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음악에 빠져들까?
이 책의 카피는 「뇌가 음악에 보내는 연애편지」, “음악은 어떻게 뇌를 바꾸고, 마음을 움직일까? 음악으로 풀어낸 뇌와 마음의 비밀”이다.
기타를 연주한 지 10여 년이 넘었다. 아마추어 실력으로 욕심내지 않고 봉사 공연을 다니곤 했다. 한동안 아코디온을 사서 열심히 미쳐도 봤다. 코로나 시기에 손을 떼고 방구석에 외롭게 있는 기타를 보면서 연주하고 싶지만, 선뜻 손이 안 간다. 집 근처 공원에서 혼자 기타 버스킹을 하는 노인으로 살아가고 싶은 것이 버킷리스트 중 하나다.
저자는 “음악은 인간의 축복, 누구나 음악성은 있다.”라고 한다. “당신은 음악을 좋아하나요?”라는 질문에 “아니요.”라고 대답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누구나 어떤 식으로든 음악을 좋아한다. 음악은 우리 일상의 한 부분이다. 어떤 이들에게는 삶의 목적이고, 기분 좋은 배경효과다. 음악 없는 세계를 상상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이 책에서 ‘음악은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좋다, 음악교육은 어린 시절에 시작해야 하고 성인은 악기를 배울 수 없다는’ 음악에 관한 선입견은 틀렸다고 한다. 음악은 인간의 기본 능력의 하나이고, 우리 모두가 음악성을 지녔다.는 것을 뇌과학 분야에서 나온 새로운 지식을 근거로 증명한다.
캐나다 토론토 대학의 샌드라 트레헙은 “세상의 모든 문화에 자장가가 있다.”라고 한다. 그리고 어느 문화의 것이냐를 막론하고 자장가들은 매우 유사하다.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음악에 매우 민감하다. 아기는 화음에 대한 감각을 갖추고 태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아이들은 노래, 특히 엄마가 부르는 노래를 좋아한다.
인간은 다섯 가지 감각을 지녔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이다. 오늘날 과학은 본래 감각에 몇 가지 감각을 추가한다. 예컨대 균형감각, 고유수용성 감각 등이 추가된다. 고유수용성 감각이란 신체 각 부위의 위치와 운동을 감지하는 능력을 말한다. 고유수용성 감각 덕분에 어둠 속에서도 자기 오른손 집게손가락 끝이 어디에 있는지 안다.
청각은 몇 가지 기본적인 속성에서 다른 감각들과 구별된다. 우선 청각은 차단하기가 가장 어렵다. 불쾌한 촉감이나 맛을 없애려면 대상과 접촉을 끊으면 된다. 청각은 선택적으로 차단하기 어렵다. 불쾌한 소리를 제거하려면 귀마개로 청각 기관 전체를 막는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차이는 청각은 매우 일차원적이라는 것이다. 귀는 단 한 가지 신호를 처리한다. 소리 신호는 단 한 가지, 공기 압력의 시간적 진동뿐이다. 우리는 그 진동에서 음악을 포함한 소리의 세계 전체를 끌어낸다. 소리는 단지 시간에 따라 변하는 공기 압력일 뿐이다.
우리 귀에 진입하는 소리 파동은 귓바퀴를 거치고 길이가 약 3cm인 바깥귀길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소리 파동은 나팔 속에서처럼 집중되어 고막에 도달한다. 고막은 면적이 50제곱밀리미터 정도인 피부 조각이다. 소리 파동이 도달하면 고막은 진동한다. 고막을 지나면 가운데귀가 시작된다. 가운데귀에서는 소리가 작은 뼈 3개, 망치뼈, 모루뼈, 등자뼈를 통해 기계적으로 전달된다. 이 뼈들은 지렛대 효과가 발생하여 변위의 크기, 즉 진폭은 줄어들고 그 대신에 압력은 증가한다. 이와 동시에 에너지는 더 좁은 면적에 집중된다. 그 결과 입력 신호가 22배로 증폭된다.
이렇게 소리를 모으고 증폭하는 정교한 시스템 덕분에 우리의 귀는 1만분의 1파스칼의 압력 요동을 감지할 수 있다. 이것은 평범한 기압의 2억분의 1에 해당한다. 우리 귀로 들을 수 있는 가장 큰 소리는 압력으로 따져서 대략 100파스칼이다. 우리의 청각은 한 옥타브 안에서 최대 350개의 음을 구분할 수 있지만, 서양음악에서는 한 옥타브 안에서 12개의 음만 사용한다.
두 음 사이의 음높이 간격을 음정이라고 한다. 똑같은 두 음은 음높이 간격이 0이므로 이들 사이의 음정은 0도라고 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1도라고 한다. 음계에서 이웃한 두 음 사이 간격은 2도, 간격이 하나 더 벌어지면 3도, 그다음은 4도, 5도, 6도, 그리고 마지막 8도는 옥타브라고도 한다. 두 음 사이에 놓인 반음이 개수에 따라 음정의 이름에 ‘장’, ‘단’, ‘증’, ‘감’을 덧붙여서 예컨대 ‘장 3도’ 등으로 이야기한다.
청각은 소리 반죽에서 최소한 일곱 가지 음원(악기 4대와 보컬 3명)이 내는 소리를 식별한다. 다양한 악기의 소리를 구분하는 것은 어린아이도 완벽하게 해낼 수 있다.
리듬은 두 발의 움직임에서 기원했다. 2의 배수에 바탕을 둔 박자들은 일단 가장 자연스럽다. 우리는 이 박자들에 맞춰 다양한 속도로 걷거나 행진할 수 있다. 이 박자들은 4분의 2박자와 4분의 4박자다. 4분의 2박자에서는 한 음이 강조되고, 이어서 여린 음이 나오고, 그다음 음이 다시 강조된다. 좋은 리듬감이란 리듬 패턴을 들은 다음에 최대한 정확하게 재현 해내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노래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많은 사람이 당혹감을 느낀다. 특히 사람들 앞에서 혼자 노래하려면 큰 용기가 필요하다. 목소리는 듣는 사람이 감정을 많이 드러내는 악기다. 대부분은 가장 오래된 악기인 목소리를 사용하는 능력을 갖추고 태어난다. 노래는 어떤 의미에서 인간에게 필수적이다. 아기들은 생후 18개월부터 노래를 따라 부르고 나름대로 멜로디를 지어내기 시작한다. 그런데 왜 노래하기를 부끄러워해야 할까?
미국 텍사스 대학의 피터 포드레셔는 2005년 노래를 틀리게 부르는 사람들을 심층적으로 연구했다. 참가자들에게 다양한 멜로디를 들려주고 따라 부르게 했다. 노래를 못한다는 것이 판명된 참가자의 약 15%는 청음 시험에서 노래를 잘하는 참가자들과 정확히 대등한 점수를 얻었다. 노래를 못하는 참가자들은 음을 발성하는 것과 관련한 운동 기관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들은 노래를 부를 때 예측 불가능하게 틀리지 않고 어느 정도 규칙성을 나타냈다. 그들이 내는 음은 항상 너무 높든지, 아니면 항상 너무 낮았다. 또 음정(두 음의 높이 차이)를 너무 줄이는 경향이 있었다.
포드레셔는 실험의 결론을 이렇게 내렸다. 노래를 못하는 사람은 뇌에서 내고자 하는 음높이에 관한 정보를 근육에 내리는 운동 명령으로 정확하게 번역하지 못하기 때문에 노래를 못하는 것이다. 인구의 약 60%는 자신이 노래를 잘하지 못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실제로 정확한 음을 내지 못하는 인구는 약 15%에 불과하다.
음악에 치료 효과가 있다는 점은 플라톤 시대 이래로 잘 알려진 사실이다. 환자의 취향에 맞는 음악을 적절히 선택하여 보조 수단으로 삼으면 어떤 치료든지 효과가 향상된다. 볼라이는 음악치료를 세 부류로 나눈다. 첫재 부류는 증거에 입각한 의학 기법들을 활용하여 최근에는 음악이 뇌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영상화 기술까지 이용한다. 뇌졸중, 이명, 만성 통증에 대한 음악의 치료 효과는 훌륭한 데이터에 의해 입증되어 있다.
둘째 부류는 음악이 심리치료의 일환으로 쓰인다. 마지막으로 음악을 이용하는 다양한 고전적 심리치료 분파들이다. 음악이 어떻게 쓰이느냐에 따라 환자가 직접 음악을 하는 능동적 음악 치료와 단지 음악을 듣기만 하는 수동적 음악치료가 구분된다.
음악치료 효과가 좋은 것은 음악이 뇌 전체가 관여하는 형상이라는 점과 관련 있다. 음악은 청각 기관과 운동 기관뿐 아니라 감정과 지성도 활성화한다. 잠깐만 음악을 해도 뇌는 측정 가능할 정도로 ‘재구성’되는 것으로 보인다.
음악이 아주 다양한 의학적, 심리학적 치료에 적합한 것은 음악이 지니 여러 속성 때문이다. 음악은 뇌 전체의 활동을 유도하기 때문에 뇌 부분들의 협응에 문제가 있는 환자의 치료에 적합하다. 음악은 감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다양한 심리치료의 보조 수단으로 적합하다. 음악은 사람들을 연결하는 접착제이기 때문에 사회적 장애에 대한 치료에도 적합하다. 음악은 실제로 치료 효과를 발휘한다. 이는 모든 이에게 음악을 권해야 할 또 하나의 이유이다.
음악성을 계발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음악에 충분히 오래 노출되는 것뿐이다. 나머지는 뇌가 자동으로 해낸다. 존 슬로보다는 “전문성의 수준은 해당 인지 활동을 한 기간에 비례하는 듯하다.”라고 말한다. 연습은 기억을 다지고 뇌에 패턴을 새긴다.
뇌는 끊임없이 재건축된다. 성인의 뇌는 별로 변화하지 않으며 단지 퇴화할 뿐이라는 과거의 통설은 최근에 여러 실험에서 반박되었다. 특히 음악과 관련해서 꼬마 한스가 배우지 못하는 것을 어른 한스는 배울 수 있다. 배움에는 너무 늦은 나이가 없다. 중년과 노년에도 얼마든지 배울 수 있다. 물론 언어와 마찬가지로 음악에서도 뇌의 수용력이 특히 강한 시기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만 7세 이전에 음악 교습을 시작한 사람의 뇌에서 특히 두드러진 변화가 일어난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에서 일관되게 확인된다.
악기를 배우고 나서 예컨대 텔레비전에서 연주 장면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은 기타를 배우기 전에 텔레비전에 나온 기타 연주자가 왼손 손가락들을 기타의 목에 대고 이리저리 놀리는 것만 보이지만, 기타를 배우고 나면, 연주자가 무슨 코드를 짚는지가 보인다. 기타 연주가 숙달되면 귀와 손이 직통으로 연결되어 처음 듣는 노래를 반주할 때도 맞는 코드를 짚게 된다. 음악 활동으로 인한 뇌의 변화는 신속하게 일어나지만, 오래 유지된다.
우리 일상에 음악이 없다면 어떨까? 아마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간 사회가 혼란해질 것이다. 요즘 소설을 보면 작가가 그 소설을 쓰면서 들은 음악을 책 여백에 기록해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인간의 생활 모든 분야에 음악은 필수 불가결한 요소이다. 이 책을 통해 음악에 관한 상식이 생겼다.
책 소개
『음악 본능: 우리는 왜 음악에 빠져들까?』 크리스토프 드뢰서 지음. 전대호 옮김. 2015.10.30. (주)북하우스 퍼블리셔스. 487쪽. 18,000원.
크리스토프 드뢰서 Christoph Drosser. 독일 주간지 『디 차이트』의 과학 담당 편집자, 과학 저널리스트. 저서. 『우리는 왜 음악에 빠져들까』, 『치마가 짧아지면, 경제는 성장한다: 현대의 미신들』 등
전대호. 서울대학교 물리학과 졸업, 같은 대학원 철학과에서 박사과정 수료. 독일 쾰른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했다.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저서 『철학은 뿔이다』 등.