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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서조 Sep 10. 2023

『칩 워』 크리스 밀러 지음.

《누가 반도체 전쟁의 최후 승자가 될 것인가?》

‘칩’(집적회로 또는 반도체)은 실리콘 조각에 새겨진 수백만에서 수십억 개의 미세한 트랜지스터를 새겨 넣어 만든 전자부품을 말한다.      


현대는 ‘칩’ 없이 살 수 없는 환경이다.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거나 몸에 지녀야 하는 전자제품, 자동차, 전화기, 밥솥 등등 눈을 뜨고 움직이거나, 잠들어 있는 시간까지 사람은 ‘칩’의 영향을 받는다. 쉽게 말해서 ‘공기’와 같은 존재다.     


이 책은 반도체에 관한 역사서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세계 경제, 정치, 문화를 총망라하고 있는 책이다. 지은이는 ‘국제사’를 강의하고 있다. ‘칩’을 역사학자의 눈으로 분석하고 정리했다.

부제목은 《누가 반도체 전쟁의 최후 승자가 될 것인가?》이다.     


책의 앞쪽에 반도체로 세상을 바꾼 사람들을 소개한다. 대만 반도체 제조기업 TSMC 창업자 모리스 창, 인텔 대표 앤디 그로브, 텍사스인스트루먼트 회장, 팻 해거티, 1958년 집적회로를 공동 발명한 잭 킬비, 포토리소그래피 공동 발명자 제이 라스롭, 무어의 법칙을 만들어낸 고든 무어, 소니 창업자 모리타 아키오, 화웨이 창업자 런정체이任正非, 삼성전자 창업주 이병철 등이다. 대한민국의 ‘이병철’을 세계적인 반도체 관련 인물들과 나란히 소개한다.     


1948년 미국 벨연구소는 ‘트랜지스터’를 발명했다. 《타임》 지는 “작은 뇌세포”라는 제목을 붙여 보도했다. 엄청나게 작은 크기의 트랜지스터가 수천, 수백만, 수십억 개가 모여서 인간 두뇌가 수행하던 계산 업무를 대체하는 미래가 머지않아 닥쳐올 것을 예고했다.     


세상에 많은 나라가 있는데 왜 미국에서 먼저 반도체가 개발되었을까? 기초과학이 발달한 서구 유럽, 러시아 같은 나라는 무슨 이유로 반도체 개발이 미국에 뒤 쳐졌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인간의 역사 발전은 전쟁에 있다. 무기 개발이 수많은 문명이기文明利器를 발명하게 했다. 

반도체 개발과 관련해서 미국이 앞서게 된 계기는 소련이 먼저 우주개발을 한 것에 충격을 받은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 미항공우주국 NASA를 만든 것이다.     


우주에 간다는 것은 수많은 연산 능력이 필요하다. 실리콘밸리에 싹을 틔운 벤처기업들은 국가가 보장하는 안전한 ‘돈’을 벌기 위해서 우주선에 필요한 부품 생산에 들어간다. 좀 더 많이, 더 가볍게, 더 작은 트랜지스터가 들어간 ‘칩’을 개발한다. 10년 뒤 미국의 아폴로 우주선이 달에 착륙하고 인류 최초로 암스트롱이 달에 첫발을 디딘다. 소련은 미국의 반도체를 ‘베끼기’ 정책으로 따라잡으려 했지만 실패했다.     


일본은 미국의 반도체를 이용해서 ‘워크맨’과 휴대용 ‘전자계산기’를 만들어서 전후 경제 대국으로 일어섰다. 미국의 노동조합은 반도체 생산에 걸림돌이 되었다. 모리스 창은 대만에 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산업에서 외부 업체가 설계한 반도체 제품을 위탁받아 생산, 공급하는 공장을 가진 반도체 위탁 생산업체) 공장을 세우고 이어 동아시아 일대 값싼 노동력을 가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한국이 반도체 공급의 주요 라인으로 떠오른다. 이제 미국에서 첨단장비는 이들 동아시아 지역에서 생산되는 반도체와 네덜란드의 ASML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실리콘밸리는 미국의 냉전 동맹국과 협업하면서 극히 효율적인 글로벌 분업 체계를 이루어 냈다. 일본은 메모리 칩 생산을 주도하고 있었고 미국은 더 많은 마이크로프로세서를 만들었으며 일본의 니콘과 캐논, 네덜란드 ASML은 리소그래피 장비 시장을 분할하고 있었다. 동남아시아 노동자들은 최종 조립의 상당 부분을 책임졌다.     


2020년대 말, 최첨단 프로세서를 제조할 수 있는 회사는 단둘, TSMC와 삼성뿐이다. 이제 첨단 프로세서 생산은 모두 대만과 한국에서 이루어지며 전 세계의 반도체 수요가 두 나라에 달려 있는데, 이 두 나라는 최근 급부상한 미국의 전략적 경쟁자와 지척에 있다. 바로 중화인민공화국이다.     


중국의 화웨이는 초창기부터 외국과 경쟁했다. 최근 뉴스에 중국을 방문한 미 고위층에게 화웨이가 만든 5G 스마트폰을 선보였다고 한다. 그동안 미국이 중국의 기술개발을 억제해왔던 정책이 실패로 확인되는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책 내용 중 대한민국의 ‘이병철’을 소개한다.

이병철은 무슨 일을해도 이익을 낼 수 있는 사람이었다. 1910년 태어난 이병철은 1938년 3월 사업가로 출발했다. 건어물과 청과류를 한국에서 물건을 마련해 군수품으로 일본군에 납품하기 위해 만주로 운송했다. 그는 미국의 반도체 산업과 한국의 정부라는 두 강력한 동맹을 끼고 삼성을 엄청난 반도체기업으로 키워냈다.     

이병철은 1970년대 말과 1980년대 초 도시바나 후지쓰 같은 기업이 D램 시장을 차지하는 모습을 보면서 반도체 산업에 뛰어들 기회를 기다렸다. 미국은 1966년 한국과학기술원의 창립을 도와주고 미국의 최고 수준 대학에서 공부하거나 미국에서 교육받은 교수에게 훈련받는 한국인이 늘어났다. 1983년 2월 삼성은 반도체 공장을 세운다. 미국의 실리콘밸리 회사들 대부분이 즐거운 마음으로 한국 기업과 협업했다. 미국이 한국에 제공한 것은 D램 시장만이 아니었다. 기술도 함께 제공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뉴스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 왜 미국이 한국에 추파를 던지고 있는지, 하나의 중국 정책을 반대하며 대만 해역을 지키기 위해 사활을 거는지 짐작하게 됐다. 세계는 반도체 전쟁 중이다. 누가 먼저 앞서나가고 후발 주자들을 멀리 따돌리느냐에 나라의 명운이 걸려있다.     


앞으로 개발될 양자컴퓨터, 수소전지, 나노물질 모든 것이 함께 얽혀 돌아간다. 어느 한 부분만 떼어낼 수 없다. 세계는 숨 가쁘게 돌아가는데 대한민국은 정쟁에 휩싸여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미래세대를 위한다면 전 국민이 힘을 합쳐야 할 절박한 시기다.          


책 소개

『칩 워』 크리스 밀러 지음. 노정태 옮김. 2023.05.19. 부키(주). 656쪽. 28,000원. 2023.09. 읽음.     

크리스 밀러 Chris Miller. 터프츠대학교 국제관계학 대학인 플레처 스쿨에서 국제사를 가르치고 있다. 미국기업연구소에서 진 커크패트릭 방문 페로, 포린폴리시연구소에서 유라시아 연구 대렉터로 활동 중이다. 저서 《푸티노믹스: 되살아난 러시아의 권력과 돈》, 《소비에트 경제를 구하기 위한 분투》 등이 있다. 예일대학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고 하버드대학교에서 역사를 전공했다. 홈페이지, www.christophermiller.net     

노정태. 작가, 번역가, 《논객시대》, 《탄탈로스의 신화》,《프리랜서》를 썼다. 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으로서 철학을 담당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법학과 졸업, 서강대학교 대학원 철학과에서 칸트 철학을 전공, 석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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