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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서조 Jun 25. 2024

인간의 제로는 뼈』

마이조 오타로 소설

신간 코너에서 적당한 두께의 소설을 찾다가 발견했다. 일본 젊은 작가의 소설이다. 

작가의 프로필은 비공개라서 출생 정도만 알 수 있다.     


소설의 줄거리는

주인공 카오리의 성장기를 그린 소설이다. 작품은 화자 카오리를 통해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를, 진지한 성찰과 고민을 다룬다. 카오리는 어린 학생 시절부터 직장인이 되는 과정이 소설의 내용이다. 카오리가 중학생 때 아빠가 바람이 나서 엄마와 별거한다. 카오리는 하나뿐인 남동생 토모노리를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학생이되도 남동생과 같은 침대에 잔다.      


바람난 아빠에 대한 배신감을 깊은 밤 이불 속에서 남동생 토모노리와 함께 100억 엔이 생기면 무엇을 할까? 하는 이야기를 한다. 토모노리는 얼마를 쥐여 주면 아빠가 여자 친구와 이별하고 가정으로 돌아올까? 하는 말을 하며 가정은 무조건 가족이 같이 살아야 하는 곳이라고 한다. 대학교 심리학과에 진학한 카오리는 어릴 적 아빠와 엄마의 별거가 트라우마로 남는다.     


대학교 재학 중 남자친구를 사귀고 우연히 아빠와 아빠의 연인을 만난다. 아빠의 연인과 만나 대화하며 그 여자의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 사귀던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카오리의 엄마도 재혼을 한다. 동생도 대학에 진학한다. 카오리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원에 진학하여 임상병리사로 사회생활을 한다.    

  

소설은 간결한 문체로 요즘 젊은 세대의 문화를 반영한다. 나와 관계없는 일,에 대해서는 철저히 객관화 한다. 주인공 카오리의 자유로운 성장과 괴짜 소녀의 이야기를 통해 삶의 진부함과 깊이를 탐색한다. 젊은 세대의 문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다.     


책 중에서     

인간으로 하여금 싫어하는 대상을 떠올리도록 하는 것은 무엇일까? 모르는 것들이나 알 수 없는 사실들이 많기 때문에 인간은 늘 불안하다. 그 불안은 일어나지 않은 사건을 생각하게 만들고, 나쁜 예상을 하게 만들며, 현실에서 벌어질 일이 없는 황당무계한 공상으로 인간의 기분을 어둡게 만든다.      


인간의 몸과 마음의 기능에는 그것들이 있어야 할 마땅한 이유가 있을 거고, 그중 불안을 느끼는 기관은 나를 보호하는 중요한 경보 장치일 것이다. 몸속에 배치 되어있는 통점이 반사 신경과 연동되어 큰 부상으로부터 나를 보호하는 것처럼, 분명 여러 가지, 별것 아닌 것들에 대해 불필요한 불안을 느끼는 것이 언제나 알 수 없는 피해로부터 나를 지켜 주고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서로 좋아해서 가족이 된 것도 아니야. 가족이나 가정이라는 건, 그건 기분이나 선택의 자유와는 관계가 없다고 생각해. 가족은 일종의 형태니까, 거기에 맞춰 지내야 한다고 생각해. 애초에 가족은 반드시 사이가 좋아야 한다는 법도 없잖아. 가족이니까, 가족이라서 상대방이 한 짓을 무조건 용서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싸움질만 한다거나 험악한 분위기라도 상관없는 거지, 분위기가 나쁘고 같이 있으면 불편하다고 해서, 그걸 견딜 수가 없어서 용서하면 안 되는 행위를 용서하는 건 잘못된 일이야. 분위기를 나쁘게 하고 싶지 않아서 중요한 이야기를 안 한다거나, 학교가 아니잖아 가족을 상대로 본심을 고백할 수 없다면, 다 끝난 거 아니야.     


피는 다른 가족과 우리를 구분 지어 주는 것일 뿐, 우리를 서로 이어 주는 것은 아니다. 그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거다. 

    

인간은 그런 단순한 존재가 아니다. 그보다는 시간을 쌓아 가며 살아가는 존재에 가깝다. 애초에 원인이 되는 커다란 상처가 생긴 뒤부터 상처를 발견하기까지의 시간은, 무균의 유리병에 집어넣어져 계속 잠을 자고있는 시간이 아니다. 사람은 여러 가지 경험을 쌓아 나간다. 과거를 자기 안에 덧씌워 버리기도 한다.   

   

나는 가족에 대해서 대체 뭘 알고 있었던 걸까? 우리들은 얼마나 서로의 존재를 간과해 왔으며 제대로 보지 못하였고, 또한 잘못 봐 왔던 것일까?     


인간의 제로는 뼈인 것이다. 거기에 살점이 붙고 피부가 붙어서 그 사람의 형상이 된다. 태어나서 자라고 수많은 사람들과 만나 다양한 것들을 배우면서 점차로 그 사람이 완성되어 간다. 여러 이야기들이 몸에 달라붙는다. 그 사람이 죽게 되면, 신체를 불태우고 살을 연기로 바꾸고 뼈는 모아서 땅에 묻는다.      


책 소개

마이조 오타로 소설 『인간의 제로는 뼈』 정민재 옮김. 2022.11.18. (주)민음사. 293쪽. 15,000원. 

     

마이조 오타로 武城王太朗. 1973년 일본 후쿠이 현 출생. 『연기, 흙 혹은 먹이』로 제19회 메피스토 상 수상. 2003년 『아수라 걸』로 16회 미시마 유키오 상 수상. 등 저술.     


정민재. 1993년 생. 성균관대학교 일반대학원 철학과 석사과정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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