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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서조 Nov 10. 2023

『북파공작원의 진실』 김성호.

북파공작원 교과서이자 역사서

제목에 이끌려 읽었다. 현직에서 관련 업무를 했던 경험이 있다. 관련 업무가 국가 비밀사항인데, 어떻게 ‘북파공작원’이란 제목으로 책을 발간할 수 있나? 하는 의문과 어떤 내용이 담겨있을까? 하는 호기심이 발동했다.  862쪽의 분량으로 두께가 만만치 않다.      


이 책에서 ‘북파공작원’은 “194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남북이 상호 무장공작원 파견 금지를 약속한 1972년 7·4남북공동성명까지 휴전선을 넘어 북한 지역에 파견한 공작원(간첩)으로,     


공작원은 무장공작원과 비무장공작원으로 나눈다. 군첩보부대가 파견한 ‘무장공작원(무장간첩)’은 주로 북한 후방을 교란하고 첩보 수집과 첩보망 구축, 각종 테러를 통한 사회 혼란 야기, 주요 시설물과 적군 진지 파괴, 주요 인물 납치와 사살 등 공작 활동을 벌였다.      


중앙정보부 등 국가정보기관이 주로 파견한 ‘비무장공작원(비무장간첩)’은 적국에 오랜 기간 거주하며 정보를 수집하거나 우호 세력을 포섭하는 장기 공작 활동을 벌였다.”라고 한다.     


책 내용이 군 특수부대를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어서 옮기는 것이 적절치 못하다. 생각이 들었다. 영화로 제작된 ‘실미도부대’에 관한 내용이 있다. 실미도 부대를 창설하게 된 계기는,     


1968년 1·21 사태로 알려진 북한의 무장 공비 김신조 일당 31명이 청와대를 공격하기 위해 침투한 사건이 발생했다. 1968년 1월 19일 저녁, 경기도 파주에서 ‘경기도 유격사령부’라는 마크가 부착된 국군 복장을 한 무장괴한 31명이 서울로 가는 길을 묻고 사라졌다는 신고가 군부대에 접수됐다. 1월 21일 밤 북한국 제124군 부대 소속 무장공작원 31명이 청와대를 습격하려 시도했다. 이 사건으로 7명의 군경과 민간인이 사망했다. 2월 3일까지 대간첩 작전을 벌여 김신조를 생포하고 28명을 사살, 2명은 도주했다.      


이 사건은 국가의 근본 정책 기조를 바꿀 정도로 남한 정부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정부의 국정 방향이 경제개발과 동시에 국방을 강화하는 이른바 ‘싸우면서 건설하는 정책’으로 전환된다. 국가 안보 강화를 위해 향토예비군이 창설되고, 경찰에 전투경찰대가 신설된다. 이어 육군3사관학교가 만들어졌다. 주민등록번호 제도가 도입되었다.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교련 교육이 실시되고 군 복무기간이 육군 36개월, 해, 공군 39개월로 늘어난다.      


비밀리에 북한 124군 부대와 같은 특공대가 만들어진다. 남한 특공대인 ‘실미도부대’ ‘선갑도부대’ ‘까치부대’ 등 육, 해, 공, 해병대에 북파공작부대가 창설된다. 이 부대는 당시 중앙정보부의 통제 아래 북한침투를 목적으로 지옥 훈련을 하며 훈련병 인권유린 등 많은 문제점이 발생한다. 대북 정책이 화해 모드로 바뀌면서 북파공작부대 지원이 소홀해진다. 그 결과 발생한 것이 ‘실미도부대’ 사건이다.      


1971년 8월 23일 오전 6시 가혹한 훈련과 비인간적인 대우에 분노한 훈련병 24명은 기간병 18명을 사살하고 실미도를 탈출한다. 3년 4개월 만에 인천에 상륙한 이들은 버스를 탈취해서 서울 영등포구 대방동 유한양행 앞까지 진출했으나 군경에 막혀 대치하다가 스스로 수류탄을 터뜨려 대부분 사망했다.     


부록에 정부가 사망자로 발표한 북파공작원 7,519명 명단이 있다. 1951년부터 1972년 육, 해, 공군별로 작성했다. 군사정전위원회와 북한 자료에 나타난 ‘생포 공작원’ 55명 명단도 있다. 명단에 수록되지 않거나 무사 귀환한 인원도 있을 것이다.     


세계 어느 나라든 첩보기관을 갖고 있다. 첩보기관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한다.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에도 많은 첩보요원이 활동하고 있을 것이다. 첩보활동을 하는 사람을 호칭하는 간첩, 스파이, 공작원, 세작 등 여러 가지 명칭이 있다.     


첩보전의 역사는 기원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트로이 목마로 유명한 트로이 전쟁, 삼국지로 알려진 중국의 전국시대에도 ‘세작’의 활동이 등장한다. 대한민국도 북한에 공작원을 보내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왠지 낯선 느낌이다. 폐쇄된 북한에서 어떻게 간첩 활동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과 북한에 우리 무장공작원이 침투해서 북한 지역을 파괴했다는 뉴스를 들은 적도 본적도 없다. 이 책에 북한측에서 유엔정전위원회에 남한의 북파공작원에 관한 정전위반 사항을 항의하는 내용이 있다.      


전쟁과 정전이 대한민국, 한반도에 일어난 현실이다. 전쟁을 일으킨 사람은 소수의 정치인이다.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진행 중인 전쟁도 ‘푸틴’이라는 러시아 대통령의 주도로 발생하고 수많은 무고한 어린이와 민간인이 희생되고 있다. ‘북파공작원’ ‘남파공작원’이라는 명칭으로 이 땅의 많은 사람이 희생되었다. 그들만의 불행이 아니고 가족과 우리 사회의 불행이다. 생명보다 고귀한 이념이 있을까? 정치하는 소수의 인간이 평범한 국민을 전쟁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호가호위하는 것을 신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이 땅에서 다시는 불행한 역사적 사건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 국민이 눈 부릅뜨고 위정자들을 감시하고 통제해야 한다. 민주주의를 지키고, 평화와 번영을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해 국민을 선동하고 정치를 사리사욕에 이용하는 자들을 일벌백계해야 한다.               


책 소개.

『북파공작원의 진실』 김성호. 2022.10.05. 가을밤. 862쪽. 33,000원.

     

김성호. 충북 영동에서 태어나 대전고등학교.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초청연구원으로 미국 정치와 선거제도를 연구했다. 〈연합뉴스〉 국제부 기자 〈한겨레 신문〉정치부 기자. 16대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2004년 1월 북파공작원 특별법〈특수임무수행자 보상에 관한 법률, 특수임무 수행자 지원에 관한 법률〉 대표 발의. 제정. 저서, 〈김대중 집권비사〉, 〈김현철 파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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