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 고백』
김려령 소설
요즘 뇌 과학에 관한 책만 읽었다. 머리에 휴식이 필요했다. 가벼운 소설을 읽고 싶어서 이 책을 읽었다. 언제부턴가 청소년 소설이 좋아졌다. 어린 시절로 돌아갈 수 있어서 좋고, 자라나는 손녀, 손자들의 감성을 이해하는데 도움 될 것 같아서이다.
무엇보다 청소년 소설은 거의 좋은 결과로 끝나기 때문에 책을 읽으면 마음이 편안하다.
이 소설의 줄거리는 고교 2학년 학생들에 관한 이야기다.
이 소설이 주인공 격인 ‘민해일’은 아파트 관리소장인 아버지와 가발 기능공인 엄마, 그리고 12살 위인 형과 같이 산다. 형 민해철은 나이가 30이 넘었는데 뚜렷한 직업 없이 지낸다. ‘감정설계’업을 개업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해일이는 도둑질을 한다. 같은 반 친구 허지란의 사물함에서 고가의 전자수첩을 훔쳐 팔았다. 그동안 도둑질로 마트에서 건전지를 훔치고 허지란의 친아빠의 집에서 넷북을 훔친다. 그러나 친구 진오에게 들킨다. 그리고 반장 정다영, 허지란에게 자기가 도둑질했던 일을 고백하고 용서를 구한다.
‘허지란’은 이혼 가정의 외동딸이다. 병원에 근무하는 방사선사인 엄마와 새아빠와 산다. 친아빠는 여성 편력이 심한 이유로 이혼했다. 친아빠와 가끔 만나고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다. 친아빠는 딸이 보고 싶어서 계속 연락하지만 지란이는 그런 아빠가 싫다. 그러나 친구들과 해일이의 도둑질 고백을 듣고 용서하면서 친아빠도 이해하고 용서한다.
담임 선생 ‘조용창’은 이혼하고 혼자 산다. 담임에게는 아픈 기억이 있다. 어떻게 해서라도 졸업만은 시키려고 옆에 꼭 잡아 두었던 제자가, 졸업식 날 강패들을 데리고 나타난 것이다. 미리 소문이 돌아 졸업식임에도 학교에 오지 않은 선생님까지 있었다. 그날 담임은 제자에게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맞았다. 녀석은 이제 졸업했으니 더 이상 제자가 아니라고 했다.
담임에게 너무 큰 상처였고, 다른 제자들에게조차 마음을 닫게 만든 사건이었다. 그렇게 긴 세월이 흘렀다. 2학년 10반 담임으로 학생들과 1대1 상담하면서, ‘민해일’이 병아리를 부화하는 일을 계기로 싸이 폴더 미니홈페이지 일촌을 맺고 사이버 채팅을 하면서 학생들을 이해하고 다시 마음을 연다.
작가는 “삶의 근육은 많은 추억과 경험으로 인해 쌓이는 것입니다. 뻔뻔함이 아닌 노련한 당당함으로 생과 마주 할 수 있는 힘이기도 합니다. 살아 보니 미움보다는 사랑이 그래도 더 괜찮은 근육을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내가 아직 철이 덜 들어 미운 사람 여전히 미워하지만, 좋은 사람 그냥 떠나보내는 실수는 하지 않으려 합니다.”라고 말한다.
기억하고 싶은 글귀
명료하게 판결한 자신이 없으면, 중재 그거 아무 때나 하는 게 아니다. 중재의 탈을 쓰고 이쪽저쪽 어느 쪽이 자신에게 더 이로운지 간을 보는 아이, 그런 아이에게는 빛이 없다. 검은빛이든 하얀빛이든 존재감 제로다. 필요에 의해 이쪽저쪽 두 발 다 담그는 것이겠다마는, 이쪽저쪽 역시 딱 필요한 만큼만 부르는 것이다. 전략상 윈-윈이 아니라면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잘못하다가는 가운데서 가랑이가 찢어질 수도 있을 테니.
세상이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줄 아는 인간. 혹은 그래야 한다고 믿는 인간. 자신은 되는데 남은 안 되는, 이중 해석이 가능한 말로 비웃고 누가 따지고 들면 그런 뜻이 전혀 아니었다고 오히려 열을 내는 인간. 그런 행동이 어떤 결과를 부르는지 확실하게 보여 주고 싶었다.
책 소개.
『가시 고백』 김려령 지음. 2012.02.05. ㈜비룡소. 289쪽. 13,000원.
김려령.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 졸업. 첫 소설 『완득이』가 영화로 만들어졌다.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마해송문학상, 창비청소년문학상을 받았다. 대표 작품으로 『우아한 거짓말』, 『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 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