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력이 좋아지면 인생이 바뀐다!〉
이 책의 온전한 제목은 《정신과 전문의가 알려주는 슈퍼 뇌력 암기 기술 외우지 않는 기억법》이다.
부제목은 〈기억력이 좋아지면 인생이 바뀐다!〉이다.
기억력이 좋은 것은 현대를 살아가는데 엄청난 능력이다. 출세하는 방법 중 가장 일반적인 것이 시험이다. 시험은 문제해결 능력이지만, 필수적인 것이 기억이다. 기억만 잘할 수 있다면, 좋은 대학, 좋은 직장, 좋은 자격증을 확보하는 데 유리하다. 그래서 이 책을 읽었다.
기억은 ‘외우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 책은 ‘외우지 않는’ 기억법을 말한다. 저자는 일본에서 정신과 전문의로 활동하고 있다. 학창 시절에 기억력이 안 좋아 고생했던 경험이 있다. 하지만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시행착오를 거친 결과. 이제는 암기나 기억을 특별히 의식하지 않고도 책이나 영화 내용, 자신이 겪을 경험, 혹은 일하면서 인상에 남았던 에피소드 등을 생생히 떠올릴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을 ‘외우지 않는 기억법’이라고 한다.
지금은 인터넷 시대다. 사소한 숫자나 데이터를 잊는다고 해도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검색하면 몇 초 만에 금방 해답을 알 수 있다. 인터넷 세계는 우리에게 ‘외장 하드디스크’의 역할을 한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정보 그 자체’를 기억할 필요가 없어졌다. 단지 ‘어디에 어떤 정보가 있는지’만 떠올릴 수 있으면 된다. ‘기억력’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기억을 얼마나 빨리 끄집어내고 어떻게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까?’가 중요하다.
인간의 뇌세포는 태어난 이후 매일 10만 개씩 줄어든다고 알려져 있다. 나이와 함께 뇌세포도 하나둘씩 죽어간다. 하지만 뇌를 적절하게 단련하면 기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해마의 세포를 증가시키고 해마의 체적까지도 키울 수 있다. 나이가 듦에 따라 새로운 것을 학습하는 능력이나 주의력, 집중력이 점점 쇠퇴한다. 하지만 사물의 전체상을 살피고 파악하는 힘, 생각을 정리하고 재구성하는 능력 등은 나이가 들면서 점점 성장한다. 저장된 데이터베이스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요약하고 정리하는 능력, 전체를 바라보는 능력, 서로 관련짓는 능력 등은 나이와 비례해 성장한다. 나이가 들수록 성장하는 ‘어른의 능력’에 대해서는 그다지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이런 능력을 활용하면 나이와 함께 쇠퇴하는 능력을 보완하고, 젊은이들을 능가할 수 있다.
기억은 4단계를 거쳐 머릿속에 저장된다. 1단계 이해, 2단계 정리, 3단계 기억, 4단계 반복이다. 자신의 기억력이 나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1, 2 단계, 즉 ‘이해’와 ‘정리’의 과정을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 사실 이 과정은 3단계 ‘기억’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 인간의 뇌는 ‘이해’를 통해 사물을 기억한다.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이해한다면 오랫동안 잊어버리지 않을 수 있다. 또한 그것을 ‘정리’해 다른 사물과 관련 지울 수 있다면 더욱 오래 기억할 수 있다. 기억은 분류나 비교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그림이나 도표로 정리하기만 해도 기억력은 급속히 상승한다.
학교 성적이 좋은 아이는 기억력이 좋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 이상으로 이해력이나 정리, 요약 능력이 뛰어나다. 따라서 시험 성적은 ‘기억하기’ 전 단계에서 이미 판가름 난 것이다. 주의력, 집중력, 정리와 요약 능력을 높이고 두뇌 회전을 빠르게 하면 기억력이 나쁜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인간은 중요한 것만 기억하게 되어있다. 관련성이 희박한 일은 한 달 만에 79%를 잊어버린다. 우리가 접하는 방대한 정보 속에서 ‘중요한 것’은 1%도 안 된다. 뇌는 입력된 정보 중 중요한 것만 기억한다. 뇌가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기준은 두 가지다. ‘몇 번 사용되었나’, ‘감정이 움직였나’이다. 머릿속에 들어온 정보는 약 2주 동안 해마에 임시 보관된다. 그 기간 동안 여러 차례 그 정보에 접근하게 되면, 해마는 ‘이건 중요한 정보군, 잊어버리면 안 되겠다’라고 판단해 그 정보를 ‘장기기억 보관소’인 측두엽으로 이동시킨다.
기억은 ‘인풋’이 아니라 ‘아웃풋’이다. 입력된 정보를 남에게 말하거나 문장으로 쓰는 것을 ‘아웃풋’이라고 한다. 정보를 얻고 책을 읽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인풋’이다. 다음 반드시 ‘아웃풋’을 해야 한다. 말하기, 쓰기, 가르쳐주기, 실천하기와 같은 행동이다. 이렇게 인풋과 아웃풋을 반복하면 자기 성장의 계단을 올라갈 수 있다. 작은 아웃풋들이 이어져 행동과 습관은 조금씩 변해간다. 그런 변화가 하나하나 쌓이게 되면
마침내 큰 변화가 일어나고 성장으로 이어진다. 인풋 정보를 일주일에 세 번 이상 아웃풋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책이나 영화를 본 후 생각이나 감상 등을 노트에 정리하는 것도 귀찮은 일이다. 그런 일을 몇 년 동안 계속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소셜 미디어를 활용하면 좋다. 페이스북이나 블로그에 책을 읽고 난 후의 감상, 영화를 본 느낌 매일매일 떠오른 생각에 대해 몇 줄 쓰는 것은 부담이 없다.
암기보다 문제 풀기가 기억에 더 잘 남는다. 교과서나 참고서를 여러 번 읽기보다 문제집을 푸는 편이 효과적이다. 문제를 풀면서 뇌는 그 정보가 중요한 지식이라고 판단한다. 문제를 푸는 행위가 ‘암기’이다. 완벽하게 이해와 암기를 끝낸 다음 문제집을 푸는 것보다 문제집을 풀면서 이해하고 암기하는 편이 효율적이다.
기억을 분류하는 여러 가지 방법 중 ‘의미 기억’과 ‘에피소드 기억’이 있다. 의미 기억은 정보와 지식에 관한 기억인데 잘 외워지지 않고 금방 잊어버린다. 에피소드 기억은 사건, 경험, 체험, 추억에 관한 기억으로 외우기 쉽고 잘 잊어버리지 않는 특징이 있다. 기억의 본체는 무리하지 않아도 쉽게 외워지므로 기억의 색인을 강화하면 건망증을 막을 수 있다. 기억의 색인을 머릿속에 바로 떠올리게 만드는 방법은 글쓰기와 아웃풋 하기다.
역사 연대표 암기할 때 많이 쓰는 방법이 ‘말장난’이다. 1952년 임진왜란이 일어났다는 것을 암기할 때 ‘일오구이’를 ‘이러고 있을’로 외워 보자 전쟁이 났으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라고 생각하면 쉽게 외어 진다. ‘말장난’은 오래전부터 활용되어 온 기억법이지만, 뇌과학적으로 임의로 인과관계를 만들어 냄으로써 ‘의미 기억’을 ‘에피소드 기억’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남에게 ‘알기 쉽게 설명할 수 있다’라는 것은 머릿속에서 충분히 스토리화 되었음을 의미한다. 상대를 이해시킬 수 있는 사람은 스스로 완벽한 이해에 도달한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가르쳐주기 만으로 ‘이해’와 ‘정리’가 동시에 해결된다. 상대에게 설명하는 것은 자신의 지식을 복습하고 반복하는 일이다. 남에게 가르쳐주기는 기억에 필요한 모든 단계를 포함한다. 이것은 ‘스토리화’, ‘이해도 확인’, ‘지식의 정리’, ‘복습과 반복’을 할 수 있는 일석사조의 슈퍼 기억법이다.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고 싶다면, 기출문제를 한 번 쭉 훑어보고 어떤 문제가 출제되는지 파악한 후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는 바뀌어도 출제자의 의도는 바뀌지 않는다. 이 정도 지식은 이해하기 바란다.라는 의미에서 출제한다. ‘이 정도 지식’은 기출문제를 분석하면 해답이 저절로 눈에 보인다. 어떤 문제가 나왔나? 라는 관점에서 문제를 풀면 과거 지향이 될 뿐이다. 이런 문제가 나왔으니, 앞으로 이런 경향의 문제가 나올 수 있다는 예측이 가능한 자세로 공부하면 최대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암기하기에 적당한 시간은 언제일까? 밤이다. 기억력을 향상하는 간단한 방법은 수면이다. 수면과 기억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낮에 열심히 공부해도 수면 시간이 부족하면 공부한 내용이 기억으로 확실히 정착되지 못한다. 우리는 잠을 자면서 꿈을 꾼다. 꿈을 통해 우리의 기억이 정리되고 정착된다는 학설이 가장 유력하다. 낮 동안의 기억을 확실히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6시간 이상의 수면이 필요하다.
실험 결과, 기억하고 나서 20분 후에는 42%를 잊고, 1시간 후에는 56%, 하루가 지나면 74%를 잊어버린다. 이 실험 결과를 도표로 나타낸 것을 ‘에빙하우스의 망각 곡선’이라고 한다. 기억을 유지하는 방법은 복습이다. 적당한 타이밍에 제대로 복습하면 기억할 수 있는 비율은 확실히 증가한다. 이 실험은 ‘무의미한 알파벳 조합’ 즉 전형적인 ‘의미 기억’만 실험한 것이다. 서로 관련성이 있는 사물이나 실제 일어난 사건의 기억, ‘에피소드 기억’이라면 그 수치는 달라진다.
복습의 적절한 타이밍은 ‘1day-1week-1month법’이 있다. 처음 기억하고 1일 후, 7일 후, 30일 수에 복습하는 방법이다. 뇌에 입력된 정보는 2~4주 동안 해마에 임시 보관된다. 그동안 3~4회, 혹은 그 이상 사용되었다면 뇌는 그것을 중요한 정보라 판단한다.
감정이 자극받을 때 분비되는 뇌 내의 신경전달물질은 기억을 증강하는 작용을 한다. 가슴이 두근두근할 때나 즐거울 때는 도파민이 분비되고, 매우 기쁘고 행복한 기분일 때는 엔돌핀이 분비된다. 공포나 불안을 느낄 때는 노르아드레날린이나 아드레날린이 분비된다. 이러한 물질들에 기억을 증강하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은 이미 확인되었다.
즐거운 일이나 행복한 사건은 머릿속에 강렬하게 기억되어 삶의 활력소가 된다. 한편 슬프거나 고통스러운 일을 생생히 기억하는 것은 앞으로 닥칠 비슷한 종류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다. 이처럼 감정을 환기하는 일에 대한 기억을 ‘감정 기억’이라고 한다. 감정 기억은 너무나 강렬해서 몇 번이고 복습할 필요가 없다. 의식적으로 감정을 조절함으로써 감정 기억을 증강하면, 외우려는 노력 없이도 기억에 정착시킬 수 있다. 이것이 ‘감정조작 기억법’이다.
뇌 속의 해마는 ‘기억’, ‘학습’, ‘정보처리’와 깊이 연관되어 있다. 해마에는 ‘장소 세포’라는 것이 있어서 장소를 이동하면 그 세포가 자극받아 세타파를 발생한다. 세타파는 기억력을 높여주는 주파수다. 장소를 이동하기만 해도 해마가 활성화되어 기억력이 향상된다. ‘장소 세포’를 발견한 존 오키프 박사와 그의 공동 연구자는 2014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해마가 제일 싫어하는 것은 메너리즘이다. 같은 장소에서 같은 업무를 오랜 시간 계속하는 것은 기억이나 학습 효율, 업무 효율을 크게 떨어뜨린다.
여성들은 대개 이야기하기 좋아한다. 때문에, 상대가 바뀌면 같은 이야기를 몇 번이고 반복해서 하는 경향이 있다. 본인은 스트레스 해소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것은 완전히 역효과다. 겨유 아물기 시작한 상처를 덧나게 하는 일이나 다름없다. ‘슬픈 체험의 이식’을 자기 스스로 실행하고 있다. 살다 보면 괴로운 일을 속 시원하게 털어놓음으로써 마음의 부담을 덜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땐 딱 한 번만 얘기하고 그다음에 잊어버리자. 라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
기억에는 세 가지 단계가 있다. ‘기록(코드화)’, ‘유지(저장)’, ‘상기(검색)’다. 즉 ‘외우기’, ‘반복해서 기억하기’, ‘떠올리기’라고 할 수 있다. 기억에서 ‘떠올리기’가 가장 중요하다. 기록되고 유지된 기억이라도 시험과 같은 중요한 상황에서 ‘떠올리기’가 안되면 쓸모없는 것이다.
인간은 집중 상태로 들어가는데 15분 이상 걸린다. 그사이에 방해를 받으면, 받을 때마다 처음 상태에서 다시 시작한다. 스마트폰은 우리의 집중력을 원상태로 되돌려 버리는 가장 대표적인 것이다. 집중해야 할 일이 있다면, 스마트폰을 끄고 하는 것이 좋다.
뇌를 젊게 만드는 방법은 운동이다. 유산소운동과 생활 습관이 뇌를 건강하게 만든다. 격렬한 운동을 할 필요는 없다. 강도가 센 운동을 주 1회 하기보다 중간정도의 운동을 주 3회 한 시간씩 하는 편이 효과적이다. 적어도 주 2회 정도는 운동하는 것이 좋다.
중간 강도의 운동은 최대 심장 박동수의 65~75% 상태로 할 수 있는 활동이다. 빠른 속도로 걷거나, 가볍게 달리거나, 땀이 살짝 날 정도의 운동이다. 이 정도 심장 박동수에서 지방연소율이 가장 높다고 한다. 복잡하게 머리를 사용하는 동작을 곁들이면 뇌를 활성화하는 데 효과적이다.
치매는 증상이 나타나기 20년 전에 시작된다. 치매의 위험을 줄여주는 운동, 식사, 생활 습관에 주의하면 치매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40세 이후부터 주 2, 3회 유산소운동과 생활 습관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 책의 목적은 기억력을 높이는 것이 아니다. 기억력이 좋고 나쁜 것과 상관없이 아웃풋을 하면 누구나 머릿속에 보존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는 데 있다. 기억력에 얽매이지 말고 문장력, 표현력, 구성력, 문제해결 능력, 소통 능력 등 스킬을 향상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인풋과 아웃풋의 균형 유지, 아웃풋의 습관화가 필수이다.
책 소개
『외우지 않는 기억법』 가바사와 시온 지음. 박성민 옮김. 2023.09.01. 라의눈. 199쪽. 16,000원.
가바사와 시온.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작가, 크리에이터. 1991년 삿포로의과대학교 졸엄. 미국 일리노이대학교에서 연구활동. 2007년 일본에 ‘가바사와 심리학 연구소’ 설립.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뉴스레터를 통해 정신의학, 심리학, 신경과학 관련 콘텐츠를 전달한다. 저서 《나는 한 번 읽은 책은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다》 등.
박성민. 도쿄외국어대학교 대학원에서 일본어학을 전공.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