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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서조 Aug 20. 2023

『우리는 왜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 없는가』

정현채 지음.

다른 책을 읽으면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이면서 내과 의사인 지은이가 ‘죽음학’을 강의한다는 알게 됐다. 그래서 이 책을 읽었다.     


지은이는 “죽음은 끝이 아니라 다른 세계로 넘어가는 과정이다”라는 확고한 믿음을 갖고 있다. 이 믿음은 과거 갈릴레오가 ‘지동설’을 주장했지만, 그 당시 갈릴레오의 말을 믿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지금 ‘지동설’은 상식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지금 사람들이 죽은 후 사후세계를 믿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사후세계를 인정하는 것은 먼저 아느냐 나중에 아느냐의 차이다.라고 말한다. 이런 믿음을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     


이 책은 12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2015년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사망원인 1위는 ‘암’이다. 암은 우리 몸을 이루는 정상세포가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비정상적인 세포로 변형된 상태를 말한다. 세포가 정상적인 경우에는 우리 몸의 조절 기전에 의하여 세포의 숫자나 형태 등이 일정하게 유지된다. 그러나 어떤 원인으로 인하여 암세포로 변하게 되면 이런 조절 기전이 말을 듣지 않게 된다. 암이 초기에 발견돼 전이가 일어나지 않은 경우에는 수술로써 완치할 수 있다.     


죽음은 존재하지 않는다.

1960년대부터 심폐소생술이 발달하여 심장이 멎고 호흡이 중지된 지 얼마 안 된 사람을 살려 내는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경험을 한 사람들 중 대략 10~25% 정도는 심장이 멎어 있던 동안 근사체험을 했다고 말한다. 체험자들은 이러한 체험을 타인에게 설명하여 이해시키기가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 연구 성과가 축적되면 의학 연구의 한 분야로 세상의 인정을 받게 되리라 확신한다.     

삶의 종말체험은 인종이나 지역에 관계 없이 관찰되는 현상이다. 죽음이 인간에게 일어나는 공통적인 일이므로 이러한 현상이 동서고금을 통해 관찰됐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근사체험과 더불어 삶의 종말체험은 죽음이 소멸이 아니라 옮겨감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이는 인간이 그저 육체적인 존재만이 아니라 보다 더 높고 큰 차원의 영적인 존재임을 말해 주고 있다.     


죽음 이후는 알 수 없는 세계인가?

20세기의 대표적인 신비가로 스웨덴의 스베덴보리(1688~1772) 그리스의 다스칼로스(1912~1995), 덴마크의 마르티누스(1890~1981) 등을 들 수 있다.

신비가에 따르면, 인간은 육신이 죽은 후 소멸해 없어지는 것이 아니고 일정한 파동의 에너지체로 존재하게 된다. 영혼의 세계에서는 모든 것이 파동으로만 존재하는데 비슷한 파동을 지닌 영혼들은 서로 모이게 된다.     

배운 적이 없는 외국어를 말하는 현상을 ‘제노그로시’라고 한다. 전생에 다른 삶이 있었고 그에 따른 기억을 떠올린 것이 아니라면 이런 현상을 설명할 방법은 없다.


한 학기 동안 열심히 공부하면 방학을 맞이하듯이 육체의 수명이 다하면 죽음을 맞게 된다. 죽음이라는 통로를 통해 육신을 벗고 비물질계로 이동해서도 우리의 영혼은 성장을 이루어 간다. 우리 모두가 고귀한 영적 존재이므로 지구별에서의 우리 삶은 영적인 것이고, 우리의 두 눈에 보이는 물질우주의 바탕에는 더 큰 영적우주가 존재한다.     


평소 건강에 문제가 없던 사람이 갑자기 넘어져서 머리를 크게 다쳤다. 혈액응고를 억제하는 약을 복용하고 있어서 머릿속 출혈로 사망했다. 평소 건강에 대한 자신감으로 죽음에 대한 준비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수십 년을 같이 살아온 가족에게 유언이나 유서는 물론, 한마디 작별 인사도 하지 못한 채 황망하게 세상을 떠나고 만 것이다. 지금 당장은 건강한 육체이더라도 언제 갑자기 죽음과 마주하게 될지 모른다는 당연한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한국인의 웰다잉 가이드라인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진정한 삶이 무엇인가를 떠올려 본다.

-자신이 죽은 뒤 가족에게 누가 되지 않게 주변을 잘 정리한다.

-마무리가 안 되 인간관계가 있는데, 그 사람과 만나 화해할 수 없다면 마음속에서라도 맺힌 마음을 풀고 털어낸다.

-유언장 작성 후에는 유산 상속과 같은 세속적인 관심을 가능한 일찍 털어낸다.

-죽음 이후의 삶이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공부하면서 사후를 적극적으로 준비한다.

-죽음은 소멸이 아니라 옮겨감이라는 사실을 안다. 이것은 사후생에 대한 믿음이라기보다는 앎이다.

-무의미한 연명치료에 집착하지 않는다.

-가족이나 의료진, 주위 사람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는다.     


저자는 죽음을 미리 준비하라고 한다. 장기기증서약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유언장을 작성하고 가지고 있는 물건을 정리하여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준비를 하라고 한다. 영정사진을 준비하고 장례식을 어떻게 치룰지 사전장례의향서를 작성하는 것도 좋다고 한다.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소명을 다하고 해체의 운명으로 접어드는 전함의 마지막 모습처럼 선박이든 사람이든 임무를 완수하고 종말을 고한다는 것은 얼마나 웅장하며 장엄한 일일까. 우리의 죽음도 바로 저런 광경이 아닐까 싶다.     


장기기증은 이미 오래 전에 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도 했다.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에 유서 작성은 별로 할 것이 없을 것 같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자식들이 듣고 싶은 말이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살아온 경험이 자식들에게 맞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할 말도 없다. 다만 온라인 활동을 많이 해서 온라인에 흔적이 남겠지만 그것도 큰 의미가 없다. 찾아볼 일도 없겠지만 찾아서 본다 해도 내가 쓰고 싶거나 만들고 싶은 영상일 뿐이다. 누구를 대상으로 메시지를 전하는 것도 아니다. 큰 돈도 없다. 그저 내가 살아있는 동안 연금으로 그에 맞춰 살아가면 된다. 빚만 내지 않아도 된다. 이제 갖고 싶은 물건도 없다. 하고 싶은 일도 없다. 그저 생명이 주어진 날까지 살다가 이 책의 저자 말대로 가면 된다. 아름다운 저세상으로 다만 부모님께 지은 죄가 많아서 저세상에서 볼 수 없을 것 같다. 송구스러운 마음을 이해해 주실지 모르겠다. 이제 불효가 새삼스럽게 가슴을 미어지게 한다. 후회한다고 돌이킬 수 없는 일이라서 더 안타깝다.     


책 소개     

『우리는 왜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 없는가』 정현채 지음. 2018.08.24. 비아북. 379쪽. 16,000원.  

     

정현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 내과학(소화기학) 교수로 재직. 위염이나 위궤양 등을 유발하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연구 권위자, 대한소화기학회 이사장, 대한헬리코박터및상부위장관 연구학회 회장 역임. 2003년경부터 부모 친척의 죽음을 지켜보면서 죽음에 관해 의사로서 과학자의 시각으로 죽음을 연구하고 강의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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