년까지 백 년간 원나라(몽골) 다루가치의 직접적 통치를 받으면서 순진무고한 혈통에 기마족의 유전자가 섞이게 되었다. 

조선 시대에는 영특한 유배인들의 피와 섞이면서 권력 지향의 반골 기질까지 물려받았다. 

이러니 이웃이 잘 되면 배가 아파 훼방을 놓고, 남존여비의 유교 사상에 부인을 구박하기 일쑤였다.”라고 표현했다. 동의한다.     


중,고생 시절 친한 친구가 네 명이 있었다. 지금 세 명이 남았지만 살아가는 곳은 다르다. 

서울, 안양, 제주에서 산다. 

법구경 한 구절 ‘사랑하는 사람은 가지지 마라. 미운 사람도 가지지 마라. 

사랑하는 사람은 못 만나 괴롭고 미운 사람은 만나서 괴롭다.’ 어쩌면 이렇게 잘 표현했나 싶다. 


그러나 인간 사는 것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닌 것을 마음 한구석에 애증을 하나씩 품고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려니 해본다.     


작가는 책의 서두와 말미에 서구의 신화에 나오는 ‘기회의 신 카이로스’를 말한다.

모든 인간은 태어나면서 별이 된다. 그 별은 자라면서 다른 행성들을 만나고 관계를 맺고 인연을 만들면서 우주로 성장한다. 인생이란 저마다 겪는 시간여행이다.      


그 여행 속에서 사람들, 환경들, 상황들을 만나면서 저마다의 역사를 만들어 내고 위대한 문화를 만들어 낸다. 우정과 사랑, 요망과 죄악, 미움, 슬픔이라는 것도 다다른 우주와 교유 속에서 만들어진다.      


한 인간이 지상에서 사라진다고 해서 하나의 소우주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육신이 지구라는 행성을 떠났을 분 그가 남긴 많은 인연과 관계들은 공존하면서 또 다른 분화된 우주를 만들어 낸다.      


그러나 억겁의 우주에서 보면 한 인간은 먼지보다 작은 존재일 뿐이다. 

주어진 시간에 감사하며 인생을 즐기자.     


책 소개     

강준 저. 『제주 랩소디』 2021.10.23. 도서출판 황금알. 351쪽. 15,000원.

   

강준(본명, 강용준) 제주 애월에서 태어나 경희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저서, 장편소설 『붓다, 유혹하다』 등 소설집.

삼성도의문화저작상, 한국희곡문학상, 한국소설작가상, 전영택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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