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앞으로 3년, 한계에 달한 국가 부채가 터진다
이 책의 소제목은 〈앞으로 3년, 한계에 달한 국가 부채가 터진다〉이다. 표지 문구는 ‘중국 거품 경제 붕괴가 세계 경제의 기반을 뒤흔든다!’ ‘대중 무역 60조 적자, 중국발 자본 1천억 원 이탈. 타국의 2배 이상의 피해가 예상되는 한국,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라고 되어있다.
최근 뉴스에 중국 부동산 개발기업 ‘헝다’,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 중국어 표기)’이 천문학적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파산에 이르렀다. 중국 부동산 거품이 빠지면서 중국판 미국 리먼 사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라는 보도가 있어서 이 책을 읽었다.
이 책은 2020년 출간되었다. 내용에서 인용하는 중국 통계는 주로 2016년~2019년 것이다. 올해 2024년을 맞아 저자가 예측한 내용이 얼마나 합치하는지 궁금했다. 책에서 예측한 ‘앞으로 3년’은 2023년을 말한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중국 경제의 부진으로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중국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지면 한국의 수출 증가율은 1.6% 포인트 하락하고 경제성장률도 0.5%포인트 줄어들 것이라고 현대경제 연구원은 전망했다. 향후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4.4%까지 추락해 ‘회색코뿔소’ 경고가 현실화할 경우 한국 경제성장률은 1.2%까지 하락 압력을 받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 예측은 맞았다.
중국 경제의 불황 원인으로 첫 번째 가계부채 비율이 너무 높다. 가계부채의 대부분이 주택담보 대출이다. 2020년 중국의 1분기 가계부채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13.7% 증가한 56조 5,000억 위안에 이른다. 중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6.8%로 곤두박질쳤으며, 실질 가처분소득은 3.9% 줄었다. 이 와중에도 주택담보대출은 급증하여 부동산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 추세와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2020년 5월, 8조 2,500억 위안 규모의 천문학적인 돈을 시중에 푼 것이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기업들에 ‘디폴트 공포’가 몰려오고 있다. 중국 금융당국의 비은행권 대출업체와 금융과 정보기술을 접목한 핀테크 업체에 대한 단속이 엄격해짐에 따라 빚더미에 오른 기업을 중심으로 유동성 위기가 가속화되고 있다. 2020년 중국이 회사채 채무불이행 규모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4조 1,000억 달러 규모의 회사채 시장은 새로운 위험 국면을 맞고 있다. 중국의 총부채 비율은 국제금융협회에 따르면 2020년 3월 317%로 급상승했다.
중국 경제에 ‘디플레이션 공포’가 몰려오고 있다. 전 세계적인 코로나 사태, 미, 중 갈등 심화 등의 영향으로 수요 둔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지속적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중국의 디플레이션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원자재와 중간재 가격, 제품 출고가 등을 반영하는 ppi는 3~6개월 후 제조업 활력과 관련된 경기 흐름을 가늠하는 경기 선행지표 중 하나다.
우리 정부는 2019년 국내 산업에 필수적인 부품 수출을 제한하겠다는 일본 정부의 조치를 계기로 100대 핵심 부품을 15년 내 ‘탈일본’ 하겠다는 계획을 세워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조치가 중국에 대해서도 같은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우리 제조업의 중국행 러시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노동 집약 업종이야 어쩔 수 없겠지만 소재 부품 산업까지 떠나 공동화가 이뤄진다면 중간재 산업을 통째로 넘겨주는 결과를 빚게 된다. 내부적으로 산업구조 개혁과 경제 체질 개선을 통해 국제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 호미 카라스 국제경제 선임연구원은 “중국 GDP가 예상보다 빠른 2028년에 미국을 앞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콩상하이은행SHBC 역시 중국이 앞으로 10년간 세계 경제 성장에 가장 많이 이바지하는 독보적 국가의 지위를 지킬 것이며 중국 GDP는 2030년 26조 달러로 증가하지만, 미국의 GDP는 25조 2,000억 달러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낙관론과 달리 중국 지도부 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우리는 검은 백조 사건을 고도로 경계하고 회색 코뿔소 사건을 철저히 예방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회색 코뿔소’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으면서도 실제 위협하는 단계가 되기 전까지 제대로 주목받지 못하는 위험을 말하고 ‘검은 백조’는 발생할 확률은 극히 낮지만 일단 나타나면 매우 큰 충격을 주는 위험을 뜻한다.
중국 경제의 향방을 둘러싼 진영 간의 논쟁은 뜨겁다. 낙관론자들은 광대한 시장 수요가 리스크 요인을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는다고 자신한다. 비관론자들은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 버블이 터지고 ‘퍼팩트 스톰(여러 악재가 한꺼번에 발생하는 바람에 그 파급력이 더욱 커지는 현상)’이 덮칠 것이라고 걱정한다.
중국 경제의 버블이 터져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많은 전문가가 예측했지만, 여전히 굳건하다. 그런 예측은 중국을 시장경제의 시각으로 봤기 때문이다.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다. 사회주의 국가는 특별한 불황을 겪는 것을 보지 못했다. 버블이 터질 것 같으면 정부가 나서서 해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련의 경우 1960년대까지만 해도 승승장구하며 잘 나가는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 맥없이 무너졌다. 특히 국유은행이 국유기업에 대출해줬기 때문에 쉽게 부도를 낼 수가 없고 금융경색이 올 까닭도 별로 없다. 그렇지만 지속적인 경제 수축은 일어난다. 중국이 그런 과정을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경제는 우리나라만 잘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세계 어디에서든 예상치 않은 상황이 발생했을 때 그것을 견디고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존망이 걸려있다. 세계가 하나로 맞물려 돌아가는 현실을 잘 이해하고,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현명한 대처가 필요하다.
책 소개
『중국이 파산하는 날』 김규환 지음. 2020.11.30. 책들의정원. 275쪽. 16,000원.
김규환. 30년간 중국에서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외대 중국어과 졸업. 1988년 서울신문 입사. 2000~2002년 베이징 특파원. 현 국제부 선임기자로 근무 중이다. 저서 『시진핑 시대 중국의 파워엘리트』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