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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서조 Aug 09. 2024

『이상한 그림』 우케쓰 지음

일본 오컬트 소설

적당한 두께의 신간 소설을 찾다가 읽었다. 일본 소설이다. 작가는 ‘오컬트’ 콘텐츠 크리에이터라고 한다. 실제로 흰색 가면에 검은색 타이츠, 변조한 목소리로 본모습을 감툰 채 오직 미스터리 콘텐츠만 게재하는 베일에 싸인 인물이다.  

   

이 책은 그림 한 장으로 시작한다. 인간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동굴에서 채집 생활할 때 날씨가 궂거나 외부 활동이 어려우면 벽에 그림을 그렸다. 후세 인간들은 그 그림들에서 의미를 분석하고 해석해 왔다. 인간의 상상력은 어디까지일까?      


이 소설의 주인공 나오미는 초등학생 때 자기 엄마를 살해했다. 이유는 자기가 키우는 새 ‘문조’를 지키기 위해서다. 엄마가 자기의 팹 ‘문조’를 죽이려고 하자 엄마를 죽이고 문조를 구했다. 심리상담이 이뤄지고 한 장의 그림을 그린다. 집-창문만 있고 출입문이 없는, 나무-뾰쪽한 가지와 기둥에 새 한 마리가 둥지에 있는, 그리고 집 옆에 예쁜 소녀가 서 있는-입술 부분이 웃는 모양이지만, 구분 선이 불확실하다. 그림이다. 상담사는 나오미가 본성이 착하고 모성애가 강하다. 그래서 갱생할 수 있는 성격이라고 분석하고 나오미는 사회로 복귀한다.      


성장해서 고교 미술 교사와 연애하고 결혼한다. 아들 하나를 낳아 키우며 새로운 희망에 행복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남편의 독선은 날이 갈수록 심해진다. 남편은 집 근처에 있는 산에 올라가 캠핑하면서 그림을 그리는 취미가 있다. 어느 날 산행한 남편이 무참히 살해된다. 사건은 오리무중에 빠지고 세월은 흐른다. 범인을 추적하던 경찰 수사본부도 해체되고 잊혀져 간다. 살인사건 현장에 남은 것은 피해자가 그린 그림 한 장.      


나오미의 아들 다케시는 성인이 된다. 직장에 다니던 중 아빠의 제자 유키와 사귄다. 유키는 다케시 보다 7살이 많다. 연상의 여인과 사귀고 나오미, 다케시, 유키는 같은 집에 살면서 평화롭다. 유키가 임신하고 나오미가 다니는 산부인과에 정기 검진을 받는다. 나이가 많아 임신한 유키는 배 속에 아이가 거꾸로 되어 출산하다가 사망한다. 아이는 무사히 태어나고 나오미, 다케시와 살아간다. 나오미는 다케시에게 아이가 엄마가 없으면 안 된다며 자기를 엄마라고 부르게 한다. 할머니가 엄마가 된 것이다.      


다케시는 나오미와 결혼하며서 블로그를 쓰기 시작한다. 블로그에 일상을 기록한다. 나오미가 임신하고 출산하는 시기에도 블로그는 기록됐다. 나오미는 일러스트다. 다케시에게 그림 다섯 장을 남긴다. 나오미가 죽고 다케시는 그림에 있는 나오미의 생각을 알게 된다. 그리고 자살한다.     


인간의 욕심은 어디까지일까? 나오미는 아들을 보호한다는 미명으로 남편을 살해한다. 남편이 내성적인 아들을 위해 남자답게 생활하라는 잔소리가 살해의 동기다. 완벽한 범행으로 나오미의 정체는 감춰진 채 손자를 아들이라고 속이고 살지만, 남편의 제자 이와타는 신문사에 입사한다. 스승의 죽음을 해결하기 위해 취재를 시작한다. 사건 현장을 찾아간다. 나오미는 이 소식을 듣고 이와타를 살해한다. 남편과 같은 수법으로. 이와타는 죽어가면서 그림 한 장을 남긴다. 이와타의 직장 선배 구마이는 사건의 전모를 파악한다. 나오미를 검거하기 위해 친한 경찰의 협조로 현장을 덮친다. 나오미는 체포되고 홀로 남은 유타는 아동보호소에 입소한다. 이와타는 유타를 입양한다.     


책 중에서     

어른은 눈에 보이는 것, ‘실물’을 그린다. 하지만 아이는 머릿속에 떠오른 ‘이미지’를 그린다. 모든 아이는 예술가라고 하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다. 어린 겐스케는 마름모꼴 그림을 보고 이렇게 생각했다. 만지면 아프겠다고. 마름모꼴은 끝부분이 날카롭고 뾰족하다. 겐스케는 일단 머릿속으로 뾰족한 부분을 만지는 상상을 한 것이다. 그리고 만졌을 때 느껴지는 따끔따끔한 ‘통증’도 상상했을 것이다. 겐스케는 그 따끔따끔한 통증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다. 아이는 눈에 보이는 실물이 아니라 머릿속에 떠오른 ‘이미지’를 그린다.     


아이는 슬픔이나 불안에 어른 이상으로 민감하다. 그리고 어른과 마찬가지로 그렇다는 사실을 감춰서 주변에 들키지 않으려고 애쓴다. 인생에는 힘든 일만큼 즐거운 일과 행복한 시간도 만다.     


재미있다. 그림을 통해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작가의 상상력에 찬사를 보낸다.     


책 소개     

『이상한 그림』 우케쓰 지음. 김은모 옮김. 2023.07.24. 교보문고. 326쪽. 16,000원. 


유케스 雨穴. 일본 인기 오컬트 콘텐츠 크리에이터 겸 유튜버. 웹사이트 오모코로와 자신의 유튜브 채널 ‘우케쓰’에 다양한 오컬트 콘텐츠를 게재한다. 저서. 『이상한 집』 등. 

※ 오컬트는 라틴어 "Occultus"에서 유래. “숨겨진” 또는 “비밀의”를 의미한다. 오컬트는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영역, 즉 초자연적인 힘과 세계에 대한 이해와 활용을 추구하는 학문과 관습의 총칭이다. 이 분야는 점성술, 연금술, 마법과 같은 비전통적인 지식을 포괄하며, 고대부터 중세를 거쳐 현대까지 다양한 문화와 관련 있다.     


김은모. 문학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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