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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서조 Jun 29. 2023

이희영 소설 ‘페인트’

부모의 자격은? 자식의 자격은?

부모의 자격은? 자식의 자격은? 이희영 소설 ‘페인트’를 읽고     


‘페인트’ 색칠하는 물질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보육원에 입양하러 오는 예비 부모 면접을 영어 ‘Parent’s intervew’를 발음하는 말이라고 한다. 

이야기는 인구절벽을 막기 위해 영유아기에 부모가 양육을 포기한 아이들을 국가 책임으로 18세까지 보육하고 입양을 원하는 부모에게 보낸다는 멀지 않은 미래 세상의 내용이다.     


부모의 자격은 무엇일까? 

아이를 낳으면 모두 부모일까? 아이를 양육하기 포기하는 사람도 부모가 될 수 있을까? 

이 소설은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작가는 “세상의 모든 부모는 불안정하고 불안한 존재들 아니에요? 그들도 부모 노릇이 처음이잖아요. 누군가에게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는 건 그만큼 상대를 신뢰한다는 뜻 같아요. 많은 부모가 아이들에게 자기 약점을 가무고 치부를 드러내지 않죠. 그런 관계는 시간이 지날수록 신뢰가 무너져요.”라고 한다.      


자신이 갖지 못한 것, 이루지 못한 꿈을 자식을 통해 이루려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그런 것은 어디까지나 그들의 꿈이고 목표다. 아무리 어머니가 최고의 환경과 최고의 교육을 동경했다고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그 어머니의 꿈에 지나지 않는다.      

자식은 어머니와 전혀 다른 인격체고 전혀 다른 꿈을 가진 한 명의 사람이다. 

어쩌면 지금도 많은 아이가 자신의 꿈이 아닌 부모 꿈의 대리인으로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아니 자신이 대리인이라는 것조차 모르고 있을 수도 있다. 부모라는 것, 대부분 예행연습 없이 부모가 된다.     

부모와 자식이 독립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아이가 자라면 부모의 품을 떠난다. 

독립이란 성인 된 자녀가 부모를 떠나 자기 힘으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쩌면 부모 역시 자녀로부터 독립할 필요가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자녀가 오롯이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걸 부모에 대한 배신이 아닌 기쁨으로 여기는 것, 자녀로부터의 진정한 부모 독립 말이다.     


가족이란 그저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인지도 모른다. 

‘먼발치’라는 말의 뜻은 시야에는 들어오지만 서로 대화하기는 어려울 정도로 떨어진 거리, 라고 한다. 

그게 부모와 자식 간의 마음속 거리가 아닐까. 서로를 바라보지만, 대화는 할 수 없는 거리. 

싸우고 다투고 매일 같이 상처를 입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헤어지지 않는 가족.     

왜 부모에게만 자격을 따지고 자질을 따질까. 

자식 역시 부모와 잘 지낼 수 있는지, 부모라고 모든 걸 알고 언제나 버팀목이 되어 줄 수 있다는 환상, 부모라고 무조건 희생해야 하는 시대는 지났다. 서로가 서로의 필요에 의해 살아가는 거, 가족들이 사랑으로만 연결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모른다는 것이 꼭 나쁜 일만은 아닌 것 같다. 모르기 때문에 배울 수 있고, 모르기 때문에 기대할 수 있으니까. 삶이란 결국 몰랐던 것을 끊임없이 깨달아 가는 과정이고 그것을 통해 기쁨을 느끼는 긴 여행이다.    

 

작가는 “부모가 된다는 것, 자신이 바라는 아이로 만들려는 욕심보다 아이와의 시간을 즐기는 마음이 먼저다. 부모는 되는 것이 아니라 되어 가는 것이다. 아이를 가르치려 들지 말고 아이와 함께 놀고 즐기면 된다.”라고 한다.


어른이라고 꼭 어른스러울 필요가 있나요? 묻는 아이에게 말하고 싶다. 

어른의 마음속에 아이가 하나 있다고. 이제 귀 기울여 듣기만 해야 하는 나이가 되었다.     


책 소개     

페인트. 이희영 저. 2019.04.19. ㈜창비. 201쪽. 12,000원. 


이희영-단편소설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로 2013년 제1회 김승옥문학상 신인상 대상을 수상했다. 2018년 ‘페인트’로 제12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 장편소설 ‘섬머썸머 베케이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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