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서조 Jul 16. 2023

 『한 사람을 위한 마음』

이주란 소설

언제부터인가 아들, 딸과 대화가 안 된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가족 모임을 하면서 술과 음식을 함께 먹지만 대화는 아이들과 아내의 몫이고 나는 묵언수행을 하고 있다.


무엇이 이렇게 만들었나 곰곰이 생각해 봤다. ‘세대차’ 바로 이것인가?


이주란의 ‘한 사람을 위한 마음’을 읽으면서 30대의 언어를 조금 알게 됐다. 그들이 처한 상황을 소설을 통해 알게 됐다. 내가 그 나이때도 그랬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9편의 단편 같은 소설이다.

초등 저학년인 조카 송이와 식당종업원으로 일하는 엄마와 같이 사는 화자 ‘조지영’의 이야기

TV는 ‘자연인’만 본다. 그래서 조카는 이모인 화자를 ‘자연인 이모’라고 부른다. 결혼도 안하고, 하려는 의지도 없이 그냥 살아간다. 목적도 달성하고 싶은 목표도 없다. 그냥 엄마와 조카와 살아간다. 주변에 있는 인물들과 그냥 어울린다. 친구의 결혼 축하연도 가고 파스타 가게를 하고 있는 이웃 총각 사장 ‘준호씨’와 가끔 책에 관해 대화도 하고 저자와 팬미팅회에도 간다. 그러다가 ‘조지영’은 자살한다. 그래도 소설은 계속된다.     


  “날씨 같은 것도 몸으로 느끼는 것보다 보는 것을 좋아한다. 비를 맞는 것은 싫지만 비가 내리는 것을 보는 게 좋고 더운 것은 싫지만 쨍쨍한 바깥을 보는 건 좋다. 가을 같은 것도 보는 게 더 좋다. 눈이 내리는 것을 보는 건 내가 정말 좋아하는 순간 중 하나다. 어떤 순간이 한 번 뿐이라고 생각하면 어쩔 줄을 모르겠다.” 날씨를 몸으로 느낄 수 있지만 제 3자의 관점으로 본다. 어쩌면 이 시대가 그렇게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연일 메스컴을 장식하는 아빠찬스, 엄마찬스 등 불공정과 기득권에 어쩔 수 없는 현실이 날씨를 느끼는 것 마저 사치스럽게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닐까? 나는 이들과 어떻게 대화를 해야하나? 막막하다.     


  “오전에 몇 차례 구토을 하고 울면서 겨우 화장을 한 뒤 출근을 했고, 저녁에는 집으로 돌아와 여행에서 을 운동화를 구입했다. 자기 전에는 아무래도 내가 오래 못 갈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내가 나의 몸과 마음과 나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내가 내 몸과 마음을 너무 힘들게 하는 것 같아서 그것들에게 많이 미안했다.” ‘나’는 누구일까? 그런 고민을 할 여유도 없다.


지금의 30대가 겪고 있는 현실이다. 내가 30대 였을 때 그때는 이렇게까지 암담하지는 않은 것 같다. 미래에 대한 희망 몇 년 후에는 집도 사고 저축도 하고 아이들도 성장하고 오늘 보다는 괜찮은 내일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런데 무엇이 오늘을 사는 이들을 이렇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육일 일해도 집 월세와 각종 대출금을 내고 나면 남는 건 오십만 원뿐이어서 사일 같은 오일로 줄이면 어떻게 되는지 결과는 뻔했지만 그래도 그래야 살 것 같았다.” 미래는 없다. 사회에 나오는 순간 학자금을 비롯해서 월세 등 대출금을 갚아야 하는 것이 요즘 다수의 30대가 겪고 있는 현실이다. 그래도 몸이 건강해야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쉬어야 한다. 어차피 미래가 없는 현실에서 몸이라도 잘 간수해야 하니까.     

 

  “조지영의 최근 일이 년 사이의 관심사는 타인의 마음에 대한 것이었는데 그것은 조지영이 알 수도 없는 것이었거니와, 안다고 해도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녀는 지쳐갔는데 아무것도 그만둘 수 있는 것은 없었고 그만두면 그만두는 대로 또 걱정거리가 생겨났다. 조지영의 일상은 아무튼 계속 흘러가야 했다. 멈춰 있을 수는 없었다. 여러 경우에 이렇게 생각하면 좀 편했다.”


책을 읽고 나서 답답함을 느꼈다. 왜 대한민국의 미래가 이래야 하는지, 내년 대통령선거를 통해 희망 있는 날들로 바뀌였으면 좋겠다.    

 


책 소개

이주란 지음. 『한 사람을 위한 마음』  2019.12.24. ㈜문학동네. 302쪽. 13,000원.     

이주란 : 1984. 김포生. 2012년 세계의 문학 신인상에 단편소설 ‘선물’이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모두 다른 아버지’가 있다. 김준성문학상, 제10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하버드대 인생학 명강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