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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서조 Nov 07. 2023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0』 채사장 지음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1, 2》권을 읽었다. 이번 읽은 책은 ‘0’이다.

나는 작가가 중, 장년쯤 된 나이로 짐작했다. 책의 내용으로 볼 때 상당한 경륜을 갖춘 나이로 짐작했다. 그런데, 내 짐작보다 젊다.     


이 책은 우주 탄생과 인류의 세계관을 이야기한다. 138억 년 전 빅뱅이 일어나고, 46억 년 전 지구가 생겼다. 38억 년 전 지구에 생명이 생겨났고, 4만 년 전 인류가 탄생했다. 그리고 4천 년 전 문명이 생겼다. 100세도 못 살고 죽는 현실에서 ‘억 년’, ‘천 년’의 개념이 짐작이 안 된다.     


문명이 생긴 이후 인류에 선각자들이 있었고 동양에서는 ‘세계와 자아’는 하나다.라는 일원론이, 서양에서는 ‘세계와 자아’를 구분하는 이원론이 사상의 중심이었다. 일원론은 관념적이고 이원론은 사실적이다. 우리는 근현대에 들어서 서양의 사실적 이원론에 익숙하게 살았다. 이 책은 이제 사실적 이원론에서 벗어나 관념적 일원론의 세상으로 들어가 보라고 권한다.     


책을 읽으면서 “왜 인간은 우주와 자아에 대하여 질문을 던지고 해답을 찾으려고 했을까?”라는 의문이 생겼다. 현실이 팍팍하면 한데로 풍요로우면 그런대로 보이는 것을 믿고 그냥 살아도 될 것 같은데, 인류의 선각자들은 내가 볼 때 ‘쓸데없는’ 질문과 해답을 왜? 찾아 나섰는지 지금도 궁금하다.      


이에 대해 작가는 “그것은 우주의 자기반성 과정이다”라고 한다. 자기반성이란 스스로와 대면하는 사유 과정을 말한다. 거울을 통해 자신을 바라보는 것처럼. 진정한 의미의 사유의 출발점이자. 최소 조건이 된다. 사유한다는 것은 스스로를 객관적 대상으로 마주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작가는 “몸도 마음도 평온한 어느 날, 책상 앞에 앉아 자신의 삶이 다하게 될 날을 헤아려보고 남은 삶 전체의 거시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 고대의 인도인처럼, 삶의 시간 중 언제 자아를 찾는 시간을 가질 것인지, 언제 내면을 향한 여행을 시작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세계 속에 당신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은 당신 속에 세계가 있다는 진실, 세계의 마음과 당신의 마음이 다르지 않다는 진실. 자신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출구를 찾아야 한다. 그곳에서 찬란히 빛나는 우주의 본질과 마주해야 한다.”라고 권유한다.     


관념적 사고, 일원론을 알기 위해서 “세계의 구조화와 판단중지”가 필요하다. 세계를 단순하고 명료하게 구조화하기 위해서는 내가 가진 기존의 세계관에 대한 판단중지가 필요하다. 나의 세계관을 판단중지하기 위해서는 세계를 단순화고 명료하게 구조화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판단중지’라는 개념을 처음 제안한 독일의 철학자 에드문트 후설은 판단중지를 괄호 치기로 비유한다. 세계에 대한 우리의 가정, 과학적 가정과 인습적 가정에 일단 괄호를 치고 판단을 중지해보자는 것이다. 그때 우리는 비로소 눈 앞에 펼쳐진 세계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다.     


기억하고 싶은 글귀를 정리했다.     


0차원. 이 세계는 어떤 세계일까? 좌표축의 개수가 0인 세계. 여기에는 가로, 세로, 높이가 없고 시간의 차원도 없다. 이 세계는 시간과 무관한 그저 ‘점’의 세계다. 점의 수학적 정의는 ‘크기를 갖지 않는 최소의 단위’다. 0차원은 공간을 점유하지 않고 크기도 갖지 않지만 존재하는 세계다. 시간과 공간을 벗어나 있다는 것은 시간이 0이고 공간이 0인 동시에, 영원한 시간과 무한한 공간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     


진공에서 빛의 속도c는 초속 299,792,458m이다. 우주 제한 속도가 이것이다.      


지구가 안정된 이후의 역사를 지질 시대라고 한다. 지구 탄생 8억 년 후부터 인류가 등장하기 전까지의 38억 년에 해당하는 기간이다. 보통 은생누대와 현생누대로 나눈다. 화석이 발견되느냐에 따른 구분이다. ‘누대’는 지질 시대를 구분하는 단위 중에서 가장 큰 단위다.      


은생누대는 38억 년 전부터 5억7천만 년 전까지 지구 역사의 대부분에 해당한다. 화석이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 숨을 은隱자를 사용해서 ‘은생누대’다. 현생누대 지층에서는 화석들이 대량으로 발견되었다. 나타날 현顯자를 사용해서 ‘현생누대’다. 은생누대와 현생누대 앞선 명왕누대가 있다. 지구 탄생 직후부터 은생누대 이전의 시기를 말한다. ‘冥王’ ‘어둠의 왕’이라는 뜻이다.      


생명체의 공통 조상을 루아(LUA, Last Universal Ancestor) 또는 루카(LUCA, Last Universal Conmon Ancestor)라고 부른다.      


〈길가메시 서사시〉는 인류 최초의 문명인 메소포타미아에서 기록된 영웅 서사시다. 

이야기의 시대적 배경은 수메르 시대 이전인 우룩 시기다. 우룩의 왕 길가메시의 모험과 여정을 열두 편의 시로 기록한 문서다. 젊은 시절 우리는 치기 어리게 행동했고, 세상의 주인공인 것처럼 했고, 어른이 되어가며 세상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소중한 이들을 하나둘 잃어가며 노년이 되어서는 병든 몸과 영원에 대한 열망만을 남긴 채 쓸쓸히 저물어간다. 고대인의 삶과 현대인의 삶이 다르지 않음을 이해함으로써 인간이라는 존재의 보편성을 생각해보았다.     


고대 인도에서 시작된 사상을 나열하면 BC15세기 ‘베다’, BC 5~6세기 ‘노자-붓다-소크라테스’ AC 1세기 ‘예수’를 거쳐 현재에 이른다.     

인류가 발견한 가장 오래된 문서 중 《베다》이다. 베다는 시작도 없고 저자도 없는 경전이라고 한다. 문자가 발명되기 이전에 신에게 직접 들은 내용이 오랜 시간 구전되어오다가 기원전 1500년을 전후로 산스크리트어로 문자화되었다는 것이다. 아리아인은 베다가 인간과 신을 이어주는 성스러운 지식이라고 생각했다.     


인류의 두 가지 문서는 ‘구약’과 ‘베다’이다. 

구약은 유대교, 이슬람, 기독교로 이어진다.

베다는 우파니샤드, 힌두교, 불교로 이어진다. 베다의 핵심 경전(상히라)는 리그베다, 사마베다, 야주르베다, 아타르바베다. 부속 경전은 브라흐마나, 아라니아카, 우파니샤드가 있다.     


세상에는 두 가지 세계관이 있다. 실재론과 관념론이다. 

실재론은 상식적인 세계관으로 세계가 자아보다 앞서 있다는 관점이다. 반면 관념론은 자아가 세계보다 앞서 있다는 관점이다. 실재론은 세계가 고정되어 있다. 우주, 은하, 태양계, 지구, 국가, 사회 등 그것이 무엇이든 세계라는 것이 먼저 있었다. 나중에 나라는 존재가 태어나서 그 세계 위를 걸어다니고 있는 것이다. 실재론은 세계가 나의 존재와는 무관하게 외부에 진짜 있다고 믿는 관점이다.     


관념론에서는 자아가 고정되어 있다. 나의 마음, 정신, 내면, 의식 등 그것이 무엇이든 자아 가 앞서 있다. 그리고 내면이 탄생하는 동시에 세계가 나의 내면세계에 드러난다. 관념론에 따르면 진짜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나의 마음, 의식, 관념일 뿐이다. 내 앞의 세계는 그저 하나의 거대한 가상이다. 인도인은 이 세계를 환영이라는 의미의 ‘마야’라고 불렀다.     


〈마하바라타〉는 총 18권으로 이루어진 장편 서사시다.

기원전 10세기 무렵에 바라타족의 전쟁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마하바라타라는 ‘바라타족의 전쟁에 대한 설화’라는 뜻이다. 바라타족에 대한 언급은 《베다》를 포함한 여러 문서에 나온다. 역사적으로 실존했던 매우 유명한 가문인 것으로 보인다.    

 

6권은 〈바가바드 기타〉이다. 산스크리트어로 ‘신의 노래’ 혹은 ‘거룩한 자의 노래’란 뜻이고 줄여서 〈기타〉라고 부른다. 이 문서는 베다, 우파니샤드와 함께 힌두교의 3대 경전이자 가장 중요한 철학서로 여겨진다.     

“아르주나여, 인간이 신에 이르는 길에는 수많은 방법이 있다. 그중에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세 가지 방법으로 선정과 요가의 길, 의무의 길, 그리고 박애의 길이다. 모든 개인은 자신의 본성에 알맞게 자신의 길을 선택해야 하고 신에 이르러야 한다.”     

신이란 무엇인가? “나는 그대에게 자아의 신성神聖에 대해 설명하겠다. 나라는 존재는 고정된 틀을 갖지 않는다. 자아는 모든 것의 시작이고 중간이며 끝이다. 자아는 모든 존재의 탄생이고 시작이며, 끈이자 죽음이다. 자아는 영원하나 결코 태어난 적이 없고 결코 죽은 적이 없다. 자아는 모든 곳과 모든 사물 속에 존재하고 자기 속에 모든 만물이 존재한다. 자아 없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이란 움직이는 것이나 움직이지 않는 것이나 그 어떤 것도 없다.”     


붓다를 부르는 명칭은 다양하다. 

붓다, 부처는 일반명사다. 특정한 누군가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깨달은 자’를 지칭한다. 

석가, 석가모니는 부족명이다. 샤카무니를 한역한 것인데, 무니는 ‘성자’라는 뜻이다. 합치면 ‘사캬이족의 성자’라는 의미가 된다. 

고타마 싯다르타는 성명이다. 고타마는 성, 싯다르타는 이름이다. 싯다르타라는 이름은 아버지 슈도다나 왕이 지어준 것으로 ‘모든 것을 성취한 자’라는 뜻이다. 이외에 여래, 세존, 아라한, 정각자 등 각각의 의미가 다르긴 해도 붓다를 높여 부르는 말이다.     


불교의 근본 교리는 사성제와 팔정도라고 할 수 있다. 

사성제는 고, 집, 멸, 도苦集滅道의 네 가지 진리를 말한다.      

첫째, 고성제는 여덟 가지이다. 생로병사生老病死(4고)와 애별리고愛別離苦-사랑하는 이들과 헤어지는 것, 원증회고怨憎會苦-밉고 싫은 사람과 같이 있어야 하는 것, 구부득고求不得苦-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것, 오온성고五蘊盛苦-색,수,상,행,식,,,, 다섯 가지로 인한 고통을 말한다.

오온五蘊 -,,,,식 ,,,,識 다섯 가지가 모여 있는 것색은 육체를 말한다수는 오감이 일으키는 고통쾌락을 말한다상은 마음속에 떠오를 심상영상을 말한다행은 의지와 같은 마음의 상태식은 앞의 모든 마음 작용을 일으키는 의식 활동을 말한다즉 나를 구성하는 전부를 말한다.     


두 번째, 집성제는 고의 원인을 제시한 것, 집착을 의미한다. 그것은 갈애渴愛와 무명無明이다. 갈애는 그치지 않는 갈증, 갈망을 말한다. 갈애는 욕애, 유애, 무유애가 있다. 

욕애는 감각적 욕구, 유애는 존재에 대한 욕구, 죽음과 사라짐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영원한 생명을 추구하는 집착이다. 

무유애는 존재하지 않음을 추구하는 욕구로 허무주의적 태도로 삶을 포기하고자 하는 집착이다. 무명은 알지 못함. 무지를 말한다.      


세 번째 멸성제는 깨달음의 상태다. 집착을 풀어지게 함으로써 괴로움을 소멸하고 해탈에 이르는 것. 집착을 사라지게 하는 방법으로 팔정도가 있다.     

팔정도는 바르게 보고, 바르게 생각하고, 바르게 말하고, 바르게 행동하고, 바르게 목숨을 유지하고, 바르게 노력하고, 바른 신념을 가지고, 바르게 마음을 안정시키는 것이다. ‘바르다’라는 것은 극단에 치우치지 않는 중도를 말한다.     


삼법인三法印은 제법무아, 제행무상, 열반적정을 말한다. 제법무아란 자아는 영원불멸하지 않고 고정된 실체도 없이 변화한다. 즉 자아의 상태. 제행무상은 모든 현상은 잠시도 멈춰 있지 않고 계속 생멸하고 변화한다는 뜻이다. 즉 우주의 현재 상태를 의미한다. 열반적정은 번뇌의 불꽃을 바람을 불어 꺼뜨리는 것. 불교의 궁극적 목표다.     


확실하고 참된 지식은 어떻게 얻을 수 있는가? 의심할 수 없는 인식의 기반은 무엇인가? 이 물음을 논하는 분야를 인식론이라고 한다. 이에 대한 두 가지 대답이 합리론의 이성과 경험론의 경험이다.                     


세상 모든 이가 각자 발 딛고 있는 수많은 세계관을 가장 근원적인 기준으로 나눈 것이 일원론과 이원론이다. 

자아와 세계의 동일성을 보고 세계가 자기 내면의 반영임을 매 순간 느끼며 성장하다가 죽는다면 관념론적 일원론 세계관이다.      


자아와 세계가 분리되어 있다고 생각하고 자신이 이미 존재하는 세계 위를 걸어다니는 존재라고 매 순간 인지하며 성장하다가 죽는다면 실재론적 이원론 세계관이다. 우리는 이원론 세계관에 익숙하다. 세계와 자아를 독립된 실체로 느끼며 자신이 소멸한 이후에도 세계가 존속할 것이라고 믿는 것도, 나의 인생이라는 것은 덧없고 허무하다고 느끼는 것도 나의 내면은 보이지 않으니 그 안을 들여다볼 생각은 하지 못하고 타인의 말에 휘둘리게 되는 것도 모두 우리가 자아와 세계를 나누는 이원론에 기반을 두었기 때문이다.       

   


책 소개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채사장 지음. 2019.12.24. ㈜웨일북. 555쪽. 19,800원. 


채사장. 본명, 채성호. 1981년 출생. 성균관대학교 문과대학 (국어국문학 · 철학) 졸업. 대한민국 육군 포병 장교 전역.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의 유튜브/팟캐스트 진행자이자 같은 제목을 지닌 책의 저자. 채사장이라는 가명은 본인의 성인 '채'에다가 지식 가게의 주인이라는 뜻에서 '사장'을 붙였다고 한다.      


저서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역사, 경제, 정치, 사회, 윤리 (2014년 12월)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현실 너머 편 : 철학, 과학, 예술, 종교, 신비 (2015년 1월)

시민의 교양 (2015년 12월)

열한 계단: 나를 흔들어 키운 불편한 지식들 (2016년 12월)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나, 타인, 세계를 이어주는 40가지 눈부신 이야기 (2017년 12월)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제로 (2019년 12월)

소마 (2021년 12월)

채사장의 지대넓얕 1: 권력의 탄생 (2021년 9월)

채사장의 지대넓얕 2: 자본이라는 신 (2022년 1월)

채사장의 지대넓얕 3: 폭력의 시대 (2022년 4월)

채사장의 지대넓얕 4: 보이지 않는 손 (2022년 8월)

채사장의 지대넓얕 5: 자본주의의 역습 (2022년 12월)

채사장의 지대넓얕 6: 성장 vs 분배 (2023년 4월)

채사장의 지대넓얕 7: 보수 vs 진보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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