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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서조 Jul 30. 2024

『철학이라는 해독제』

「나는 무엇으로 회복하는가」

이 책의 부제목은 「나는 무엇으로 회복하는가」이다.     


저자는 프랑스에서 명상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이 책의 한 장을 읽고 다시 인간으로 돌아가는 경험을 하라고 권한다.      


존재하는 모든 것을 관리하고 개발해야 할 자원으로만 보는 비인간적인 수익 제일주의에서 벗어나 보기를 권한다.


철학이 특별한 이유는 본연의 인간으로서 우리에게, 우리가 실제 맞닥뜨리는 상황에 말을 걸기 때문이다. 같은 직장의 누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때, 아이가 예고 없이 친구들을 우르르 몰고 와서 냉장고를 싹 털어버렸을 때… 점점 추상적으로 변해가는 세상에서 철학은 차라리 구체적이다.     


이 책은 소크라테스의 정수에 충실한 문장들을 골랐다.

40개의 문장에 해석을 붙여 철학적 의미로 작가의 생각을 이야기한다.   

   

『동물농장』을 쓴 조지 오웰의 말

“그저 인간이면 된다”에 위대한 작가를 만드는 특징이 ‘모든 인간의 내면에 있는 지질하고도 못난 모습을 보여주는 능력.’이라고 한다. 형편없는 작가들은 감정의 표면에서 더 깊이 들어가지 않는다. 때때로 그들은 행복의 거짓 약속으로 우리를 숨 막히게 한다. 위대한 작가들은 정이 많아서 인간을 모든 면에서 바라볼 수 있다. 불완전함을 알아야 다른 사람들에게도 관용과 배려를 베풀 수 있다.     


시인 에밀리 디킨슨의 말

“목마름으로 물을 배운다”에 시인은 물에 손을 담그기만 해서는 안 되고 목마름을 느껴야만 물을 알게 된다고 말한다. 무엇인가를 원한 적이 있는가? 이미 아는 것인가? 간절히 원하면 그것으로 나아가는 문이 열린다. 이런 의미에서 욕망은 참으로 위대한 선생이다. 에밀리 디킨슨, 19세기 미국 매사추세츠주에 처박혀 살면서도 영문학사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들을 썼던 이 젊은 시인은 오랫동안 잊혔던 그리스 철학의 직관을 되찾는다.      


사랑의 신이자 욕망의 신 에로스는 페니아(가난)와 포로스(풍요)가 결합해 낳은 아들이다. 에로스는 어머니를 닮아 수척하고 집도 절도 없는 무일푼이다. 아버지를 닮아 늘 아름답고 좋은 것을 추구하고 지식을 얻길 원 한다. 욕망이란 나에게 근본적으로 부족한 것을 발견하고 그것을 찾아 나서는 것이다. 플라톤은 그러한 욕망 혹은 사랑을 철학의 정의로 삼았다.      


애매하다. 애매성은 의미가 여러 개라는 뜻이다. 여러 방향, 여러 면, 여러 성격을 띤다는 뜻이다. 애매성은 일반적으로는 피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일방성을 띠는 한이 있더라도 매사에 하나의 의미를 읽어내려는 경향이 있다. 일방성은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치러야 하는 대가다.      


우리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 사람과 관계를 유지할 것인가, 이사를 할 것인가, 새로운 일을 수락할 것인가에 대한 결정. 이 결정이 맞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우리가 난관이라고 생각한 것이 사실은 기회다.


망설일 수 있다는 것은 자유롭다는 뜻이다. 선택의 여지 없이 오직 한 가지만 가능한 상황은 끔찍할 것이다. 오직 한 사람, 한 집, 한 직업만 가능하다면 망설이고 말고 할 것이 없다.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한다. 시몬 드 보부아르는 자유를 각별하게 여겼기 때문에 모든것을 단순화할 때 따르는 위험을 지적 한다.     


의료인을 양성하기 위한 시험이 인간다움, 인성, 고통의 의미를 생각지 않고 수학과 과학 성적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문제가 있다. 실력 있는 의사가 되려면 지식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지식은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임상, 진단 역량, 환자의 말을 경청하는 태도, 환자를 대하는 화법 등의 감성적인 요소도 결정적이다. 그런데 왜 이 요소들은 더 이상 고려하지 않는가. 요즘 대한민국 의사들의 행태를 보면서 더욱 의미가 있는 말로 다가온다.     


파블로 피카소의 말 “나는 파란색이 없으면 빨간색을 칠한다.” 파란색을 칠할 자리에 빨간색을 칠한다는 것은 단순히 다른 색으로 대체한다는 뜻이 아니라 모든 것을 새로이 생각한다는 뜻이다. 피카소는 그림은 구성인 것을 알았다. 그는 서로 어울리는 요소들을 어떻게 합칠 수 있는지 알았다.


구성은 미술 용어지만, 우리는 일상에서 늘 구성하고 있다. 우리가 결정을 내릴 때는 다양한 변수를 한꺼번에 고려한다. 파란색이 없다고 실의에 빠지거나 작업을 중단한다? 그 사람은 매사를 경직된 사고로 받아들이고 있는지 모른다. 활로는 하나뿐이라고, 그런데 그 활로가 닫혔으니, 모든 것이 불가능하다고 잘못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가? 실제로는 절대 그렇지 않다. 우리가 미처 검토하지 못했던 가능성은 늘있게 마련이다.     


인간은 한 없이 연약하다. 우리는 폭력을 당하는 와중에도 잘못이 자신에게 있는 것 처럼 느끼곤 한다. 부모에게 학대당하는 아이는 잔혹한 현실에 부딪힐 때마다 자기가 잘못해서 이런 괴로움을 당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엄마에게 버림받은 아이는 자기가 문제라고, 자기는 엄마의 사랑은 받은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이런 마음가짐이 성인이 되어서도 그리 달라지지 않을 수 있다. 우리 안의 아이는 완벽해지고 싶어서 늘 무리한다. 혹은 타인을 위해 희생해야만 사랑받고 인정받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한 노력은 공염불이다. 그래봐야 스스로 자신의 진정한 바람에서 점점 멀어질 뿐이다.     


우리가 맞닥뜨리는 어려움은 버티고 통과해야 할 지옥일 뿐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아름답게 빛나는 사랑하는 이라는 것. 사실은 무섭지만 아주 단순한 일이다. 용기 있는 사람은 두려움을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두려움에 부딪히고 괴로워할 각오를 한 사람이다. 비겁한 사람은 아예 두려움을 원치 않는다. 아들이 괴롭힘을 당하는 현실을 두려워하고 알고 싶지 않은 자, 그래서 뭔가 찜찜한데도 상황을 외면하는 자이다. 용기는 벌거벗겨질 각오를하고 열심히 현실을 마주한다는 의미다. 현실을 부정하지 않고 기꺼이 싸운다는 의미다.    

 

화가라면 누구나 작업을 이끄는 무엇을 느낄 수 있다. 기준이 뭘까? 고유한 요소와 관련된 기준들이 있다. 색채의 작용, 형태의 조화, 구성의 적확성, 공간감, 마티에르(질감)…, 하지만 작품이 마을을 건드리는 방식도 중요하다. 대작은 조형적으로만 훌륭한 게 아니라 보는 사람이 마음을 건드리고, 나아가 충격을주어야 한다. 어떤 식으로든 보는 사람에게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야 한다.     


세상 모든 일이 수월하고 순탄하기만 하면 우리는 역설적으로 불행해질 것이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무력해질 것이다. 삶은 결정의 연속이다. 요동치는 물에서 항해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세상은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보완하면서 살아야 한다. 더 낫게 행동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사실,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지 절대로 확실히 알 수 없다. 그건 문제가 아니다. 산다는 것은 방정식 풀이가 아니다. 하나하나 질문을 하면서 항해의 기술을 발견해야 한다.     


사랑도 낡게 마련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익숙해지고 습관이 디면 다 지나간다고. 사랑의 강렬함은 한순간이라고, 사라질 수 있는 거라고. 사랑은 즉각적인 상화 희열이 아니다. 사랑을 쾌락과 동일시하는 것은 잘못이다. 우리는 사랑을 명석하고 지혜로운 행동으로 보기를 포기했다. 사랑을 기분 좋은 가벼운 즐거움으로만 생각하는 것이다. 그 생각은 잘못이다.


사랑은 시험, 그것도 아주 어려운 시험이다. 우리 삶 전체를 요구하는 일이다. 사랑이라는 일은 우리를 근본적으로 행복하게 한다.     


정말 사랑하지만, 뭔가 소통이 잘 안되거나 편안하지 않은 사람을 떠올려 보라. 그 사람은 여러분의 자녀일 수도 있고, 배우자일 수도 있고, 부모님일 수도 있다. 한탄이나 회한에 빠지기보다는 사랑하는 법을 배울 때다. 사랑을 일부러 힘을 들여야 하는 일로 생각하면 마음이 불편할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샘’의 이미지가 시사하는 바가 있다.


샘은 가만히 고여 있는 물이 아니라 끊임없이 새로 솟아난다. 샘물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고, 우리가 받아들일 준비가 됐는지 확인하지 않고 늘 변함없이 솟아난다. 샘물은 우리가 그 흐름을 관리할 수 없다. 우리가 샘을 향해 열려 있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따뜻한 마음을 만나는 것이다. 그 마음에서만 사랑의 원천으로 돌아갈 수 있다.     


나를 우선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그때그때 내 기분을 좇아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한다는 뜻이 아니다. 그래야 할 때도 있다. 그러나 누구나 경험으로 알다시피, 어떤 물건은 굉장히 사고 싶어서 산 것인데도 그 충족감이 의외로 오래가지 않는다. 아주 많은 사람이 ‘한 번도 채워진 적 없는 기분’을 속에 품고 사는지도 모른다. 반면, 죽을 때까지 두고두고 생각날, 잊으려 해도 잊을 수 없는 그런 기분도 있다.


이 책은 우리가 다시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 다시 인간이 된다는 것이 무슨 뜻인가. 인간은 애초에 관리해야 할 자원이 아니다. 우리가 인간다움을 되찾는 것이 목표라면, 관리의 대상이 아닌 자기 자신의 존재를 만나야 한다. 우리는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위해서 인간이 되어야만 한다. 요즈음 인간성을 상실한 인간의 허울을 쓴 인간들이 너무 많다. 특히 정치권에….     


책 소개     

『철학이라는 해독제』 파브리스 미당 지음. 이세진 옮김. 2022.06.24. 클레이하우스(주). 254쪽. 15,000원.     

 

파브리스 미달 Fabrice Midal. 프랑스 철학자. 명상 교육자, 베스트셀러 작가. 파리1대학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 『이러지 마, 나 좋은 사람 아니야!』 등.     


이세진. 서강대학교 철학과 졸업. 같은 대학원에서 프랑스 문학 공부.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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